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깨어진 조각 전편

※ 원작자분과의 협의 하에 게재하였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이 작품은 Pixiv의 ナル님의 「동갑내기 두 사람」시리즈입니다.

   (원작자 Pixiv 링크)

 

 

 

- 깨어진 조각 전편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최대 고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은 해피엔딩, 그것만은 보증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최종화까지 앞으로 5편 예정입니다, 조금만 더 함께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화가 없는 것도 아니고, 맞닿지 않는 것도 아니다.

마음의 문제가, 마치 기어가 맞물려 있긴 하지만 윤활유가 다 떨어진 것마냥, 그런 어색한 상황에 우린 놓여 있다.

 

「그럼 타키 군, 나 먼저 잘게.」

「응, 미안하지만 그래줘. 곧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잘 자.」

 

책상을 마주보고 뭔가 작업을 하고 있는 타키 군이 이쪽은 바라보지 않은 채 그리 말한다.

오랫동안 함께 살면서, 서로의 존재가 점점 당연한 것이 되어가는 것 역시 당연한 일.

처음엔 신경쓰던 부분도 어느새 그러지 않게 되고,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스스로의 시간 역시 소중히 하게 된다.

듣기에 따라 나쁘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상대방의 존재가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결코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 안 해.

 

「춥네……」

 

기온이 가장 낮은 이 계절, 이불에 들어와도 따뜻해지려면 시간이 걸린다.

이곳이 도쿄라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니까, 혼자 있을 땐 왠지 더욱 추위를 실감해버리는 것만 같다.

작년까지는 함께 이불에 들어오는 게 당연했었다.

추위에 떨면서도, 타키 군에게 끌어안겨 따스함을 느끼고, 서로의 차가운 몸에 놀라면서도 함께 웃는.

그런, 잠들기 전의 아주 잠깐, 그런 시간조차 요즈음엔 부쩍 줄어들고 말았다.

 

「추워……」

 

대학 3학년의 겨울, 각자의 진로를 향해 본격적으로 달려가기 시작하는 계절이고, 우리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나도 어느 정도 진로 희망은 결정해 두었기에, 이제부턴 후보군을 압축해서 얼른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타키 군에게서는 전혀 리액션이 없다.

 

앞으로의 우리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일일 텐데도.

 

…………

 

연말의 귀성 역시 언제나처럼 별다른 일 없이 끝났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개선되기는 커녕 점점 악화되는 조짐을 보였던 이번 귀성.

내 마음가짐의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무얼 말해야 할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조차 모르겠다.

오쿠데라 선배와 이야기를 나눈 뒤, 뭔가 바뀐 것만 같은 기분이었는데도 지금 이 모양이다.

 

그런 기분을 끌고 가버린 탓이었을까, 

요츠하와도 할머니와도 어딘가 대화 도중 맞물리질 않아서 결국 일이 있다며 도망치듯 도쿄로 돌아와버렸다.

 

마주치긴 커녕 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떨어져간다.

앞도 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멈춰있을 수만도 없다.

그 모습은 마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만 같아, 이젠 더 이상 혼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거란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타키 군이 위로해줬으면 해서, 

그저, 내가 있잖아, 

그런 말과 함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했을 텐데.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친정에서 돌아온 이후론 그 타키 군조차도, 

서로 무언가 맞물리지 않는 시간이 계속되어선, 

그 사실이 더더욱 날 몰아붙이고 있다.

 

타키 군의 태도가 변한 것도 아니고, 무언가 내게 싫은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내 마음이 전혀 전해지지 않는 것만 같다.

 

이런 적은 여태껏 없었는데.

 

때로는 다투기도 했었다.

그 때문에 말을 섞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그럴 때에도 마음만은 어딘가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라, 

누군가 먼저 사과하면 어느새 해결되곤 했었다.

 

한겨울의 거실은 난방을 틀어놓아도 몸서리치는 외풍이 조금씩 스며들어와선,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이 더더욱 얼어붙고 만다.

 

「타키 군?」

「응―」

「안 오는 거야?」

「지금 잠시만, 좀 바빠서.」

「그렇구나……」

 

모처럼 둘이서 보내는 휴일인데도, 우리 사이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거리감이.

그리고 그 이상으로 큰 벽이 가로막혀 있는 것만 같다.

