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데라三井寺, 히요시타이샤日吉大社

10월 30일, 교토.

전날까지의 강행군으로 굉장히 지친 상태였지만,

관성적으로 아침에 일어나보니 엉덩이를 뭉개고 있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

 

 

 

 

 

 

 

여행 도중 처음으로 킷사텐과 아침 라멘을 즐기며 여유를 부렸다.

원래 목적지는 카메오카의 이즈모대신궁이었지만,

그러려면 교토역에서 8시 20분에는 출발을 했어야 했다.

그렇다고 교토 시내 어딘가를 가기엔 이미 어딜 가든 사람으로 북적거리고...

 

 

 

 

 

 

 

해서 미처 다 못본 오오츠大津로 가볍게 이동.

교토에서 불과 20분 거리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한적하다.

 

 

 

 

 

 

 

교토로 향하는 수로.

교토의 용수는 전통적으로 비와호에서 끌어왔기 때문에 중간지점인 오오츠에 수로가 있다.

봄에는 벚꽃 명소인 모양인데...

 

 

 

 

 

 

미이데라三井寺 입구에 있는 미오 신사三尾神社.

토끼띠에게 영험한 신사라는 모양이다.

 

 

 

 

 

 

 

가볍게 경내를 둘러보고 출발.

 

 

 

 

 

 

 

미이데라 산문.

나중에 알고 보니 이쪽이 후문이었다. 반대방향으로 들어간 셈.

 

 

 

 

 

 

 

 

경치가 상당하다. 벌써부터 설렌다.

역사 깊은 천태종의 사찰...

일전에는 엔랴쿠지延暦寺밖에 보질 못해서 내내 신경이 쓰였다.

 

 

 

 

 

 

 

관음당観音堂에서 내려다본 오오츠 시내와 비와호.

엔랴쿠지에서 내려다본 비와호도 대단했지만 이곳 경치도 상당하다.

시내와 가까운 만큼 좀더 근거리에서 보는 맛도 있었다.

 

 

 

 

 

 

 

관음당.

 

정문에서 들어왔으면 이곳이 마지막 차례인 모양인데,

옆에서 중년의 일본인 부부가 어느 쪽으로 가야하는지 내게 길을 묻길래

역순으로 가면 된다고 지도를 짚어가며 설명드리는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관음당에서 나오니 바로 위치한 비샤몬도毘沙門堂.

 

 

 

 

 

 

 

산사의 가을 경치가 정말 좋았다.

 

 

 

 

 

 

 

 

사찰 곳곳엔 엔친円珍, 지증대사智証大師의 훈계가 적혀있었다.

엔친은 9세기의 천태종 승려로, 엔닌 등 8인과 함께 당唐으로 불법佛法 유학을 떠났던 승려로

귀국 후 이곳 미이데라의 주지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부처와 같은 불성佛性이 반드시 있다. 그점을 미처 깨닫지 못하기에 헤메고 괴로워하며 죄업 많은 세상을 거듭하며 그로 하여금 또다시 괴로워한다. 그러면서 부처와는 별개의 인격자, 별개의 불국佛國이 있다고 여기지만 스스로의 마음속에 있는 불성에는 헤메임, 괴로움이 없다. 때문에 부처나 불국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이치를 알지 못하기에 욕심이나 감정을 일으키며 괴로움의 원천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매듭을 보고 뱀이라 여기며 의심이나 증오를 가지기에 이 세상이나 다른 사람이 마치 귀신처럼 눈에 비치는 것이다.

 

 

 

 

 

 

 

 

고즈넉한 산사 경내.

 

 

 

 

 

 

지나가다 보면 보이는 삼중탑.

 

 

 

 

 

 

 

 

 

1601년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가 미이데라에 기증한 불탑.

원래는 나라현 요시노의 한 사찰에 있던 동탑인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후시미성伏見城에 옮겨놨던걸 다시 이곳 미이데라로 이동시켰다 한다. (...)

 

 

 

 

 

 

 

무로마치 시대에 건립되었다는 선종 양식의 창고.

천태종 미이데라에 선종 양식의 창고가 있는 까닭은,

야마구치현의 한 사찰에 있던 것을 1602년 모리 데루모토毛利輝元가 이곳으로 이관시켰기 때문이라 한다.

1602년이면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인데... 무슨 까닭일까...

 

 

 

 

 

 

 

중요문화재 영종당霊鐘堂.

나라 시대에 제작된 범종이라 한다.

 

 

 

 

 

 

 

별칭이 벤케이종弁慶鐘인데,

 

 

 

 

 

 

 

이름의 유래가 된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종은 10세기 전반에 비와호의 용신으로부터 기증받은 물건이라 하는데,

예전에 미이데라가 히에이잔比叡山과 분쟁이 있어, 히에이잔의 무장 승려 벤케이가 미이데라를 공격해 들어와

이 종을 빼앗아 히에이잔까지 끌고 가고 있자니,

종에서 「이노ㅡ 이노ㅡ」(카에리타이노帰りたいのㅡ) 라는 소리가 울려퍼져서,

「그렇게 미이데라로 돌아가고 싶으냐」라며 종을 골짜기로 집어던졌다 한다.

그때 생긴 흠집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

 

그 이후로 미이데라에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닥칠 때즈음엔,

그 전조로 종의 표면에 땀방울이 맺히거나, 종을 울려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하여

이 종은 미이데라를 수호하는 영종霊鐘으로서 소중히 전해져왔다 한다.

 

 

 

 

 

 

 

가을 하늘 아래 경내 어디를 봐도 아름답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정원이라고 한다.

봉래산과 그곳에서 사는 불로불사의 선인을 묘사하였다고.

