5. 저를 격려해주는 사람

※ 원작자분과의 협의 하에 게제하였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이 작품은 Pixiv의 ダニエル님의 「바꾸어놓은 세계의 끝에서」시리즈입니다.

(원작자 Pixiv 링크)

 

 

 

- 저를 격려해주는 사람

날씨의 아이 후일담 소설 4.5화. 히나 씨가 스가 씨에게 이런저런 상담하는 이야기.

전편에서 나츠미 씨가 호다카를 격려해줬듯 이번엔 스가 씨가 히나 씨를 상담해주는 느낌입니다.

스가 씨 캐릭터, 직접 쓰고 있자니 생각외로 어렵네요……

뒷설정이랄지, 스가 씨는 두 사람의 미성년 후견인을 맡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그대로 그 집에서 생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그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아, 뭔가 있을 땐 회사에 신세를 진다는 느낌입니다.

 

 

 

 

 

 

 

「실례합니다ー」

「아 히나, 들어와 들어와.」

스가 씨의 말을 따라 익숙한 사무실에 들어왔다.

어수선하게 서류가 쌓여있고 벽에 걸려있는 화이트보드엔 깨알같은 글씨들이 적혀있다.

직원분들이 살짝 돌아보더니 웃으며 인사해주셔서, 나도 인사드리고는 언제나처럼 자리에 앉았다.

「후우, 차라도 한잔 할래?」

「아 아뇨, 갖고 와서 괜찮아요.」

「아 그래, 뭐 그럼 괜찮겠지.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이었지.」

평소처럼 느긋한 목소리와 눈매로 스가 씨는 어이구 소리내며 소파에 앉았다.

뭐랄까, 아저씨라면 딱 이런 느낌 아닐까, 살짝 나오는 웃음을 어떻게든 감춰본다.

「아, 네. 저기, 스마트폰 계약 관련 상담드리려구요.」

「스마트폰? 왜 갑자기.」

「아니 그게 저…… 호다카가 저렴한 SIM…… 에 대해서 알려줘서요. 그거라면 어쩌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요.」

「아ー 과연. 스마트폰 계약하려면 내 서류도 필요하지 참.」

「네. 그래서 혹시 동의서를 써주실 수 있으실까…… 해서요.」

「그야 당연히 괜찮지. 서류는 갖고 왔지?」

「네!! 오는 길에 갖고 왔어요.」

「역시, 꼼꼼하니 나도 편하구만.」

점원에게 부탁해서 받아둔 동의서를 책상에 올려놓았다.

스가 씨는 그걸 보더니 앞가슴에서 펜을 꺼내고는 슥슥 망설임없이 서류를 쓰신다.

「근데 호다카 그녀석, 제대로 너네 집 찾아갔겠지?」

서류에 싸인하면서도 살짝 웃으시는 스가 씨는 조금은 안심하신 듯하다.

이러니저러니해도 호다카에 대해서 신경써주고 계시구나, 나 역시 조금은 기쁘다.

「네, 여기 온 뒤에 바로 찾아와준 것 같아요. 저기…… 아마도 분명 스가 씨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스가 씨가 말씀해주셔서 호다카도 결심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싶어서요.」

「뭘 별소릴, 여기 있어봐야 업무에 방해만 되니까 쫒아냈을 뿐이야.

아니 그보다 3년동안 연락도 안 하다니 이상하잖냐.

호다카 그녀석, 근성은 있는데 어째 그런 부분에선 멍청하단 말이지. 심지어 그녀석 별 얘기도 안하고 그냥 갔어.」

조금 즐거운 듯한 스가 씨를 보며 나 역시 쓴웃음지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게 호다카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못미덥고 귀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어떨 땐 정말 열심히 해주니까요.」

말하며 그 때를 떠올린다.

하늘 위까지 찾아와서, 필사적으로 내 손을 잡아줬다.

평소엔 그렇게 조심스러워하면서, 느닷없이 「히나」라고 날 불러줬다.

그런 말 들으면 누구라도 반할 수밖에 없잖아.

「게다가 어제도, 3년 전에 잃어버린 반지를 다시 건네줬어요.

호다카도 분명 힘들었을텐데, 3년동안 만나러 오지 못해서 미안하다면서.」

그러니까 분명 난 호다카의 그런 부분이, 좋은거야.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오른손으로 반지를 쓰다듬으며,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과연. 뭐 그럼 확실히 스마트폰은 필요하지. 호다카랑 연락할려면 완전 편할거 아냐.」

「아, 아니 그건, 저기……」

그런 내 독백을 읽으신 건지, 스가 씨는 빙글거리면서도 왠지 어린아이의 성장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듯 건너다보시는 눈치다.

왠지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만다.

