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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Pixiv의 ダニエル님의 「바꾸어놓은 세계의 끝에서」시리즈입니다.
- 그녀의 마음 속 푸른 하늘
날씨의 아이 후일담 그 세 번째. 호다카와 히나가 함께 축구응원가는 이야기.
무대인사에서 상처자국의 의미에 대해 감독님이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고,
이 이야기는 꼭 넣어야겠다 생각해서 넣게 되었습니다.
꽁냥거리는 이야기도 아무튼 넣기는 한 것 같아요.
다음 편이야말로 스가 씨와 나츠미 씨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그 다음은…… 그때 가서 생각하죠. 네.
(역주 : 현재 11화까지 나옴)
비. 두터운 콘크리트를 두들기는 비는 오늘도 그치지 않고 내리고 있다.
주위를 걷는 사람들 모두가 우의 혹은 우산을 들었지만, 누구 하나 비를 보며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은 없었다.
비가 온다 하여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은 누구 하나 없이, 마치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들이다.
개찰구를 빠져나와 어느 기둥에 기대어있던 난, 인파에 묻힌 채 스마트폰을 꺼내 시계를 응시하고 있었다.
「5분 남았네……」
앞으로 5분, 단지 5분 뒤면 히나 씨가 와줄 것이다. 역 앞에서 둘이 만나자는 약속.
데이트라기에는 무엇한 약속이지만, 그래도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30분 전부터 미리 나와 멍하니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그래도 이건 히나 씨 때문이니까. 갑자기 그런 말을……」
호다카. 나, 네가―…… 그 다음 말은 뭐였을까. 그런 생각이 하루종일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땐 셋이서 왁자지껄 떠들다가 해산하고 말았다.
현관에서 배웅해주던 히나 씨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내일 또 봐.」라고 말할 뿐이었다.
선배가 뛰어들어오기 직전, 그 진지한 눈빛을 떠올리며 의미를 찾아보려 한들
오히려 내 스스로의 희망사항대로 멋대로 해석하고 있는건 아닐까 불안해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단지 그 때, 그녀의 빨려들 듯한 물빛 눈동자에 틀림없이 마음을 빼앗겼던 것만은 확실하지만.
「……역시, 난.」
히나 씨가 좋아. 그런 말을 되새기며
「왁!!」
「우와앗!?」
순간 눈앞을 가로막은 손 탓에 비명을 지르며 문자 그대로 뛰어올랐다.
「뭐, 뭐뭐뭐야, 히나 씨!?」
「후훗, 안녕 호다카. 기다렸어?」
고개를 들자 거기엔 장난기어린 표정으로 손을 든 채 웃음짓는 히나 씨가 있었다.
하얀 우의에 물빛 미니스커트와 새하얀 신, 그리고 대개 캐주얼하게 입는 평상시의 히나 씨와는 달리 하얀 블라우스,
그리고 물빛 눈동자가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아, 저기, 아니, 조금…… 아니 그게 아니라, 지, 지금 막 왔어.」
갑자기 놀란 데다 시선을 빼앗겨버린 탓에 좀체 움직이지 않는 입을 어떻게든 움직이며 당황스레 대답했다.
분명 히나 씨는 눈치챘겠지. 뭔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지긋이 바라보더니, 금세 활짝 갠 맑은 하늘처럼 미소지었다.
「흐ー응? ……응, 뭐 그러면 됐어.」
「으, 응. 아니 근데 놀랬잖아……」
「미안 미안. 멍하니 있는 호다카 뒷모습 보고있자니 나도 모르게 그만.」
손을 모으며 사과하는 히나 씨, 이렇게 귀여운데 불평할 수도 없잖아. 역시 치사하다.
「……뭐 괜찮아. 심장 멎는 줄 알았네.」
「아하하, 진짜로 멎은 건 아니라서 다행이네.」
「아니 진짜로…… 뭐 됐어, 그보다 저기, 갈까.」
「응. 어ー, 저쪽이려나.」
히나 씨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며 둘이서 나란히 걷는다. 각자 우산을 쓰고 걷고 있자니 조금은 거리가 멀어지는게 안타깝다.