거실 한켠의 책상에서, PC로 작업을 하는 타키 군의 모습은 요 근래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뭐하고 있냐고 물어봐도 “잠시만.”이라며 알려주지 않고, 

타키 군이 알려주지 않으니까 나도 무리해서 물어볼 수 없어선 주저하고 만다.

 

이런 부분에서도 느껴지는 우리 사이의 틈.

약간의 일그러짐이 점점 늘어나선, 언젠가 돌이킬 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버리는, 공포와도 같은 감각.

 

「하아……」

 

난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스스로를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데도 그에게 생각조차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그저 스스로의 껍질 속에 틀어박혀 있을 뿐.

 

함께 있고 싶은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점점 멀어지고 있을 뿐인데도.

 

…………

 

꿈속의 난 울고 있었다.

기쁜 걸까, 아니면 슬픈 걸까.

하나 알 수 있었던 건, 울고 있는 내 주위엔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친구도, 가족도, 친우들도, 그리고 정말 좋아하는 타키 군 조차도.

아무도 없는 그 곳에서, 난 그저 울고만 있었다.

 

…………

 

눈을 뜨자 익숙한 광경이 눈에 들어와선, 아직 물기가 남은 눈가,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난 울고 있었던 것 같다.

대체 왜 그런 슬픈 꿈을.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울기만 한다니.

만약 그게 현실이 된다면, 난 분명 견딜 수 없을 거야.

사람의 온기를 알아버렸으니까, 그런 건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어.

 

「일어났어?」

 

머리맡에서 들려오는 상냥한 목소리, 일어났을 때 슬픔과 동시에 느껴졌던 따뜻한 온기.

천천히 고개를 들자 부드럽게 미소짓는 타키 군의 얼굴.

 

「뭔가 악몽이라도 꾼 거야?」

「응……, 정말 무서운 꿈이었어……」

「그랬구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 손을 살며시 가슴에 끌어안았다.

이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이 조금이라도 따스해졌으면 좋겠어, 

가까이 있는데도 먼 것만 같은 이 거리를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타키 군에게 내 마음이 모두 전해졌으면 좋겠다며, 소원을 빌며.

 

「미츠하.」

「……응?」

「잠깐 나갔다 오지 않을래.」

 

그 말 속에 무언가 의미가 담겨있는 것만 같았다.

마치 타키 군의 결심 같은 무언가가.

 

분명 오늘이 운명의 날이구나.

나와 타키 군의 미래를 결정짓는 그런 중요한 날인 것만 같았다.

 

…………

 

집 안에 있는데도 춥다면 밖은 더 추운 건 필연인데도, 맞잡은 손의 온기가 날 따스하게 데워준다.

설령 함께 걷는 우리 사이에 아무 대화도 없다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전철을 갈아타며 둘이서 나들이.

어디로 가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타키 군이지만, 나 역시 굳이 물어보지 않는다.

 

기대어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게다가 아마도, 이제부터 어딘가에서 잔뜩 이야기하게 될 테니까.

창밖엔 경치가 흘러가고, 빌딩이 늘어선 그 풍경이 서서히 옷차림을 바꾸어간다.

펼쳐진 그 풍경과 바람과 잔잔한 물결들.

조금 낮게 자리잡은 겨울 햇빛이 물가에 반사되어선, 그 눈부심에 살짝 고개를 돌린다.

 

「여기서 내리자.」

「응.」

 

여기까지 왔다면, 목적지가 바다인 것이 틀림없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 의미 없이 온 건 아닐 것이다.

 

역에서 나와서도 우린 아무 말도 없다.

하지만 맞잡은 손에선 변함없이 타키 군의 따스함이 느껴지고, 

가끔 시선이 마주치면 부드러운 미소를 돌려준다.

 

포장도로를 빠져나와 백사장에 도착하니, 저 멀리서 들려오던 파도소리가 이젠 지척이다.

바다에 처음 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산골에서 자란 내겐 바다는 역시 어딘가 특별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도 한없는 푸르름도, 그 모두가 날 받아줄 것만 같은 그런 착각.

그리고,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에 대한 새삼스러운 실감.

 

「춥진 않아?」

「조금. 하지만 타키 군 손 따뜻하니까 괜찮아.」

 

바닷바람이 조금쯤 거칠어선,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머플러를 감고 있는데도 흘러들어오는 바람에 조금 떨리지만, 

그래도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니까 괜찮아.

