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 원작자분과의 협의 하에 게재하였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이 작품은 Pixiv의 ナル님의 「너의 이름은.」단편입니다.

   (원작자 Pixiv 링크)

 

 

 

- 브런치

타키 군과 미츠하의 조금 늦은 휴일 아침.

제목 그대로 브런치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장면이 쓰고 싶어서 쓴 이야기입니다.

 

 

 

 

 

어느덧 12월 중순에 접어드는 요즈음.

나날이 엄습해오는 추위에, 아침 냉기도 쌓여만 간다.

그럴수록 강해져만 가는 게 아침 이불의 유혹이다.

한겨울 코타츠와 이불은 그야말로 유혹의 양대 산맥이지 않을까.

그 따스함을 맛보았다간 결국엔,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엄청난 인내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Zzz…」

 

그건 내 옆에서 자고 있는 나의 연인 역시 예외는 아니다.

머리까지 이불을 도롱이처럼 덮어쓰곤 잠에 빠져 있다.

살짝 이불을 넘기고 엿보자니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 얼굴에 나도 모르게 웃음짓고 만다.

나보다 연상인데도 그녀의 잠든 얼굴은 너무나도 앳된, 순수한 모습이다.

이런 표정을 볼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란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으… 응…」

 

이불을 살짝 젖혀서 추웠던 걸까, 미츠하가 찡그린다.

왠지 떨고 있는 것 같다.

어젯밤엔 금요일이기도 했으니까 서로 텐션이 높아져선 늦은 시각까지 몰두하고 말았다.

때문에 둘 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다.

이불을 다시 덮어주니 따스해진 탓일까, 미츠하의 떨림이 멈춘 것 같다.

그와 동시에 내게 안겨온다.

 

귀, 귀여워

 

지금 당장 미츠하의 모든 걸 갖고 싶은 욕망에 휩싸이지만, 조금 남은 이성으로 어떻게든 뿌리친다.

요즘은 연말에 접어든 영향인지, 서로 일 때문에 바빠서 좀처럼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가 없었다.

때문에 어제 미츠하에게 너무 무리하게 했던 건 아닌가 하는 느낌 역시 부정할 수 없다.

물론 미츠하도 거절했던 건 아니니까 그건 괜찮지만, 

내 욕심 때문에 잠든 미츠하를 깨우는 건 다른 문제라는 느낌이다.

 

자고 있는 미츠하가 깨지 않게끔 살며시 쓰다듬으며 머리맡에 놓인 시계로 눈을 돌리자, 9시 30분을 조금 지난 즈음이다.

오늘은 집에서 쉬기로 했기 때문에, 다소 늦게 일어나도 문제는 없다.

왠지 이대로 미츠하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시간도 흘러가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다.

모처럼의 휴일인데 그건 아깝지 않을까.

 

그렇지. 그게 있었지.

 

휴일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그리고 미츠하가 기뻐해줄 것 같은 것.

생각이 미친 난, 침대 밑에 어수선하게 벗어둔 옷을 주워선 조용히 방에서 빠져나왔다.

 

 

 

미츠하는 팬케이크를 좋아한다.

아직 몸이 바뀌던 시절. 남의 돈으로 사먹고 또 사먹더니 내 지갑을 가볍게 만들어주곤 했었다.

재회해선 사귀기 시작했을 때도, 데이트 때마다 팬케이크를 먹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정도로 팬케이크가 좋은 모양이다.

일전에 직장 선배와 대화중에 잠시 그런 얘길 했더니, 

아무래도 선배가 그걸 기억해주신 모양인지, 

최근 하와이에 여행을 다녀오시더니 기념품으로 대량의 팬케이크 믹스를 주셨다.

그래서 받긴 했지만, 요즈음 일이 바빴던 탓에, 어느새 방치해버려선 지금에 이르렀다.

모처럼 받았으니 써먹지 않으면 실례다.

더구나 미츠하가 기뻐해줄지도 모르니까,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휘핑 크림은 있고, 우유도 있구나.」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고는 조리를 시작한다.

그릇 두 개를 준비해선 그 안에 팬케이크 믹스를 적정량 투입한다.

여기서부터가 포인트인데, 뭐 그리 대단한 건 아니지만, 

팬케이크 맛은 여기서 뭘 넣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연하고 쫀득거리는 식감을 맛보고 싶다면 물을.

진하고 폭신폭신한 식감을 원한다면 우유를 추가한다.

이번엔 어느 쪽으로 만들어볼지 고민했지만, 

미츠하의 입맛을 몰라서 그냥 둘 다 만들기로 했다.

