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팬픽/너의 이름은. / / 2023. 3. 18. 14:16

가까이

모 갤러가 소재를 제공하길래 되는대로 막 썼습니다.

직접적인 묘사는 없지만 어떻든 18금이니 착한 미성년자 느갤럼은 백스페이스를 눌러주세요.

 

 

 

 

 

저는 언제나 초조합니다.

안심해도 된다는 사실은 이해하고 있지만, 왠지 모를 감성이 그걸 거부하고 맙니다.

행복하다는 것은 무서운 일인 것 같아요. 더할 나위 없는 행복만큼 공포스러운 말도 있을까요.

그 이상 행복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면, 그것을 잃었을 때 나는 어떻하면 좋은걸까요.

 

「그럼, 다녀올게.」

타키가 오늘 출장을 갑니다. 실은 꽤 오래전에 들어서 이미 알고 있던 일이에요.

그이는 건설회사에 다니는 관계로 해외출장이 꽤 잦은 편입니다. 그러니까, 이것도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오늘따라 왠지, 어째서인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어렸을 적 가끔 머리속을 울리던 경종마냥, 생각을 거듭하는 주마등마냥,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흘러넘치는 마음이 어리광을 부리게 만들고 맙니다.

「......안 가면 안돼?」

이렇게 말이에요. 정말 나답지 않은 일입니다.

이러면 타키가 날 싫어할텐데. 민폐일텐데.

「미안해. 최대한 빨리 돌아올테니까.」

타키가 제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하지만 오늘은 이것조차 반갑지 않아요.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나면, 그가 떠나버릴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따라 미츠하가 꽤나 오랫동안 고집을 피운다.

서로 어른이기에, 흔한 출장이기에, 미소지으며 보내줄 수 있는데도 어째서인지 그렇다.

타키 역시 1시간여를 달래주다간 지친 모양인지, 슬슬 시계를 보며 출국시각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못내 불만스러운 미츠하가 더욱 어리광을 부린다. 그런 악순환의 연속.

결국 타키 역시 조금쯤은 화를 낼 수밖에 없게 되어선,

미츠하 역시 자기혐오와 체념과, 그리고 조금쯤은 칭얼거림과 분노를 담아 타키를 노려본다.

「......정말. 오늘따라 왜 이러는거야. 얼른 다녀올테니까, 미츠하.」

「......흥. 오든지 말든지.」

「미안해. 정말 미안하니까, 일단은 갈게. 출국시간 얼마 안 남았어. 전화할테니까.」

황급히 말을 늘어놓으며 대문밖을 나서는 타키의 뒤통수에 미츠하의 시선이 꽂힌다.

이윽고 문이 닫히자, 홀로 남은 미츠하는 자기혐오에 사로잡혀 머리를 쥐어잡는다.

 

바보같아. 어차피 갈텐데. 나 오늘 왜이러는걸까.

그야, 타키도 일이 있으니까, 우릴 위해 일하는거니까, 그정도쯤은 알고 있어.

「......」

왠지 그것때문만은 아닌 것 같지만, 이제와선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까지 타키 없인 못 살것만 같은 스스로가 된걸까. 불썽사나워.

이런 날 봤으니 타키가 날 싫어하게 되진 않을까.

「......흑.」

그런 일만은, 제발 없었으면 합니다.

 

 

미츠하는 지쳐 잠들었다. 타키는 이제 막 입국수속을 하는 참이다. 하지만―

「이런, 역시 늦어버렸잖아.」

투덜거리는 타키. 간발의 차로 입국수속을 놓쳐버렸다.

하필 주말인 탓도 있어서, 길게 늘어선 줄은 아무래도 한참을 기다려야 될 것만 같다.

「어디보자, 다음 비행기는...... 있긴 하지만, 직행이 아니네. 곤란한걸.」

아이슬란드행 비행기를 타야했던 타키로서는, 아침에 예약해둔 비행기편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그걸 타지 않으면, 어차피 이곳저곳 들르게 되는 이후의 비행기를 타봐야 도착은 내일이다.

