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가도 3시간, 부산에서 가도 3시간 걸리는 영양군 영양읍.
접근성이 불편하고 대도시에서 이격되어있고 딱히 가서 볼 것도 없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좀처럼 맛보기 힘든 맑은 공기와 자연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용한 읍내, 마치 30년 전으로 회귀한 듯한 동네 인심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사진은 며칠 묵었던 호텔 앞.
호텔에 주차장이 없다... 대충 길가 주차자리에 대면 된다.


읍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연꽃공원.
건너편에는 여고가 있다. 놀러온 내 입장에선 경치가 좋지만 이거 벌레 꽤 많이 나올지도...
호수에선 평소 보기 힘든 갖가지 생물을 구경할 수 있다.


그런 호수를 내려다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우측 사진은 내려가서 찍은 사진.


100여년간 운영되어온 양조장을 카페로 개조한 곳.
일제시대 양조장 건물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도 재미있고,
여기서 판매하는 지역 특산 막걸리와 푸딩이 매우 맛있다.
막걸리 (쌀로 안 만듬) 이런게 아니라 제대로 쌀맛이 나는 막걸리.

영양에서 그나마 내세우는 관광자원 중 하나가 수비면 영양반딧불이천문대인데,
바로 옆에 나있는 수하계곡도 날것 그대로라 볼만하다.
여기서 좀더 상류로 올라가면 길도 없고 뭐 아무것도 없고... 거의 선사시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비면 자체가 영양군에서도 더더욱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6.25 당시 북한군이 진군에 지장을 느껴 점령하지 않은 관계로
수비면 주민 중 일부는 전쟁이 난 지도 몰랐다는 믿지 못할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이게 그 십승지인가 뭔가 하는 그거인가...

아시아 유일 밤하늘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답게 별이 아주 잘 보인다.
그야 사방에 아무것도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사진은 떠오르는 달을 찍은 것인데 실제로 매우 밝게 느껴진다.

읍내에 행복통닭이란 가게가 있다.
그냥 흔한 통닭집인데 맛과 가격이 흔하지 않다.
구체적으로는, 30년 전에는 흔했는데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맛과 가격이다.
멀쩡한 닭을 멀쩡하게 튀겨서 판매하고 있다. 영양 오면 야식은 거의 여기서 신세지게 되지 않을까...
사실 밤늦게 하는 가게가 여기뿐이기도 하다.

읍내 전통시장 옆에 있는 명보제과.
아침부터 하는 빵집인데 여기 빵도 마찬가지다.
30년 전에는 흔했는데 이젠 흔하지 않은 그런 빵을 판매하고 있다.
몇개 집어다 틈틈히 먹으면서 감탄을...

아침에 잠시 일월산 쪽으로 가봤는데 꾸며놓긴 잘 꾸며놨다만 역시 산길을 계속 타니 좀 힘들긴 하다...
한때는 탄광이 있던 곳으로 60년대까지만 해도 상당한 생산량을 보였던 모양.

한국의 흔한 읍내지만 크게 다른 점은, 걷다보면 새소리가 난다는 부분이다.
읍내에서 새소리 들을 수 있는 곳은 그리 흔하지 않다.



이곳 여고생들의 꿈과 희망일지도 모를 이탈리안 식당.
영앙 사과피자와 영앙 고추파스타를 주문해서 먹었다.
동네가 동네이기 때문에 과일 채소 종류는 뭐가 됐든 맛있다.
맛도 괜찮았지만, 여기 살다보면 이런게 더더욱 땡기지 않을까...

영양과 청송은 그렇게 멀지 않기 때문에, 잠시 들러서 온천하기도 좋다.
청송읍내 솔기온천은 비록 시설은 옛날 목욕탕 그 자체지만 대단히 좋은 수질을 자랑한다.
미끈미끈거리는게 이거 진짜 온천이구나 실감케 하는 부분.


잠시 주왕산도 들르고...


영양읍내 가는 길에 있는 영양 산해리 오층모전석탑.
현존하는 모전석탑의 대부분이 안동도호부 근교에 있는데 이것도 그중 하나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지만 무려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사실 한국의 모전석탑은 벽돌이 아니라 멀쩡한 돌을 벽돌 모양으로 깎아낸거라
만들때도 힘들거니와 유지하는 것도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닌데,
그게 천여년을 거쳐 여태 남아있다는 점이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펜션을 나름 좋은 가격에 잡아서 하루 숙박.
한국의 펜션은 으레 거품가가 너무 심해서 잘 찾지 않는 편인데,
영양군답게 저렴한 가격에 합리적인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다.
문간에 왠 제비 두마리가...

펜션 내부도 널찍하니 조용하고 좋다.

영양읍내 호국공원에서 내려다본 읍내 일부 전경.
읍내에 전망대랄 것은 따로 없고, 이곳에서 전망을 내려다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첩첩산중 속 분지다보니 작년에 들은 나가노현 코우미小海가 생각나는 경관이었다.

읍내 고깃집에서 먹은 갈비탕.
이렇게 푸짐한 갈비탕이 참 얼마만인지...
갈비탕에 냉면 먹으려고 들른건데 옆테이블 전부 고기굽는거 보니 뒤늦게 고기가 당겼다.
다음에는 가서 고기 구워 먹어야지...
거의 만석이던데, 이동네 사람들의 저녁식사 코스인 모양이다.
사실 읍내가 그리 넓지 않다. 걸어다녀도 될 정도의 면적.
그런 한적한 곳에 있을 것은 다 있고, 근교에 대도시가 있는게 아니니 여기서 어떻게든 해결하고 땅에 뿌리를 딛고 살아간다.
한국 현대사 특징상 인구이동이 워낙에 많았던 탓도 있어, 사실 한국에는 지역색이 남아있는 곳이 흔하지 않다. 지역색이란 지역에 대한 주민들의 기억, 애정, 관습, 그런 것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어떤 종류의 특징적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대체적으로 그런 것이 흐릿하다보니 으레 사람들은 대도시로 몰리고 대도시에 살지 않더라도 어지간한 볼일은 대도시에 가서 해결한다. 동네에서 장사를 하더라도 어차피 한번 보고 안 볼 손님 대강대강 하게 되고 전국 어딜가나 파는 음식이 비슷비슷하다. 동네에서 살아가더라도 어차피 결국에는 떠날 동네니 동네에 애정이 있을 리가 없고 애정이 없으니 지역색이 생겨날 리가 없다.
영양읍은 그런 한국의 일반적인 모습에서 가장 먼 곳에 존재하는 동네였다.


마무리로 청송군 진보면에서 먹은 닭백숙.
왼쪽 사진은 닭불고기라는 음식이었는데 백숙보다도 저게 맛있었다.
가닿기가 좀 피곤하지만 사실 3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는 길도 아니고...
한번씩 가서 힐링을 해야지. 일단 6월에 또 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