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 / 2023. 5. 16. 23:54

지나쳐온 리듬게임

 

초창기 펌프에 수록되어 있었던 서태지와 아이들 - 우리들만의 추억.

 

많이들 밟는 인기곡이야 터키행진곡이나 베토벤 바이러스 등이었고,

동네 펌프 좀 한다는 사람들은 다 슬램이나 라푸스를 밟고 있었지만

나는 이 노래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저 노트를 타이밍에 맞춰 밟는다는 액션게임의 범주에서 벗어나서,

차분하게 진행되는 전주와 신나게 허리를 돌리게 만드는 랩파트를 지나

노래를 즐기고 노래에 담긴 메시지를 창작자와 공유하고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느낌.

 

펌프에는 BPM을 올려서 채보의 난이도를 올리는 러시모드가 따로 있었는데,

서태지와 아이들은 이 노래의 러시모드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러시모드가 막혀있었다.

채보도 본인들이 직접 찍었다는 후문...

 

 

길을 다니며 음악을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맞추고 손을 흔들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듣는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어 이때문에 항상 헤드폰을 달고 살게 되었는데...

때문에 여태까지 리듬게임을 즐기며 리듬게임을 대하는 자세 역시 항상 그런 식이었다.

음악을 즐기고 음악을 되새기며 그 시간을 곱씹어보는...

 

 

 

 

 

 

이 노래는 아래쪽 발판으로 밟는 노트 (맨 오른쪽 노트) 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박자로 나오는 채보를 가지고 있다.

자연히 손과 발이 따로 놀게 되는데, 노트를 어떻게 쳐내려고 하기보다는 박자에 몸을 맡기면 되는 노래였다.

EZ2DJ에 달리 어려운 곡은 많았지만 음악을 즐긴다는 차원에선 역시 이 노래가 가장 기억에 남아있다.

 

 

 

 

 

 

 

펑키한 세션을 롱노트로 따라가는 구성.

아슬아슬 쏟아지는 폭타도 나쁘지 않지만, 이렇게 한 마디씩 느긋하게 따라가는 구성이 좋다.

 

DJMAX 포터블은 PSP 게임이었기 때문에 지하철 타고 어디론가 가면서 즐기는데에 무리가 없었다.

리듬을 타면서 어디론가 향하는건 또다른 경험이었다.

 

 

 

 

 

 

 

 

 

유비트로 접했던 스미다강 여름연가隅田川夏恋歌는 두가지 인상깊은 포인트가 있었는데,

하나는 보컬인 ALT가 2002년에 제작된 음성합성엔진이었다는 부분,

나머지 하나는 마치 스미다강의 흐름을 연상케 하는 좌상단에서 우하단으로 흘러내리는 탁류채보였다.

 

가만 뜯어보니 과연 가사에도 느낌이 있었고,

리듬게임에 등장하는 음악에 서사가 결합하는건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당시 보스곡은 Evans라 이걸 더 많이 쳤지만,

결국 기억에 남은 곡은 스미다강 여름연가였다.

 

 

 

 

 

 

 

 

2010년대 초에 발매된 Deemo는 또다른 경험이 담긴 게임이었는데,

스토리 기반으로 철저히 기획된 리듬게임이었다는 점이다.

모든 곡이 피아노곡으로 구성되어 있고,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순서대로 해금되는 방식.

정작 스토리를 대사를 통해 일일이 알려주지는 않는다. 노래 하나하나에 메시지가 담겨있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피아노곡 좋네 하면서 플레이하다 차츰 제작사의 의도를 알게 되는 게임이었다.

엔딩을 보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처음 들었던 노래들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04년도에 발매된 심포닉 레인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소녀레이는 주제의식이 주제의식이다보니

초반부터 좌우 슬라이드 롱노트가 반복되는데,

양손의 거리가 가까워지지만 결코 닿지는 않는 노트배치가 반복된다.

후반부의 롱노트는 처음 보면 반드시 틀릴 수밖에 없는 패턴인데, 완전히 격졀되어있는 거리감을 느끼게 만드는...

 

프로세카는 사실 인상깊은 채보가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에 꼽자면 끝이 없다.

엄선된 음악리스트라는 점도 있지만, 채보 역시 세월이 지나며 노하우가 쌓였으니...

롱노트로 그림을 그려놓은 채보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세션의 리듬감을 잘 살려놓은 채보가 많다.

 

 

 

리듬게임은 플레이방식이 참 다양했다.

 

팝픈뮤직은 좌우로 넓게 펼쳐진 키를 두드리고 있으면 뭔가 평상시보다 넓은 시야로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들었고,

때문인지 팝픈뮤직에 수록된 음악은 장르가 상당히 다양해서 넓은 시야를 갖게 해주는 면이 있었다.

기타프릭스나 드럼매니아처럼 기타나 드럼을 쳐보는 유사경험이 가능한 게임도 있었고,

태고의 달인은 사물놀이의 기억을...

 

하나 아쉬웠던 점은 오락실이라는 장소 특성상 소음이 심해서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기가 쉽지 않았다는건데,

물론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

장마철 흠뻑 젖은 채 들어가서 에어컨 쐬면서 서늘한 어깨로 리겜하는 맛도 있었지만,

지금 헤드폰을 쓰고 집에서 조용히 폰으로 프로세카를 코인 걱정없이 하고 있자면

참 사치스럽다는 느낌이 문득 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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