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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Pixiv의 ダニエル님의 「바꾸어놓은 세계의 끝에서」시리즈입니다.
- 다가올 우리들의 미래
날씨의 아이 후일담 열네번째. 호다카가 나기와 이야기를 나누는 이야기. 이번엔 드물게도 히나 씨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나기와 호다카가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는 듯하여 쓰게 되었습니다.
호다카를 다시 한 번 격려해주는 의미로, 그리고 히나 씨가 호다카와 자주 만나기 힘든 상황이기도 하니까.
다음엔 그 반동으로 아마도 꽁냥거리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디 기다려주시면 기쁠 것 같아요.
발밑을 적시는 비, 물기를 머금은 낙엽들.
시선을 들어 투명한 우산 너머로 보이는 건 우중충한 잿빛 하늘, 그리고 대비를 이루는 금빛 붉은 단풍들이었다.
「어느새 가을이 됐네.」
언제나 비가 오고 있음에도 도쿄의 나무들은 적색으로 물들어갔다.
햇빛을 좀처럼 받을 수 없다 할지라도 나무들의 계절은 흘러가고, 인간들의 나날도 지나가는 것이다.
왠지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난 나기와 함께 히나 씨네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뭐야 호다카 갑자기.」
「아니, 단풍 보니까 가을이다 싶어서. 엊그제까지 여름이다 싶었는데.」
「무슨 소리야, 아저씨같네.」
「내가 아직 아저씨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니지 않아?」
나기의 말에 일단은 반박해둔다.
하지만 정말로, 어느덧 계절이 흘러가버리고 히나 씨와 함께 보냈던 여름방학도 벌써 몇달 전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돈 문제도 있지만 히나 씨의 수험공부도 있다보니 그다지 많이 놀러다니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학기중보단 좀 더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함께 빙수를 먹기도 하고, 여름 축제에 가기도 하고 서로의 집에 묵기도 하고, 둘이서 다시 한 번 나란히 불꽃놀이를 보기도 하고.
너무나도 즐거웠기에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여름방학, 그리고는 어느새 단풍이 물드는 이런 계절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여름엔 즐거웠잖아 호다카. 그러니까 순식간에 지나가도 어쩔 수 없는거 아닐까.」
「뭐 히나 씨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즐겁긴 했지만.」
「그래서 지금이 더 힘든걸지도 모르지.」
여름방학이 끝나고 수험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히나 씨와는 자주 만나기가 힘들게 되었다.
물론 히나 씨가 밤에 학원에서 돌아오면 잠시 만나서 요리도 함께 하고 밥도 함께 먹곤 하지만,
적어도 함께 놀거나 묵고 가거나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하는 일은 서로 참기로 약속했다.
「뭐 그건…… 하지만 지금은 히나 씨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내가 불평할 수는 없지.」
「그 말대로야. 하지만 사실 누나는 원래부터 너무 진지해서 대충대충 못하는 타입이니까.
호다카랑 잠깐이라도 만나서 긴장도 풀고 하는 편이 좋다고 난 생각해.」
「그럴까.」
「어. 누나는 힘들 때일수록 말 못하는 성격이니까, 호다카가 잘 받아주라구. 가끔씩이라도 만날 수 있는것도 사실은 꽤 크게 다가오잖아.」
「……역시, 나기에겐 몇 년이 흘러도 못 당하겠네.」
나 역시 3년이 흘러 어느 정도는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연애에 한해선 도저히 나기에게 당해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아하하, 웃는 나기 옆에서 쓴웃음을 지으며 짐짓 사들고 온 식재료 봉투를 들어 무게를 확인해본다.
「뭐 그래도 예전에 비해선 히나 씨도 좀 더 솔직해졌다고 생각하는데. 하고 싶은 게 있을 땐 말해주곤 하니까.」
「오, 꽤 하는데. 남자친구로서 역시 누나에 대한 건 질 수 없다 뭐 그런 느낌?」
「아니 뭐 그런 생각이 들진…… 않지도 않지도 않지도 않아.」
히나 씨와 나눴던 그리운 이야기. 히나 씨를 따라해보니 생각보다 재밌어서 왠지 조금은 빙글거리며 나기 쪽을 보았다.
그러자 나기는 순간 멀뚱거리더니
「호다카, 누나한테 옮았어?」
그러더니 이번엔 나기가 쓴웃음지었다.
「어, 이거 히나 씨 말버릇인가?」
「어. 누나는 부끄러워서 뭔가 숨기고 싶을 땐 그렇게 말하거든. 뭐 눈치 못챈 척 들어주고 있지만.」
「그랬구나……」
히나 씨가 무언가 숨기고 싶을 때의 말버릇. 그 때도 그랬던 걸까.
떠올려보려고 해도 아름다웠던 불꽃과 그녀의 옆모습밖엔 떠오르질 않는다.
이제와서 신경써봐도 어쩔 수 없잖아, 짐짓 고개를 휘저었다.
「뭐 아무튼, 나도 히나 씨를 위해서 조금은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이렇게 와서 요리도 하고 있는거니까.」
「그건 그러네. 학교도 가고 알바도 해야 되는데 여기까지 와서 요리도 하고, 역시 누나를 위해서겠지.」
싱긋 웃음짓는 나기.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우린 어느새 히나 씨의 집에 도착했다.
이젠 몇 번을 찾아온건지도 모를 이 집.
이젠 이웃집 같은 느낌마저 드는 집으로 나기와 둘이 들어가 냉장고에 식재료를 넣고 있었다.
이젠 나기와 이렇게 정리하는 것도 익숙해진 탓에, 우린 빠르게 정리를 끝내고 거실에 앉았다.