「......뭐, 집에라도 돌아갈까. 잘된걸지도 모르겠네. 어차피 미츠하도 어딘가 안좋아보였고......」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거는 타키.

약간은 화가 났었기에, 미츠하를 놀래켜주고자 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다.

실은 그저 전화하고 싶다는 마음이 훨씬 크지만, 일단은 숨겨두기로 한다.

「......」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 왜일까. 불안감이 엄습한다.

혹시, 미츠하가 날 싫어하게 된 건 아닐까. 그런 종류의 공포가 타키를 짓누른다.

물론 그럴 리가 없다는건 알고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도 있다.

더할나위없는 행복을 갖고 있으니까, 언제나 불안해지고 마는걸지도 모른다.

「......큭.」

돈낭비인줄 알면서도 택시를 타는 타키. 최대한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다.

조금이나마 화났던 감정도 이젠 온데간데없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미츠하를 만나고 싶다.

 

 

 

「......말도 안 돼.」

역시 잠이 안 와요. 오늘 난 뭘 하면 좋을까요.

반사적으로 일어나서 TV를 켰습니다. 하지만 오전시간엔 딱히 볼 것도 없죠.

그냥 되는대로 채널을 돌리고 있었을 뿐이었어요. 하지만―

『긴급속보입니다. 아이슬란드행 XXX편 여객기가 이륙 도중 기체고장으로 인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현재 정확한 사고원인을 분석하고 있으며, 해당 여객기에는 141명의 승객과......』

몇 번을 봐도 틀림없습니다. 타키가 타고 간 비행기인 것 같아요.

눈물도 나오지 않습니다. 다시는 타키를 볼 수 없다는 불안감이 머리를 스쳐갑니다.

그럴 리가 없어. 휴대폰을 열어봅니다. 전화를 걸어봐야겠어요.

「......」

휴대폰을 여니 부재중 전화가 들어와있습니다. 타키가 전화를 했었던 것 같아요.

시간은...... 비행기가 추락하기 직전인 시각입니다.

장거리 여객기가 성층권에 진입하면 전화를 할 수 없다고 해요. 

항상 타키가 해외출장을 가면 그것이 불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전화를 했다는 것은―

「......마지막, 전화였구나......」

문자라도 남겨주지. 부재중 전화만 남겨주면 어쩌자는거야.

난, 왜 이 전화를 받지 못한 거야.

 

 

 

 

아파트 단지를 뛰어다니는 구둣발 소리가 울려퍼진다.

택시에서 황급히 내린 타키는 그야말로 집까지 질주하듯 올라간다.

집은 4층이고, 엘리베이터는 15층에 멈추어 서 있다. 그렇다면 뛰어올라가는게 빠르다.

「헉헉헉.......」

단숨에 뛰어올라가선, 현관문을 벌컥 연다.

「......」

미츠하가, 넋이 나간 듯 이쪽을 바라봐온다.

「......타, 타키......」

「다녀왔어. 결국 비행기를 놓쳐서 말야...... 하하. 너 때문이잖아, 어쩔거야.

  ......뭐 하지만, 오늘은 쉴 수 있을 것 같아.」

말하면서도, 미츠하를 바라보고 있는 타키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아무래도 미츠하가 심상찮다. 그렇게까지 화가 났던걸까. 불안감이 엄습한다.

「......저기, 미안해. 일정 때문에 조급해져서, 조금 퉁명스럽게 대했던 것 같아.

  나도 미츠하가 제일 중요하니까. 이렇게 된 거, 오늘 하루는 쭈욱 함께 있을테니까.

  그러니까 화 풀어줘. 응?」

하지만 미츠하는 여전히 넋이 나간 듯 흘러넘치는 눈물도 깨닫지 못한 채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제서야 타키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TV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는다.