「뭐 애들답고 좋지 않나? 그정도쯤은 말야.」

「애들답다니, 딱히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건.」

「그럼 아냐?」

「저기…… 그게……」

적어도 아직 난 호다카와 연인 사이인 건 아니다.

극적으로 재회해서 며칠이고 함께 있었고,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둘이 함께 있자고 약속하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 관계는 아직은, 연인은 아니다.

「……어, 설마 아직도 안 사귀냐?」

정말이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의 스가 씨에게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스가 씨는 날 보더니 천장을 쳐다보며 크게 한숨쉬었다.

「하아ー…… 진짜냐. 아니 호다카가 벌써 고백했을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그 녀석 뭐하고 있는거야.」

「아, 아뇨 그건 저, 약간 안좋은 타이밍에 나기가 돌아와서요.」

뭐 그때 고백하려 했던 건 나지만. 하지만 그건 부끄러우니까 얘기하지 말자.

「아니 그게, 타이밍이고 뭐고 보통 반지 건네줄때 말하지 않나?

아니면 요즘 애들은 반지쯤은 그냥 막 주고 그러나?」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내 말은 거의 듣고 있지 않는 듯한 스가 씨.

놀라시면서 역시 요즘 애들은 그런건가, 요즘 애들은 역시 틀렸구만, 그런 혼잣말을 하고 계신다.

「아ー 뭐, 일단 확인해두는건데 말야. 히나는 호다카 좋아하는거 맞지?」

혼잣말을 하시던 스가 씨의 갑작스러운 직구에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겠지…… 그래서, 넌 어떻게 하고 싶어?」

「저, 전……」

호다카와 함께 있고 싶어요.

아니, 호다카가 절 좋아해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호다카를 앞으로 쭉 좋아하고 싶어요.

함께 있는 것만으론 부족해요, 좀 더 호다카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좀 더 호다카가 날 알아줬음 좋겠어요.

「아ー 미안, 억지로 대답 안해도 돼. 역시 좀 섬세하지 못했던 것 같구만.

그냥 좀, 히나는 이럴 때 참아버리니까, 좀 신경쓰여서 말이지.」

「그건……」

그건 나도 조금쯤은 자각하고 있는 부분이라 할 말을 잃고 만다.

하지만 그런 날 보며 스가 씨는 부드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 지금은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네가 뭘 하고 싶은지는 알고 있지?」

「네, 지금은 호다카와 함께…… 아니, 호다카에게, 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그렇구나.」

그러자 갑자기 스가 씨는, 뭔가 이걸로 합격이라는 듯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럼 분명 너넨 괜찮을거야. 서류는 이걸로 된거겠지.」

「가, 감사합니다.」

멍하니 스가 씨에게 서류를 받으며 고개를 숙였다.

괜찮다며 손을 내젓는 스가 씨는 왠지 어딘가 즐거운 듯 웃으신다.

「뭐, 히나 너도 제대로 청춘 즐기고 있어서 안심이야. 그 마음과 둘이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구.

호다카가 뭔가 저지르면 언제든 날려버리러 갈테니 불러.」

「네, 그땐 잘 부탁드려요.」

일부러 농담해주시는 듯한 스가 씨에게 다시 한 번 고개숙이고 일어섰다.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되는 건, 내 마음속 숨겨뒀던 어린애다운 부분을 새삼 자각했기 때문일까.

어서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했던 적도 있다.

그 마음은 지금도 그대로라, 어서 어른이 되어서 자립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린애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언제부터인가 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에겐 아이니까 가능한 멋진 일들이 잔뜩 있고, 아이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것도 있을지 모른다며.

「응ー 얼른 스마트폰 사서 돌아가야지.」

중고대리점에서 봐둔 것도 있으니까, 이대로라면 전파가 들어오는 스마트폰을 들고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돌아가면 호다카에게 전화해야지.

집에 있는 메모를 보고, 호다카 번호를 저장하고는, 전화비 걱정 없이 이야기할거야.

그리고 그 다음엔, 연락처 교환하고 메시지도 보내보고 싶어.

호다카가 어떤 식으로 얘기할지도 무척 기대돼.

이모티콘 없이 사무적으로 이야기할까. 난 그런 건 처음이니까, 나츠미 씨에게 어떤 느낌으로 얘기하면 좋을지 여쭤봐야지.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하다. 하지만 어쨌든

「아ー 기대된다.」

사소하지만 즐거운 것들 잔뜩에 미소를 멈출 수가 없다.

난 이만큼이나 호다카를 좋아하는구나,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사실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이런게 스가 씨가 말씀하신 청춘이란 걸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난, 반지를 낀 왼손을 보슬비가 내리는 하늘에 살짝 대보곤,

나도 모르게 웃음을 머금고 우산을 받쳐들곤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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