반죽이 다 됐기에 프라이팬에 그걸 굽는다.

완성시각을 맞추기 위해 두 개의 프라이팬에 동시에 굽는다.

 

좋은 느낌인데.

 

반죽이 부풀어 오르자 팬케이크의 달콤한 향기가 부엌에 은은하게 감돌기 시작한다.

그 냄새가 어젯밤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뱃속을 자극해 꼬르륵 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그 냄새에 이끌린 건 내 뱃속뿐만이 아니었다.

 

「타키 군… 뭐 하고 있어…?」

 

오른손으로 눈을 비비며 왼손으로 좋아하는 고슴도치 인형을 껴안고는 걸어오는 미츠하.

아직도 잠에 취한 것 같지만, 일단 옷은 입고 있다.

하는 행동이 초등학생 같은데, 대체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너무 귀여워서 후광마저 비치는 것 같다.

서, 설마 미츠하는 천사였던 건가.

 

「안녕 미츠하. 팬케이크 만들었는데 먹을래?」

 

생각과 말이 전혀 다르지만 나도 나름대로 요령이 생긴 모양이다.

예전엔 생각하는 게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고 놀림받았었는데.

이 정도면 대단한 성과 아닐까.

 

「먹을래!!」

 

지금까지의 졸린 그 눈빛은 어디로 간 건지, 이미 미츠하의 의식은 팬케이크 일직선이다.

알기 쉬운 녀석이야 정말.

 

「그럼, 브런치로 할까.」

「응!!」

 

휴일이기에 가질 수 있는 평온한 시간.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그 행복함.

 

「이허 엄청 마시써.」

「먹든지 말하든지 하나만 하라구.」

 

준비해둔 팬케이크가 순식간에 미츠하에 의해 사라져간다.

나름대로 만들어둔 건데 이미 남은 게 거의 없다.

이렇게까지 기쁘게 먹어주니 불만은 조금도 없다.

게다가 얼굴 가득 활짝 핀 이 미소를 볼 수 있으니까, 이 이상 뭐가 더 필요할까.

 

「일어나자마자 팬케이크 먹을 수 있다니, 행복해.」

 

만든 보람을 넘칠 만큼 느끼게 해주는 녀석이다.

앞으로도 휴일엔 매번 팬케이크 만들어 주는 것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아무래도 좋을 생각을 하면서도, 역시 행복하다.

편안한 마음으로 미츠하를 보고 있자니 그 뺨에 크림이 조금 묻어있다.

장난기가 발동한다.

 

「미츠하, 잠깐 이쪽 봐봐.」

「무슨 일이야? 나 팬케이크 때문에 바쁜데.」

「잠시면 돼.」

 

팬케이크 먹는 걸 방해받기 싫은 건지 조금은 불만스러운 듯한 미츠하.

하지만 그럼에도 이쪽을 봐주는 게 미츠하의 좋은 점이다.

 

「크림 묻어있다구.」

「응…?」

 

미츠하가 미처 피하지 못한 사이에 뺨에 묻은 크림을 핥았다.

입안에 퍼지는 달콤한 향기.

그건 크림의 단맛일까, 미츠하의 달콤함일까.

 

「무, 무, 무…///」

 

갑작스런 내 행동에 굳어버리더니 가까스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귀밑까지 물들인 채 조금 눈물마저 글썽거리는 미츠하가 귀여운 얼굴로 이쪽을 노려본다.

이제 몇 초만 더 있으면, 더욱 얼굴을 붉히며 비난해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전에 한 마디만 더.

 

「잘 먹었습니다.」

 

말과 동시에 폭발하는 소리가 눈앞에서 들린 것만 같다.

 

「타, 타, 타키 군 변태! 호색한! 에로괴물―!!」

 

부끄러워하며 화내는 그 모습조차 사랑스럽다.

그 모습에 무심코 웃음이 나온다.

 

「왜 웃는 거야―! 나 화내고 있는거라구―!!」

 

아이같이 화내는 그 모습도, 뾰로통해진 뺨도 모두 귀엽게 다가온다.

정말 미츠하에게 빠져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좋아.

아니, 그게 좋아.

어쩔 도리 없는 미츠하에 대한 마음을 가슴에 묻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미츠하 맛이 나서 좋았어.」

「~~~~///」

 

어디까지 빨개질 수 있는 걸까.

조금 늦은 휴일 아침이 이렇게 흘러간다.

자, 오늘은 둘이서 뭘 하며 보낼까.

아니, 뭘 하든 분명 즐거울 거라 생각한다.

둘이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시각은 곧 11시.

 

아아, 이 행복이 영원히 계속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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