 

「조금 얘기할까.」

「응.」

 

예상대로였지만, 타키 군이 무슨 얘기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미츠하와 함께 산지도 슬슬 3년째네. 사귀기 시작한 지는 5년 가까이 됐고.」

 

그 재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으니까, 

슬슬 대학교 3학년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우린 분명 그만큼의 시간을 보냈다.

말로 하면 긴 시간인 것 같지만, 떠올려보면 순식간이었던 것 같다.

그만큼 요 5년간의 시간의 밀도가 높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게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기 때문일까.

 

「원거리 연애를 하던 때엔 매일마다 미츠하를 만나고 싶어서, 

  실은 아르바이트에 열중해서라도 잊고 싶었던 때도 있었어. 

  그 땐 정말 괴로웠지만, 그래도 만났을 때의 기쁨은 그 이상이었으니까 힘낼 수 있었던 것 같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매일 타키 군 생각만 했어.

다음에 만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렸어.

만났을 때엔 너무 기뻐서 폭발해버릴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둘이 함께 살기로 결정하고, 이토모리에 가서 말씀드릴 때엔 정말 긴장했었던 것 같아. 

  그 때의 긴장감은 아직도 생생해.」

 

내가 도쿄에 가선, 타키 군과 함께 사는 걸 허락받으려고 아버지를 만나러 갔던 그 때.

 

사무적인 그 대응에, 나 역시 사무적인 반응을 돌려드렸다.

1초라도 빨리 그 공간에서 떠나고 싶어서, 모든 걸 외면했다.

 

「대학생이 되고 미츠하와 함께 살기 시작해서, 어쨌든 정말 매일매일이 즐거웠어.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있어서, 돌아오면 미츠하가 기다리고 있어서. 

  물론 내가 기다릴 때도 있었지만, 그런 시간도 내겐 소중했어.」

 

나도 마찬가지야.

매일이 행복해서, 마음에 가득해서, 언제나 들뜬 마음이었어.

이런 시간이 계속되면 좋겠다며 얼마나 빌었는지 몰라.

 

「그런 생활이 이어지며 행복했지만, 한편으로 난 조금 불안하기도 했어. 

  처음엔 작은 불안이었지만 조금씩 커져서, 요즘엔 그 불안에 짓눌릴 것 같은 때도 있었어.」

「불안……?」

「응.」

 

타키 군이 느끼는 불안은 뭘까.

꽈악 쥔 이 손은, 과연 타키 군이 쥔 걸까 내가 쥔 걸까.

어쩌면 둘 다 꽉 쥐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츠하의 마음이 보이질 않아.」

 

그건 어쩌면, 여태껏 들어온 타키 군의 말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말인지도 모른다.

 

「알려고 할수록, 가까워지려 할수록 점점 멀어져서 보이질 않아.」

 

그럴 리가 없어.

왜냐면 난 이만큼 타키 군을 좋아하는걸.

이만큼이나 내 마음을 보여주고 있는걸.

 

「저기 미츠하. 미츠하는 무슨 마음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귓전을 맴도는 파도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것만 같다.

마치 이 세계에 혼자 버려진 듯, 눈앞의 타키 군조차 느껴지지 않는, 그런 감각.

 

「난……, 난 타키 군이 좋으니까……」

「그건 알고 있어. 아플 만큼 느껴져. 

  하지만 내가 알고 싶은 건 표면적인 얘기가 아니라, 좀 더 안쪽의 마음이야.」

 

타키 군의 그 말에, 무언가가 끊어지는 것만 같았다.

 

「표면적이라니 무슨 소리야!?」

 

정신이 들자 이미 튀어나와버린 목소리.

 

「왜 그런 말 하는거야! 내가 타키 군을 좋아하는 마음은 표면적인 게 아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언젠가 생각했던 것.

아마 한 번 폭발해버린 감정은 두 번 다시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우려.

오쿠데라 선배는 괜찮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지만, 

그래도 불안이 지워지질 않아서, 오늘까지 쭈욱 담고 있었던 이 마음.

 

「난 타키 군이 좋아! 

  타키 군이랑 함께 있을 수만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없어!」

 

감정이 말이 되어 넘쳐흐른다.

이젠 멈출 길 없는 이 마음은, 이성을 삼켜버리곤 멎을 기미조차 없다.

 

「근데 왜 알아주지 않는 거야!? 