「그러고 보니 호다카, 멍하니 있던데 뭔가 고민하고 있었던거야?」
「응? 아ー……그게, 아르바이트 해볼까 뭐 그런 생각하고 있었어.」
「그러고보니 슬슬 시작한다 했었지 참.」
「응. 학비는 장학금으로 어떻게든 되겠지만, 생활비는 어느 정도 벌어야 하니까.」
어떻게든 말을 돌리자 다행히 히나 씨도 눈치채지 못한 듯, 알바라…… 중얼거리며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대학 근처에서 찾을 거지?」
「뭐 그러겠지. 음식점이나 편의점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
사실 아르바이트 찾는 것도 내겐 꽤 절박한 일이다.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야 하니까, 나름대로 시급이 좋은 자리를 찾고 싶다.
「해보고 싶은 알바 같은 건 없어?」
「딱히 없어. 그냥 시급이 많았으면 좋겠네.」
「뭐 그러네. 난 찻집 알바 하고 있는데, 별로 시급이 높진 않으니까.」
히나 씨는 입술에 검지를 갖다대더니, 첨벙첨벙 물장구치듯 물웅덩이를 밟으며 걷고 있다.
「아, 히나 씨 지금 찻집 알바 하고 있었구나.」
「응, 식사도 나오니까 다행이야. 공부도 해야 하니까 그렇게 많이 하고 있진 못하지만,
다행히 관공서에서 생활비 지원도 들어오니까 어느 정도는 어떻게 되고 말야.」
「그렇구나ー. 히나 씨가 찻집 알바라…… 왠지 어울리네.」
멋진 찻집에서 밝은 히나 씨라니 분명 그림이 된다 생각한다.
웃으며 척척 손님들을 안내하는 히나 씨의 모습을 눈앞에 그리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짓고 만다.
「후훗, 고마워. 꽤 재밌어서 맘에 들어. 호다카도 다음에 와봐.」
「응, 갈게 갈게. 하지만 찻집 알바라…… 난…… 무리일 것 같은데.」
허둥대다 실수하는 내 모습이 눈에 훤하다.
「어ー, 안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말야ー 호다카는 키 크니까 분명 제복 잘 어울릴거야.」
「어, 진짜?」
「응 진짜진짜. 우리 가게 지금 구인중이었던가……」
다시 위를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히나 씨랑 같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라니, 완전 매력적이잖아.
하지만 왠지 그렇게까지 도움받는 건 조금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일단은 스스로 찾아볼게. 체력엔 자신있으니까, 이삿짐센터 같은건 아마 돈이 꽤 될거라고 생각해.」
「그렇구나, 알겠어. 하지만 무슨 일 있으면 얘기해줘, 가게에 말해보는 것 정돈 어려운 일 아니니까.
그리고 이래뵈도 여기저기 알바 많이 했었으니까.」
히나 씨가 왠지 의지되는 모습으로 연상마냥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여름날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쓴웃음짓고 만다.
「아니 하지만 히나 씨 그건 경험으로 치기 좀 그렇잖아…… 연령위조도 했었고.」
「앗, 그건 그냥 그 때만…… 지금은 평범하게 알바 하고 있다구!!」
뾰로통 화난 히나 씨에게 웃으며 사과하니, 히나 씨도 금세 웃으며 농담을 건네온다.
그런 얘길 하며 한동안 걷고 있자니 어느새 자그마한 경기장에 도착했다.
사람들도 꽤나 들락거리고 있는 한편 도쿄부 중학 축구 선수권대회라는 간판도 걸려있다.
「됐다, 제때 왔네.」
경기장 안에선 아직 준비운동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소지품검사를 받고 바깥쪽 관람석으로 향했다.
