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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Pixiv의 ナル님의 「너의 이름은.」단편입니다.
- 두 사람에 대한 생각
지난번에 올린 소설 역시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무척이나 기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번엔 요츠하가 본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이라기 보단 주로 미츠하 이야기입니다만.
주로 모놀로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 언니는 조금 이상하다.
어릴 적부터 쭈욱 함께 지낸 영향일까, 난 언니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어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신 일도 있었기에, 언니는 꽤나 성실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차이도 제법 있어서, 내가 철이 들 무렵엔 이미 미야미즈의 무녀로서 신사(神事)도 도맡고 있었다.
그런 언니지만, 어딘가 나사가 빠진 부분도 많다.
아침엔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상한 행동을 할 때가 잦다.
실수로 하겐다즈를 먹어버렸을 때엔―
“저주할거야.”
같은 말을 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명색이 신사의 관계자인 이상 그런 말은 안 했으면 좋겠는데.
실제로 사심 가득한 저주를 걸어버릴지도 모르니까,
그 이후론 언니 몫의 아이스크림은 실수로라도 먹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일전에, 언니의 친한 친구 분이 내게 언니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조금 생각한 뒤, 『조금 이상해요.』라고 대답하며 이건 실례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오히려 대단히 납득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언니이긴 하지만, 짊어진 중압감이 무겁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다.
미야미즈의 장녀, 무녀로서의 압박, 이장의 딸이라고 하는 그 중압감.
그렇기에 학교에 있을 때도, 마을에서 걸어 다닐 때조차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한다.
속마음을 드러내는 상대도 한정되어 있기에, 아니, 애초에 속마음을 드러내고 있긴 한걸까.
그럼에도 언니는 묵묵히 그런 것들을 견디고 있었다.
물론, 도쿄에 가고 싶다든지, 쿠치카미자케 같은 건 싫다든지,
이런저런 불평을 하긴 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꾸욱 참아왔다.
그렇기에, 난 언니에 대해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 그 이상으로 언니를 존경하고, 또 정말 좋아한다.
나 역시 언니처럼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언니가 매우 이상해진, 아니, 이건 아예 정신이 나가버렸다고 해도 될 정도로,
아무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상해져버렸던 시기가 있었다.
스스로의 이름을 모른다거나, 머리도 묶지 않고, 학교까지 가는 길을 모른다거나,
갑자기 멋진 요리를 만들어준다거나, 아침에 일어나선 스스로의 가슴을 주무른다거나,
기타 등등.
모습은 언니 그대로였지만 마치 딴 사람이 되어버린 것만 같은 그런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질려버린 적 역시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때의 언니는 평상시의 항상 무리하는 듯한 그런 모습이 전혀 없었다.
이상하다는 건 틀림없었지만, 스스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고, 감정을 제대로 표현한다고 하는.
여태까지의 언니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그런 모습이었다.
마치 딴사람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근본적인 부분은 같다고 생각했다.
포니테일로 정리한 머리를 한 채 책상에 턱을 괴고는 TV를 보는 모습.
느긋한 모습으로, 문득 눈이 마주치면 보여주는 부드러운 미소.
웃는 모습도 표정도 전혀 달랐지만, 그 눈빛엔 상냥함이 담겨있었다.
그래서 난 그런 언니 역시 정말 좋았다.
그리고 운명의 날.
내게 있어, 아니 우리에게 있어 인생의 많은 것이 바뀌어버렸던 사건.
혜성의 낙하.
그 날, 언니는 여태까지 이상했던 정도를 훨씬 뛰어넘어서, 갑자기 코사크 댄스를 출 것만 같을 정도로 이상했다.
오늘 혜성이 떨어질 거라고 말하고 다닌다거나, 초등학생에게 느닷없이 도망치라고 얘기한다거나,
심지어 아버지의 멱살을 잡는 등의 행동을 하고 있었다.
난, 마침내 이건 언니가 어떻게 되어버린 건 아닐까, 진심으로 걱정했을 정도였다.
그 전날엔 갑자기 도쿄에 가더니, 돌아와서는 그 길었던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렸다.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일은 분명 일어났다.
혜성이 이토모리에 떨어져서, 모든 걸 파괴해 버렸다.
그것이 우리 마을을 빼앗아가고 말았다.
미증유의 대재해.
천문학자조차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사태.
그렇다곤 해도, 이토모리에 살던 사람은 그 누구도 죽지 않았다.
우연히 있었던 방재훈련 덕분에,
그 피해권에서 벗어나 있었던 학교에 다들 모여 있었던 덕에 그 재해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언론에선 연일 그 기적에 대해 보도했다.
그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
그 정도의 재해가 일어났는데도 아무도 죽지 않았다면 그게 기적이 아니고 뭘까.
