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칠석날 비의 끝

※ 원작자분과의 협의 하에 게제하였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이 작품은 Pixiv의 ダニエル님의 「바꾸어놓은 세계의 끝에서」시리즈입니다.

(원작자 Pixiv 링크)

 

 

 

 

- 칠석날 비의 끝

날씨의 아이, 정말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호다카와 히나 둘 다 정말 사랑스러워서, 쓰고 싶다고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써버렸습니다.

히나 씨가 주도적인 듯한 것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실은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그런 모습도 좋을텐데 하면서.

영화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본편 마지막에서 그대로 이어져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재회 이후, 복잡한 감정 속에 조금은 진지한 이야기가 오가는 느낌입니다.

꽁냥거리기엔 아직 좀 시간이 필요하려나...?

아직 1번밖에 영화를 보지 못해 고찰이 부족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니 그 부분은 부디 용서해 주셨으면 합니다.

(역주 : 현재는 5번 봤다고 함)

 

 

 

 

「우린, 괜찮을 거야.」

그는 그리 말하며,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웃어보인다.

그 웃음에, 전에 만났을 때보다 조금 어른스러워진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긴다.

난 전혀 자라지 않았는데, 예전엔 비슷했던 시선을 지금은 올려다보게 되어서, 고개를 들지 않으면 호다카와 눈을 마주칠 수도 없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만난지 3년. 나의 십 수년 인생 중에 3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여태까지의 인생 중 가장 긴 3년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호다카는 분명 만나러 와줄거라 믿었으니까 버틸 수 있었다.

바로 그가, 호다카가 눈앞에 있다. 눈동자가, 목소리가, 머리칼이, 체취가, 정말로 내 눈앞에 있다.

그것만으로도 거짓말처럼 심장고동이 빨라져간다.

비에 흠뻑 젖었는데도 맞잡은 손으로 전해져오는 체온이 마치 직접 전해져오듯 따스하다.

비는 지금도 내리고 있다. 멈추는 일 없이, 쉬지 않고.

하지만 그 비를 맞아가면서도 몸이 뜨겁다니, 이상하다곤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왜 그래? 히나 씨.」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다카는 예전처럼 순진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비명을 지를 듯 멎으려는 심정을 억누르며, 간신히 웃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응? 아, 아무것도 아냐. 저기, 호다카가 좀 커진 것 같아서 놀라서.」

「아, 확실히 조금 자란 것 같기는 해. 히나 씨는……」

「하나도 안 자랐어!! 미안하게 됐네, 작아서.」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저기, 이전과 똑같아서 안심했달까, 내가 조금 더 커서 안심이라고 할까……」

멋쩍은 듯 뺨을 긁적이는 호다카. 키는 커졌어도 정신연령은 별로 자라지 않았구나.

「에이, 그게 뭐야. 어린애같아.」

「어린애같다니 뭐야. 이래뵈도 대학생인데?」

「나도 내년엔 대학생 된다 뭐. 아니 그보다 호다카, 저기…… 언제까지 손 잡고 있을거야?」

「앗 죄송합니다!!」

화들짝 놀란 듯 떨어지는 호다카. 그렇게까지 놀랄 건 없잖아, 약간의 불만과 함께, 갑자기 존댓말인 호다카에게 쓴웃음을 흘렸다.

「갑자기 존댓말이라니, 너무 놀라는거 아냐? 별로 싫었던 건 아니라구.」

「그, 그래?」

「그야 뭐, 그렇게 꼭 잡고 있으면 걷기 불편하잖아? 그러니까 자.」

여기, 아무렇지 않은 듯이 웃어보이지만 실은 꽤 마음졸이며, 다시금 호다카의 손을 잡고 걷기 시작한다.

「저, 저기. 어디로 가는 거야?」

「어디라니, 당연히 우리 집이지.」

「아, 아…… 그야 그러네.」

「응?」

뭔가 미묘한 듯한 말투의 호다카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흔든다.