「와, 꽤 넓네.」
「응, 도쿄대회니까 말야.」
몇 번이고 응원왔던 거겠지, 히나 씨는 익숙한 모습으로 비어있는 자리들을 둘러보며 걷고 있었다.
「자 호다카, 여기 여기.」
「아, 응.」
마치 이제 막 상경한 시골 사람마냥, 아니 실제로 그게 맞지만,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날 부르는 히나 씨의 목소리를 듣고 그쪽으로 향한다.
히나 씨가 통통 두드리는 자리에 앉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옆자리와 가까워서 히나 씨와 어깨가 닿을 정도다.
「봐봐 호다카, 저쪽이 나기네 팀이야. 초록색 유니폼 쪽.」
「헤에ー 선배도 이미 나와있을까.」
「있을걸? 어디…… 아, 저기 있네.」
히나 씨가 조금 들뜬 듯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다. 어느 쪽이 선배 팀인지는 알겠는데, 정작 선배를 좀체 찾을 수가 없다.
「어, 어디어디.」
「저기 봐봐, 저기 한가운데에 약간 큰……」
「어디ー 아, 저 사람인가?」
「누구?」
「저기. 검은머리에……」
「아니 다들 검은머린데 그럼 모르잖아.」
시선 높이가 달라서인지 서로 누굴 가리키는지 알아듣기 힘들다.
자연스레 자세를 낮추니 히나 씨가 기대어와서, 나도 다시 「저사람 말야 저사람.」이라고 말하며 옆얼굴을 맞댄다.
「아, 저기구나.」
「응, 보자 하나 둘 셋…… 네 번째가 나기네.」
「그러네. 아 상쾌…… 하, 다.」
그제서야 거진 껴안고 있었다는걸 눈치챈다. 전에 없을 정도로 가깝게 눈을 마주치고 있자니,
히나 씨 눈동자는 마치 봄날 푸른 하늘색같은 느낌이구나,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히나 씨도 그 모습 그대로 한동안 마주보더니, 갑자기 문득 눈을 크게 떠온다. 그라운드를 가리키던 손가락으로 살며시 내 볼을 만져왔다.
「호다카, 이 상처는……」
「응? 아, 이거, 그때 긁힌 것 같아. 솔직히 그땐 정신이 없었으니까 언제 긁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순간 흔들리는 히나 씨의 눈동자는 어떤 의미일까. 그녀는 살짝 내 흉터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렇구나. 흉터가 돼버렸네.」
「아ー…… 뭐, 하지만 멀리서 보면 티는 안나.」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 때문에……」
할 말을 잃은 듯 고개를 숙이고는 손을 내린다. 히나 씨가 살짝 물러앉으니 축축한 바람이 우리 사이로 불어온다.
난 어느새 손을 뻗어 히나 씨의 손을 잡고 입을 열었다.
「히나 씨 탓이 아냐. 아니 오히려 난 이 흉터 마음에 드니까.」
「응? 그게 무슨……」
아직도 슬픈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냐, 그런게 아냐, 당장 말해주고 싶다.
아마 히나 씨는 내가 신경써주고 있는 거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게 아냐.
「그도 그럴게, 이건 내가 히나 씨를 위해 무언가를 했다는 증거 같은 그런거잖아?
흉터를 볼 때마다 히나 씨를 떠올릴 수 있어서, 히나 씨를 구해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숨김없는 속마음을 최대한 담아 히나 씨에게 말했다.
그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니까, 끝까지 해냈다.
독선적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히나 씨가 슬퍼한다면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호다카가, 날……」
무언가 스미는 듯, 무언가 곱씹는 듯이 히나 씨가 중얼거렸다. 난 고갤 끄덕이며 그녀의 손을 잡고 내 뺨에 갖다대었다.
「그러니까, 히나 씨가 이 흉터를 봐줬으면,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히나 씨가 곁에 있어준다면, 이건 나한텐 훈장같은 거야.」
다시 한 번, 히나 씨가 내 흉터를 만진다.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 줬을까.