『긴급속보입니다. 현재시각 10시 17분 아이슬란드행 XXX편 여객기가......』

「......」

순간 무릎을 꿇게 되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여객기는 내가 타려고 했던 여객기다.

아마도, 미츠하의 예기치 않은 응석이 없었다면 나도 지금쯤 사고에 휘말려있었겠지.

그리고, 분명 미츠하가 지금 울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괜찮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 역시 아마도 분명하다.

「......미츠하.」

다가가서 미츠하를 살며시 끌어안아주는 타키. 신발도 벗지 않은 채이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괜찮아. 나 여기 있어.

  하하, 덕분에 살았구나. 고마워. 그러니까 울지 마, 응?」

「......흑...... 타키가 있어......」

미츠하가 타키의 품에 안겨 오열한다. 

타키 역시 왠지 눈물이 나와, 두 사람은 햇빛이 스미는 조용한 거실에서 언제까지고 울고 있었다.

 

 

 

「......으음...... 지금 몇 시지......」

어스름한 빛을 보아하니 저녁때인 것 같다. 타키는 침실의 침대에 누워있다.

아마 그대로 울다 지쳐, 두 사람 다 침실에 가선 부둥켜안고 잤던 것 같다.

미츠하가 타키를 꼭 끌어안곤 잠들어선, 타키 역시 갑자기 벌어진 일들에 피곤해져서 잠들었던 것 같다.

「......」

근데 왠지 허리께가 무겁다. 어깨가 좀 결리기도 하고. 아무래도 좀 피곤했던걸까.

잠이 덜 깬 타키가 눈을 비빈다. 그러고보니, 천장이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타키......」

어느새 내 위에 올라와있는, 미츠하가 보인다. 보이기 전에 느껴진다.

청바지를 입은 미츠하의 무릎과 허벅지가 내 허리를 조여오고 있다. 아마도 자각은 없겠지.

무겁다기보다는, 묵직해서 안심이 된다. 실은 그렇게 무겁지도 않다. 감당하고 싶은, 짊어지고 싶은 무게감이다.

「......너, 뭐하는거야.」

쓴웃음을 짓는 타키. 울다 지쳐 잠들더니 이젠 저런 표정이라니. 이건 반칙이잖아.

「......그, 그게...... 에헤헤......」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는 미츠하. 하지만 왠지 또 운 것 같은 얼굴이다. 눈가에 눈물이 어려있다.

「무슨 일 있었어?」

「그, 침대에서 떨어져서...... 아무것도 아냐.」

또 나쁜 잠버릇 때문인지, 침대에서 굴러떨어진 모양이다.

「일어나보니 타키가 없는거야...... 혹시 타키가 돌아와준게 꿈이었던건 아닐까...... 싶어서......

  너무 불안해서 일어나보니 타키가 침대에 있었어...... 그래서......」

그렇게 된 모양이다. 이제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눈치의 타키.

「괜찮아. 나 여기 있어.」

미츠하의 손을 잡아준다. 미츠하 역시 헤실거리며 웃는다.

하지만, 서서히 정신이 들어보니 이건 과연 어떠려나. 

미츠하가 귀여운 건 사실이지만, 남녀가 같은 침대에서 이런 자세는 좀......

「그, 근데 말야. 미츠하...... 저기.」

「......응?」

갑자기 멍한 얼굴이 된 미츠하가 그 자세 그대로 고개를 숙여온다.

오늘따라 너무 표정변화가 심한 미츠하. 스스로도 자각이 없는건지, 그대로 타키를 덮쳐온다.

「아니 그게......」

입술이 맞닿는다. 언제나처럼의 가벼운 키스가 아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듯한 키스.

미츠하가 마치 눈앞에 있는 타키를 새삼 확인하려는 듯 다가와서, 타키 역시 완전히 잠에서 깨어난다.

한동안 그러고 있었을까. 현실감각마저 사라져 붕 뜬 기분이 되어버릴 무렵―

「......타키, 좀 더 가까이......」

미츠하가 잠시 얼굴을 떼더니 몸을 맡겨온다.