「왜 그래?」

「아니, 저 아무것도 아냐. 아참, 선물 안 챙겨 왔는데.」

「후훗, 그런거 안 챙겨와도 돼. 아니면 또 라면땅이랑 감자칩으로 밥이라도 해줬음 좋겠어?」

처음으로 호다카가 집에 찾아왔던 때를 떠올리며 살며시 웃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자아이 집에 실례하면서 갖고 올 선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니 그건 저기,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서…… 오늘도 아무 준비도 못했는데.」

「그러니까 괜찮다는거야. 아니면 가는 길에 뭔가 사갈까? 마침 저녁때니까…… 아참.」

모처럼 호다카가 와줬는데, 대충 먹던 저녁밥으로 괜찮을까.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저기, 밥 먹고 갈거지?」

「만들어준다면 엄청 고맙지.」

「……좋아. 그럼 저기, 식재료가 좀 모자랄거 같으니까, 가는 길에 잠시 들러도 돼?」

그러니까 오늘쯤은 아낌없는 저녁식사도 괜찮겠지.

 

「이거랑 이거랑…… 저기 호다카, 돼지고기랑 닭고기 중에 뭐가 좋아?」

「음, 돼지고기려나.」

「응. 그럼 이걸로 할까.」

하나하나 정성들여 담는다. 카트를 끌고 있는 호다카에게 물어보며 메뉴를 궁리하고 있자니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아 그리운 마음이다.

그때보단 좀 더 커플처럼 보이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호다카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러고 보니 말야, 섬으로 돌아간 뒤엔 뭐하고 지냈어?」

「뭐, 딱히 아무것도 안 했어.」

「아무것도?」

「응, 아무것도.」

예상 외의 대답에 무심코 호다카를 바라본다. 그러자 호다카가 당연하지 않느냐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만 아무것도 안 했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

「아니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 아르바이트 할 곳도 없고, 부모님 앞에서든 학교에서든 줄곧 얌전히 지낼 수밖에 없었으니까.」

「아…… 그렇구나.」

섬생활에 대해선 잘 몰랐지만 아무래도 내 상상보다도 훨씬 시골인 모양이다. 호다카가 조용히 지낸 듯해서 안심이야.

「히나 씨는?」

「나? 난…… 뭐 이것저것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별일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나기도 있고, 스가 씨랑 나츠미 씨가 도와주셨거든. 누구 씨는 연락도 없었지만.」

쓸쓸했던 마음을 되돌려주듯 나름 심술궂은 말을 꺼내며 호다카를 올려다본다.

「앗, 그건, 저기…… 그게 뭐라고 해야할지…… 정말, 미안해.」

「반성은 하고 있어?」

「네,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럼 됐어.」

고개숙인 호다카를 보며 웃는다. 호다카가 연락조차 없었던 이유는 왠지 알 것 같다.

뭐 호다카니까, 민폐가 될지도 모른다거나 뭐 그런 생각이었겠지.

그러니까 이정도만 해둘게. 뭐 연락 못한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그런 얘길 나누며 장을 다 보고 집으로 향한다. 반반씩 나눠들고 있자니 왠지 가족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하다.

「다녀왔습니다. 어 근데 아무도 없네. 자 들어와.」

「으, 응. 실례합니다……」

조심스레 현관으로 들어오는 호다카. 처음 찾아왔을 때도 이랬었지 생각하며 젖은 머리를 닦아낸다.

「자, 호다카도.」

「고마워.」

계속 내리는 비 덕분에 타월을 현관에 걸어두게 되다니, 우스운 일이다.

「일단 냉장고에 넣자. 아직은 배 안고프지?」

「아직 괜찮아. 근데 여기 예전이랑 똑같네.」

방을 들여다보며 감회어린 듯한 호다카. 살고 있을 땐 당연하지만 오랜만에 오니 그리운걸지도.

「잠깐, 여자 방 들여다보지 말라구.」

「아 미안…… 근데 여기 히나 씨 혼자 쓰는 방은 아니잖아. 선배도 있는데.」

「그래도 안 돼.」

아쉬운 듯 돌아서며 스마트폰을 꺼내는 호다카.

그런 성실한 모습이 새삼 귀엽달까 그런 생각을 하며 식재료를 냉장고에 넣는다.