  왜 아직까지도 타키 군은 앞으로에 대해 얘기해주지 않는 거야!? 

  타키 군은 나랑 함께 있기 싫은 거야!?」

 

내 말에 내가 떨고 있다.

만약 지금, 함께 있기 싫다는 말을 들어버리면, 난 어떻게 될까.

아마, 그런 말을 들으면 난 더 이상 살 수 없어.

타키 군이 도와줘서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지만, 거기까지일 거야.

그것만은 틀림없다고 생각해.

 

「나, 난 그것만으로 충분한데……」

 

작아져가는 목소리에 오열이 섞인다.

맞잡은 손은 어느새 떨어져선 우리 사이의 거리를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게 미츠하의 속마음이야?」

「응……」

「나랑 함께 있을 수만 있으면 그걸로 괜찮아?」

「그렇다고 했잖아!」

 

같은 말을 물어봐선 또다시 목소리가 커진다.

대체 타키 군은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이렇게까지 얘기해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그 모습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결말.

 

「나만 보며 함께 산다는 건, 의존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 게다가 상당히 중증이잖아.」

「그건……」

 

그건 지금까지 몇 번이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누군가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니, 의존이 아닌 그 무엇도 아니다.

자각은 있고, 벗어나기 위한 방법도 찾아보았다.

오쿠데라 선배와 이야기를 나눈 바론, 그 해결방법은 아마도 스스로의 과거를 응시하는 것.

즉 내가 안고 있는 어두운 과거와 마주볼 필요가 있다는 새로운 인식.

하지만 그걸 실행하진 못했다.

 

「의존하는 이상 진정한 행복은 없을 거야.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

 

파도소리가 조금 전보다도 더 크게 들린다.

아직 날은 밝은데도 눈앞은 새까맣다.

광대한 어둠 속에 내던져지고 있는 것만 같다.

 

「행복이란 건 상대방을 존중함으로써 시작되는 거 아닐까?」

「난 타키 군을 존중하고 있는걸……」

「존중이란 건 상대방을 존경하며 진지하게 생각해 준다는 거잖아. 

  서로에게 기대어서 이루어지는 관계랑은 정반대라구.」

「그런 건!」

 

그런 건 이상론일 뿐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커플이 서로를 존중한다는 건 말도 안 되고, 의존하는 커플이 없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둘 중 어느 쪽이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행복의 정의 같은 건 각자 다른 거니까, 

타키 군 말대로 서로를 존중하는 커플이 있다 한들 진정 행복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건 아닐까.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저기 미츠하. 좀 더 세계를 넓혀보자. 미츠하의 주위엔 지금 나밖에 없잖아. 

  나 말고도 우리 주위엔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타키 군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날 지탱해준 사람은 많다.

할머니와 요츠하, 텟시와 사야찡, 오쿠데라 선배, 많은 친구들, 

그리고, 지금은 더 이상 마음이 통하지 않게 된 아버지와,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어버린 어머니.

그런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내게 가장 소중한 건 타키 군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내게 필요한 건 타키 군이라는 이 사실은 변하지 않아.

 

「잘 모르겠어?」

「알고 있어…… 하지만, 난 타키 군이……」

 

타키 군의 말은 결코 날 머리위에서 짓누르듯 설득하려는 말투도, 떨쳐내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저 상냥하게 내게 말을 걸어주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납득하기 힘들다.

이해할 수 없어.

감정의 온도차가 너무 커, 어째서인지 그렇게만 느껴져.

 

「이대로 나아가면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후회 안 해. 걸려 넘어져도, 뒤돌아보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난 타키 군만 있으면 나아갈 수 있어.」

 

숨겨진 말뜻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흥분하고 있는 건 아냐.

계속 의존하다간 주위에 아무도 안 남을거라고 말해주고 있다는 거, 충분히 알고 있어.

알면서도 이 마음을 굽힐 수 없는 건, 

내 마음 속 숨겨진 그 부분보다도 더 깊은, 

가장 깊은 곳조차도 타키 군을 좋아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타키 군의 다음 말에 나는 전율한다.

그건 더 이상 내게 있어선, 사망선고에 가까운, 

아니, 바로 그 자체였기 때문에.

 

「우린, 어쩌면 함께 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여기서 내 길은 끊겼다.

눈앞에 있는 타키 군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지난 편에서 원작자께 번역, 전달된 감상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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