하지만 아버지는 우연히 있었던 방재훈련이었을 뿐이라고 완고하게 답변하셨다.
그 이외의 정보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어느덧 언론 역시 포기했는지, 혹은 시간이 지났기 때문일지,
더 이상 그 일이 화제로서 TV나 잡지에서 오르내리는 일도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날부터, 언니는 마음으로부터, 완전히 미소를 잃어버렸다.
집을 잃어버린 우린 도쿄로 이사하게 되었는데, 언니는 대학에 합격한 후 자취를 시작하였다.
겉으로는 동경해오던 도쿄에서 유유자적한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는 듯했지만,
어릴 적부터 언니를 봐온 나로선 그저 무리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 번은, 그런 모습을 보다 못해 언니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 거야?』
언니를 정말 좋아하니까, 걱정했던 것이다. 어떻게든 언니의 미소를 되찾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한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무언가 굉장히 소중한 걸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소중한 누군가를.
그래서 난 그 사람을 찾고 있어.』
아무런 요령도 없이, 그저 사막에서 바늘을 찾고 있다는 듯한 그런 대답.
본인조차 떠오르지 않는 그걸 내가 어떻게든 해주는 건 불가능하다.
다시는 언니의 미소를 볼 수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렇게 마음먹었다.
자주 전화했다. 휴일엔 방에서 죽은 물고기 같은 눈빛을 한 언니를 억지로 데리고 나왔다.
함께 밥을 먹는 횟수도 늘어갔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도 언니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혜성이 떨어진 지 8년.
그 날은 갑작스레 찾아왔다.
언제나처럼 방에서 데리고 나오려고 언니를 찾아갔더니, 지금 막 나가려던 언니와 우연히 마주쳤다.
『지금부터 데이트야.』
그 때의 내 마음도 한 번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결코 나쁘지 않은 용모, 아니 실은 미인인, 눈에 확 띄는 청초한 모습에 첫인상도 좋은 우리 언니.
사야 언니에게 들은 얘기론 고등학생 시절부터 꽤나 고백도 받아왔던 모양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항상 “당신이 아니에요.”라며 솔직하게 차버렸으니,
차인 쪽은 그야말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가 아니었을까.
그런 언니가 데이트를 하러 간다는 것이다.
도쿄에 혜성이 떨어진다는 뉴스보다도 놀라웠다.
다음에 소개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걸어가는 언니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대체 언제였는지도 잊고 있었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언니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그로부터 2주 정도 지난 어느 날.
나는 언니의 남자친구분과 만나게 되었다.
긴장이 되긴 했지만, 그보다도 언니의 미소를 되찾아준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다.
이 마음이 과연 감사하는 마음이었을까, 혹은 내가 할 수 없었던 일을 한 사람에 대한 질투였을까,
잘 모르겠다.
어쨌든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미츠하의 남자친구인 타치바나 타키입니다.』
잘생겼다든지, 언니보다 연하였다든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가장 먼저 느낀 건 그리움이었다.
틀림없이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고, 만난 적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어딘가 그립다.
그 위화감을 지우지 못한 채 이야기가 이어지는 중에, 난 언니의 표정을 관찰해 보았다.
무던히도 바뀌어가는 표정,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그 미소.
그런 언니를 내가 본 적이 있었던가.
남자친구분을 보니, 그런 언니를 상냥하게, 그리고 사랑스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 언니는 이 사람에게 모든 걸 맡기고 있구나.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이 사람에게라면 언니를 안심하고 부탁드릴 수 있겠구나,
언니는 이제 괜찮은 거구나,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그 때, 언니를 향하고 있던 남자친구분과 시선이 마주쳤다.
부드러운 미소.
그 눈매, 웃을 때의 표정, 그리고 눈빛에 담긴 상냥함.
“그렇구나, 이 사람이었구나.”
너무도 비과학적이라, 평소의 나라면 무조건 부정했을지도.
하지만 그 때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언니 안엔 이 사람이 있었다고.
몸이 바뀐다니, 소설이나 TV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다.
하지만 왠지 납득할 수 있었기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문득 깨달았다.
이 사람이 우릴 구해줬던 거야.
혜성 낙하로부터 우릴 도와주었던 것이다.
어떻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어도, 모든 걸 이해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시금 언니를 보고 있는 그 얼굴을 보았다.
두 사람이 말하지 않는다면 굳이 내가 말할 필요는 없겠지.
말해줄 마음이 들면 언젠가 제대로 이야기해 줄 테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이 말만 전해두자.
「고마워요.」
언니의 미소를 되찾아줘서.
그리고 우릴 구해줘서.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두 사람.
언젠가 제대로 감사하고 싶다.
마음으로부터, 고맙다고.
나도 그 때, 오랜만에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