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팬픽/동방Project
In the chaos
태초에 따분함이 있었다. 저녁노을 비치는 교실은 방금까지의 소란이 거짓말처럼 가라앉아 그저 적막으로 고요하다.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다음을 기약하던 졸업생들의 모습은 이제 없다. 아직은 쌀쌀한 3월 샛바람이 창문 너머 커튼에 나부끼며 귀밑을 스친다. 우두커니 홀로 남은 우사미 스미레코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색다른 학교의 모습에서 애써 이질적인 무언가를 찾으면서도 못내 따분해하고 있었다. 「……갈까.」 품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금빛으로 번들거리는 교내 이곳저곳을 찍어본다. 아무도 없는 교실, 아무도 없는 복도, 아무도 없는 계단, 아무도 없는 운동장. 친구들과의 사진은 찍지 않았다. 다음에 꼭 만나자는 말은 애시당초 다음에 볼 계획이 없을 때나 하는 말이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 정도는 다들 알고..
2023. 3. 18.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