그야 그런 일을 겪었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나로서도 워낙에 정신이 없지만.

하지만 어떻든 난 여기 있다. 미츠하 역시 내게 안겨 있다.

그렇다면, 앞일은 어떻든 현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응.」

타키가 미츠하를 끌어안아준다. 드디어 안긴 미츠하는, 마음으로부터 안심한 듯 더욱 힘을 빼며 몸을 맡겨온다.

미츠하의 뒷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어깨를 끌어안아주다가, 슬며시 한손으로 브래지어 끈을 풀어준다.

헐렁한 니트를 입은 미츠하의 속옷이 침대 저편으로 내던져진다. 온기를 머금은 채 이쪽을 바라본다.

「앗...」

이미 달아오른 미츠하는 어딜 건드려도 반응해온다. 첫날밤조차 이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몸을 섞는 것이 어떤 행복인지 모르던 그때와,

앞으로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지금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미츠하에게는.

「타키...... 부끄러워......」

드물게도, 아니 사실은 처음이지만, 미츠하가 덮쳐오며 몸을 섞는다.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미츠하의 드러난 어깨에서 김이 솟아오르는 것만 같다.

격렬하게 움직이면서도, 시선은 한결같이 타키의 눈동자를 향해온다.

가까이, 더 가까이.

「타키...... 사랑해...... 읍」

그런 미츠하가 사랑스러워서 어쩔 수 없어, 살짝 고개를 들곤 미츠하에게 키스한다.

잠시 움직임이 멈춘다. 미츠하가 또다시 눈물을 흘린다. 오늘 너무 많이 우는 미츠하는 눈까지 빨개져있다.

타키가 자연스레 미츠하의 어깨를 잡으며 앉더니, 그대로 허리를 당겨온다.

「앗...... 타... 키...」

격렬히 안겨온다. 한동안 그런 시간이 지나간다. 어느새 노을도 모두 져선, 방은 자연스레 어두워져간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시간도 잊은 채 몸을 섞고 있다. 한동안 그러고 있던 타키가 문득 미츠하를 밀어젖힌다.

다음 순간 미츠하를 따라가며, 침대에 거꾸로 누운 미츠하의 손을 쥐어잡으며 말한다.

「실은...... 이제 미츠하가 날 싫어하게 된 건 아닐까 걱정했어. 그건...... 좀 곤란해.

  아니, 많이 곤란해. 난 미츠하가 없으면 안 되니까.」

미츠하가 우는건지 웃는건지 모를 복잡한 표정으로 가까운 거리의 타키를 바라봐온다.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또다시 울고 있다.

눈물을 닦아주려고 타키가 왼손을 들자, 미츠하가 잡혀있던 오른손으로 타키를 꼬옥 안아온다.

「나도...... 타키가 없으면 안 돼. 날 떠나지 말아줘. 응?」

「걱정마. 대신 너도 날 떠나면 안돼.」

「응...... 헤헤......」

비로소 두 사람은 평소처럼 웃는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걸까. 새삼 피곤함이 묻어나오는 두 사람의 미소.

하지만 겨울해는 이제 막 졌을 뿐이라, 아직 6시도 안 된 시각. 저녁시간까지는 꽤나 여유가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아직 서로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

「......그, 그럼...... 계속할까?」

「응!? 어, 그게......」

귀뿌리마저 새빨개지는 미츠하 씨. 오늘 변화가 너무 심하신 것 아닙니까.

하지만 대답 대신 어떻게든 고개를 들어 맞닿아오는 미츠하의 마음은, 뭐 정해져있는 것 같다.

타키가 그런 미츠하를 쓰다듬어주며, 부드럽게 맞닿아간다. 

그렇게 식사도 무엇도 잊은 두 바보 커플의 저녁이 저물어간다. 

다음날 아침 같은 일을 반복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뭐 나중의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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