응, 호다카는 귀여워. 고지식하고 진지하고, 이거라고 정하면 쭉 달려가는 모습이라거나.

그 때는 버려진 고양이 같았지만 지금은 큼지막한 리트리버 같달까.

「됐다. 참 호다카, 뭐 마실래? 보리차밖에 없긴 한데.」

「아냐 괜찮아…… 아, 보리차라도 괜찮은데. 고마워.」

「응.」

짧게 대답하며 보리차를 꺼내들곤 그의 곁에 앉는다. 순간 놀라는 호다카를 옆눈길로 바라보며 유리컵을 내려놓고 차를 따른다.

「자.」

「고마워.」

살며시 보리차를 마신다. 째깍이는 시계, 조용한 빗소리, 서로의 숨소리만이 방안을 맴돈다.

이야기하고 싶은 건 잔뜩이지만, 이렇게 조용한 시간도 나쁘지 않아. 그런 생각이 들어.

「……저기, 히나 씨.」

「왜? 호다카.」

진지한 목소리에 나 역시 진지하게 대답한다.

살짝 고개를 돌려 호다카를 보고 있자니, 그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채 입을 열었다.

「나, 3년동안 말야. 이것저것 생각했었어. 시간만은 넉넉했으니까, 내가 한 일의 결과에 대해 생각했었어.

그리고 도쿄에 와서 이곳저곳을 봤어. 변하지 않은 곳도 있지만, 침수되어서 변해버린 곳도 봤어.」

「……응.」

이건 호다카의 고백이겠지. 사랑얘기가 아닌, 죄악감. 난 그게 딱히 호다카 잘못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말야, 그래도 난. 이기적일지도 모르지만, 히나 씨를 다시 만났을 때 그런 건 전부 잊어버릴 만큼 기뻤어.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더라도, 히나 씨와 함께인 게 좋아.」

「……응.」

「그래서, 그러니까 그건 내 잘못인 거야. 히나 씨와 살아간다는 길은 내가 선택한거야. 그러니까.」

「아냐 호다카, 그런게 아냐. 호다카가 선택한게 아냐.」

굳이 호다카의 말을 끊었다. 조금 놀란 듯 바라보는 호다카의 손을 꼭 쥐었다.

「우리가 선택한거야. 함께 선택하고 바라고 기도하고, 세계를 바꾸게 되더라도 함께 있고 싶다고. 그치?」

그러니까 이건 우리들의 잘못인거야.

지금도 여전히 창밖에 내리는 비. 호다카만의 잘못인 걸로 하고 싶지 않아, 그럴 수 있을 리 없잖아. 둘이 함께 짊어져야 하는 거야.

「히나 씨…… 응, 그러네. 함께…… 어? 저기, 히나 씨도 나처럼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 해줬다는 거야?」

「……하아…… 그야 당연하잖아. 맑음 소녀가 아니라도 된다고 해줬잖아.

맑은 하늘보다도 내가 더 좋다고. 나도 호다카랑 함께 있고 싶어. 간절히 바랬어. 호다카가 날 이끌어줬잖아.」

얼빠진 질문에 한숨과 함께 대답하며 웃어보인다. 응, 딱 이정도가 좋아. 호다카가 너무 멋지면 버티기 힘들잖아.

「어, 그건 그럼……」

「했던 말 또 시키지 마!! 나도 부끄럽단 말야……」

소근거리게 되잖아. 어느새 뺨도 뜨거운데, 이 이상 얘기했다간 호다카에게 들킬지도 몰라. 그러니까.

「그보다 호다카 얘기 좀 더 들려줘. 어느 대학 다니는지도 아직 못 들었는데.」

말하면서 살며시 기대본다.

비는 지금도 내리고 있다. 멈출 일 없이, 쉬지 않고. 하지만 오늘은 그 빗소리조차 왠지 조금은 기쁘게 들린다.

 

 

 

[각주]

⑴ 제목의 '칠석날 비의 끝'의 칠석날 비 (酒涙雨).

칠월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1년에 단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하여 흘리는 안타까움의 눈물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두 사람의 만남을 방해하기 위한 비라는 이야기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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