「잠시 쉴까. 후우, 시합하고 왔더니 지치네.」
「나기도 시합하고 왔고 나도 알바하고 왔으니까, 요리는…… 좀 있다가 할까.」
「누나 돌아올려면 아직 좀 남았으니까. 항상 독서실 문닫을 때까지 공부하고 온단 말야, 대단하지.」
조금이라도 돈과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게끔.
그리고 집에 있으면 집중하기 힘드니까, 독서실이 닫힐 때까지 공부하고 있기에 히나 씨의 귀가는 언제나 한밤중이다.
「그러게. 히나 씨라면 분명 제1지망 합격할 수 있을거야.」
「그럼 둘이서 같은 대학이겠네, 호다카.」
빙글거리는 나기가 어딘지 즐거워 보인다. 나도 모르게 그 시선을 피하며 붉힌 뺨을 필사적으로 숨겼다.
「뭐 그렇지. 하지만 나도 히나 씨도 그런 이유만으로 진로를 고른 건 아니라구?」
「그건 알아. 호다카도 누나도 그럴 사람은 아니지. 하지만 그런 만큼 같은 대학일 수만 있다면 최고잖아.」
「……솔직히, 벌써부터 엄청 기대하고 있긴 해, 히나 씨랑 같은 대학 다니는 거.」
나기의 솔직한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실은 숨긴다 한들 나기에게는 모조리 들켜버릴테니, 차라리 신경쓰지 말고 솔직하게 대답하는게 낫겠지.
「그렇겠지. 나도 기대되네, 아니 근데 그러면 같이 살면 되겠네, 같은 대학 다니게 되면.」
「어!? 아니 그건 역시 좀 너무 빠르지 않나……? 나기는 어쩌려고.」
히나 씨가 몇 번 자고 가긴 했지만, 함께 산다는 것까지는 생각해본 적도 없어서. 어떻게든 당황을 숨기며 대답했다.
「난 신경쓰지 말라니까. 혼자 살면 되고, 여차하면 스가 씨네 집에서 살면 되지 뭐. 누나도 여기서 통학하려면 힘들거 아냐.」
「그건 뭐 그렇지만…… 하지만 히나 씨와 함께 산다니……」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침에 일어나면 히나 씨가 곁에 있고, 밤에 잘 땐 히나 씨와 함께 자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죽을 만큼 행복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아직은 이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누나는 내 문제라든지 현실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뭐 괜찮다고 할 것 같은데.
아니 근데 호다카. 뭐 꼭 입학하자마자는 아니지만, 아무튼 동거는 할거지?」
「어, 그게…… 솔직히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미리 생각해둬야…… 할까?」
내가 생각해도 한심한 대답을 하며 조심스레 나기 쪽을 보았다. 그러자 나기는 질린 듯한 표정으로 크게 한숨쉬고 있었다.
「하아…… 당연하지. 호다카, 언제까지 누나를 기다리게 할 생각이야.」
「동거를?」
「결혼 말야.」
「겨!?」
이번에야말로 뒤집힌 목소리로 심지어 더듬거리고 말았다.
결혼이라니 그거야말로 생각해본 적도 없었기에. 하지만 역시 히나 씨 말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그런 내 생각을 읽은 듯 나기 역시 웃음기를 지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호다카와 누나가 결혼하는 거. 호다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난 누나가 호다카랑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또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뭐 그건…… 나도 히나 씨라면…… 아니, 히나 씨가 아니라면 결혼할 생각 없으니까.」
「그럼 미리 생각해둬야지. 지금 당장 프로포즈하는 건 역시 좀 이르겠지만, 그래도 언젠간 할 거잖아?
그럼 언제부터 동거하고 언제쯤 프로포즈할지 정도는 생각해봐야지.
이런 건 미리미리 생각해두지 않으면 여차할 때 곤란해진다고.」
나기의 말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렇다. 그 말대로다. 내일 프로포즈해야지 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내가 그런 위인이 못 된다는 것 역시 충분히 알고 있고. 그럼 역시 미리미리 생각해둘 수밖에 없다.
「그러네…… 그럼 동거하다가 히나 씨가 졸업할 때쯤 프로포즈…… 한다거나.
입학하자마자 동거하는 건 역시 보증금 문제도 있고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히나 씨가 2학년이 될 때쯤을 목표로 잡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네.」
동거하고 싶단 마음과는 별개로 언제나 현실적 문제가 앞을 가로막아서기 마련이다.
나기의 말대로, 미리미리 생각해두지 않으면 대비할 수 있는 것조차 대비할 수 없게 되겠지.
나기는 다행히 그런 내 대답에 만족한 듯, 얼굴을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뭐 그러는게 제일 무난할거라고 생각해. 물론 최종적으로는 호다카가 결정해야겠지만. 나로선 호다카가 진지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네.」
「……물론, 그럴 생각이야.」
나기의 눈을 보며 나 역시 진지하게 대답했다.
답답했던 마음이 어느새 뚫려간다. 주저하던 발걸음이 어느새 활기차게.
단지 한 걸음이라도 좋으니까 앞으로 걸어가자, 조금씩이라도 나아갈 수 있게끔.
「뭐 지금은 생각만 해두면 되겠지만. 힘들면 언제든지 얘기해줘.」
「고마워. 선배가 있어서 든든하네.」
「하핫, 다행이다. 그럼 일단 지금은……」
「어, 슬슬 요리 만들고 히나 씨 마중갈까.」
둘이 나란히 일어서 부엌으로 향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직 그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있다.
그걸 하나씩 쌓아나가자.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히나 씨와 함께.
그런 생각을 하며 난 나기와 둘이서 셋이 먹을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 지난편에서 원작자에게 번역, 전달된 댓글 및 감상 모음
댓글은 번역해서 원작자에게 전달드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굽신굽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