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서 출발.
갑판 공간이 매우 넉넉하고 흡연장소도 있어서 주위 경치를 만끽하며 즐거운 기억이었다.
대한해협을 지나다가 마주한 일몰.
석식 조식 왕복으로 4번을 먹게 되는데
왕복 28,000원으로 가성비가 괜찮다. 뷔페식이다.
어차피 편도 17시간 항해 동안 밥을 먹기는 해야하니 괜찮은 선택인듯.
21시쯤 칸몬해협에 오게 되는데, 달빛이 무척 아름다웠다.
달이야 매일 밤마다 보는거지만 이렇게 갑판에 서서 바다에 비치는 달빛은 각별했다.
이곳이 단노우라 전투의 장소였다는걸 생각하면 더한층.
여기까지 몰린 헤이케는 이 달빛을 보며 여러 밤을 지새웠을테니...
객실에서 자고 일어나서 일출부터 보고 준비된 아침을 먹는다.
아카시해협대교의 경치는 정말 각별했다.
저 너머 아와지시마도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수선화 피는 해변엘 가보고 싶다.
카타오카 토모는 어째서 이곳을 종언의 땅으로 골랐는지, 왜 그래야만 했는지 가서 느끼고 싶은 기분이다.
이 경치를 보고 싶은게 배편을 고른 이유의 5할쯤 됐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 그 이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사카항에 도착하며 편도 일정이 종료된다.
8일 후, 오사카에서 부산으로 귀환하는 배편.
출발할 때는 설레임이었지만 돌아갈 때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8일쯤 여행했으면 집이 그리울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질 않았다.
다시 만나는 아카시해협대교.
여행중 건너편 해변가를 꽤나 걸어다녔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군데군데 눈에 띄는게 재미있었다.
돌아오는 배편에선 심심하지 않을까 했는데 우려와 달리 그럴 일은 없었다.
갑판에서 경치구경하다 때되면 밥먹고 노래자랑 구경하고 목욕하고...
다음에는 문고본이라도 하나 들고오면 더욱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세토내해에선 거의 흔들림이 없어 책을 읽어도 아무 지장이 없을 듯하다.
다음날 아침. 대한해협이다.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었다.
여기서부터 도착까지는 꽤나 배가 흔들려서 다들 배멀미로 객실에 뻗어있었다.
나도 기상 직후에는 어지러웠지만 갑판 위에 올라와있으니 그럭저럭 괜찮아졌다.
귀국후 해야할 일에 대한 생각들 때문이었을지...
오륙도가 보인다. 다 왔구나 싶다.
부산항.
팬스타크루즈는 가격적 이점도 있지만 그네들 말대로 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 자체가 여행이었다.
경치도 좋고 생각보다 심심할 일도 없고... 갑판 위에서 담배를 피우며 여행을 그리고 갈무리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단 왕복 34시간의 시간소요가 부담스럽긴 하니, 다음에 타게 되면 2주 이상의 일정을 잡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