 

 

 

 

 

 

 

지나치기 쉽지만 이곳 역시 중요문화재로,

각각 덴지天智, 덴무天武, 지토持統 세 천황의 출산 직후 목욕을 이곳에서 했다 한다.

특히 덴지 덴노는 다이카 개신 등으로 상당히 주요인물이라 흥미로운 곳이었다.

 

덴지 덴노는 7세기 인물, 다이카 개신은 645년이니

그렇게 생각하면 나라의 토다이지東大寺보다도 훨씬 연원이 깊은 사찰인 셈이다.

혹은 어쩌면 이곳은 미이데라가 본격적으로 건립되기 이전

오래전부터 이 토지에서 신성시되던 우물이기도 했던건 아닐까.

 

 

 

 

 

 

 

금당에서 산문 쪽으로 내려다본 경치.

 

 

 

 

 

 

 

국보 금당金堂.

덴지 덴노와의 인연 이래 1300여년을 이어져 내려온 미이데라의 총본당.

여러 부침을 거듭해온 이 본당의 현재 모습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정실인 기타노만도코로北政所의 후원으로 건립된 것으로,

따라서 모모야마 시대桃山時代의 양식을 잘 보전하고 있기에 국보지정되었다 한다.

 

안쪽에서 다양한 전시도 볼 수 있었지만 촬영금지라 사진이 없다.

 

 

 

 

 

 

 

본당에서 내려오면 보이는 식당.

말 그대로 당시 승려들의 식당으로 쓰였던 건물이라 한다.

본당에서 법회를 보고 후다닥 뛰어내려와서 밥먹었을 생각을 하니 재미있다.

 

과연 이름난 사찰답게 볼륨이 큰 곳이었다.

느긋하게 하나하나 다 돌아보면 반나절은 족히 걸릴 것 같은데...

가볼 곳이 너무나도 많다.

 

 

 

 

 

 

 

 

미이데라를 나서 전철 타러 가는 길에 오오츠시청을 지나쳤다.

 

 

 

 

 

 

 

 

이시야마사카모토선石山坂本線 플랫폼도 나름 정취가 있었다.

지방의 한적한 사철...

 

 

 

 

 

 

 

종점인 사카모토히에이잔구치역坂本比叡山口駅.

JR역인 히에이잔사카모토에 비해 약간 더 높은 곳에 있어 히요시타이샤, 엔랴쿠지 등으로의 접근이 조금 더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교토에서 오기에는 JR로 오는 것이 훨씬 빠르지만,

이번처럼 미이데라를 들리거나 혹은 오미 신궁을 들리면 또 이런 재미가...

 

 

 

 

 

 

 

사카모토는 오랜만에 봐도 운치가 있었다.

 

 

 

 

 

 

 

 

히요시타이샤日吉大社 입구.

저번에는 시간관계상 보지 못했는데...

 

 

 

 

 

 

 

먼저 동본궁東本宮부터.

 

 

 

 

 

 

 

국보지정 히요시타이샤 히가시혼미야혼덴日吉大社東本宮本殿.

1595년에 서본궁과 함께 재건되었다 한다.

 

히요시타이샤는 전국 3800여개 히요시日吉 · 히에日枝 · 산노山王신사의 총본산으로,

타카야마에서 보고 온 히에신사日枝神社의 본사이기도 하면서

나나오에서 보고 온 오오토코누시신사大地主神社 역시 히요시타이샤를 본사로 하니 인연이 있는 셈이다.

 

2100년 전에 건립되었다 전하는 히요시타이샤는,

헤이안쿄 천도 당시 이곳이 헤이안쿄의 동북쪽, 즉 일본에서 전통적으로 불길하다 여기는 귀문鬼門에 해당하는 고로

수도에 닥칠 수 있는 재앙을 미리 쫒는 신사로서,

그와 동시에 히에이잔 엔랴쿠지比叡山延暦寺의 초입에 있는 신사로서 오랫동안 신앙을 끌어모은 신사다.

 

 

 

 

 

 

 

세월 오래된 유서깊은 신사인 만큼 어딜 보아도 단아하다.

 

 

 

 

 

 

 

도중 살짝 구름이 끼었는데 다시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마침 좋은 느낌.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히요시타이샤 셋샤 시라야마히메신사 본전日吉大社摂社白山姫神社本殿.

히요시타이샤의 제신과 인연이 있는 제신을 모신 곳으로, 마찬가지로 1595년에 재건되었다.

 

 

 

 

 

 

 

경내 어디를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어서 히요시타이샤를 나서면 보이는 구 치쿠린인旧竹林院.

엔랴쿠지의 승려가 고령이 되어 거동이 불편해지면 이곳에서 기거했다 전한다.

 

 

 

 

 

 

치쿠린인 하면 아라시야마에도 있지만,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다.

 

 

 

 

 

 

 

2층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절경.

 

 

 

 

 

 

 

직접 정원을 거닐어본다.

 

 

 

 

 

 

 

조성된 정원 사이로 녹음이 어우러져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정원 사이 따로 마련되어있는 노승의 기거지.

 

 

 

 

 

 

 

좋은 경치를 보고 나와 소바 한 그릇.

엔랴쿠지의 수행과 예로부터 관련이 있어 이곳 근처에는 소바집이 여럿 있다.

 

 

 

 

 

 

 

가을하늘이 청명하다.

 

 

 

 

 

 

 

오오츠에서 교토로 돌아가며.

 

결국 이번에도 오미 신궁近江神宮은 보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다음에 한번 더 와야 할 듯하다.

엔랴쿠지도 동탑만 보았을 뿐이니 다시 한번 더 가봐야 할 것이고...

느긋하게 산사를 보고 유래깊은 신사를 돌아보며 좋은 경치 속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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