하지만 기쁜 듯 흉터를 더듬는 히나 씨는 아까와는 달리 밝은 표정으로
「……응, 알겠어. 쭉 볼게. 쭉 곁에서 볼테니까, 대신 호다카도 나 봐줘야돼?」
평상시처럼 장난기 가득한 미소로 말했다.
「물론, 나도 항상 히나 씨 보고 있어.」
「아, 하지만 이상한 데는 보면 안돼.」
「아니 이상한 데라니……」
히나 씨한테 이상한 데가 어딨어, 그런 대사가 순간 머릿속을 스쳐 잡생각을 털어낸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본능적인 건지, 시선이 어느새 아래쪽을 향하는건 어쩔 도리가 없다.
「잠깐, 어딜 보는거야!!」
「아무데도 안 보고 있어!!」
언젠가 했던 것 같은 말 그대로다. 하지만 역에서 만났을 땐 아무 말도 안 했던것 같은데, 뭔가가 다른 걸까.
지금도 그때도 히나 씨에게 시선을 빼앗겼을 뿐인데.
「달려ー!! 나기ー!!」
「힘내 선배ー!!」
화려하게 상대선수를 제낀 나기가 돌파해나간다. 에워싸는 움직임을 보더니 살짝 틈을 만들어 옆으로 멋진 패스를 빼준다.
「오ー 대단하다.」
「헤헤, 나기 대단하지?」
「응응.」
자랑스레 미소짓는 히나 씨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새 시합도 중반, 우린 본래 목적대로 시합 응원에 열중하고 있었다.
「아ー, 조금만 더. 아…… 아~~」
「아깝네ー」
선배가 빼준 패스를 받아 쏜 슛이 골키퍼에게 막히자, 히나 씨와 함께 한숨을 내쉰다.
히나 씨는 완전히 시합에 열중해서는 일희일비하며 이번에도 거의 비탄에 가까운 목소리로 안타까워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동점이잖아, 아까 패스도 나쁘지 않았고.」
「응, 굉장히 좋은 패스였다고 생각해.」
「그치!! 이제 한 고비야 나기ー!!」
「선배 힘내!!」
덧붙이자면 난 축구는 학교에서 했던 것 정도밖에 모른다.
그럼에도 이렇게 열중할 수 있는 건 아마도 열심히 응원하는 히나 씨가 옆에 있기 때문에, 그리고 선배 시합이니까겠지. 그리고
「꺄ー!! 나기 군 힘내ー!!」
「나ー기 군!!」
「나기 님ー!!」
주위 열기도 뜨거워서겠지. 아니 이건 대단하단 말밖에 안 나오는데.
좌석을 둘러보니 선배의 팬클럽? 같은 사람들이 맨 앞줄에 모여 격한 목소리로 응원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당연히 열심히 응원하게 된다.
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정도니까. 저 정도 숫자의 여자애들이 화나서 뛰쳐나오는 것도 무섭지만, 우는 것도 별로 보고 싶지 않다.
「꼭 이겨, 선배……」
「후훗, 호다카도 엄청 열심히 응원해주네.」
「아, 아하하…… 뭐. 어쨌든 선배 시합이잖아.」
선배의 대단함을 새삼 실감하면서, 응원하고 있는 히나 씨에게 찬물을 끼얹지 않게끔 어떻게든 쓴웃음지으며 얼버무렸다.
「그치. 아, 나기가 볼 잡았어. 나기ー 힘내ー!!」
그런 내 얼버무림은 눈치채지 못한 듯, 선배가 공을 잡은 모습을 둘이 함께 지켜본다.
이번에도 발재간으로 돌파해 나가더니, 이번엔 패스를 빼줄 사람이 없어서인지 드리블로 빠져나간다.
상대 발 사이로 볼을 빼고 턴하더니 만화속 기술마냥 힐 리프트까지 선보인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으로 공을 조종하는 듯한 모습에 응원하는 것도 잊고 선배의 움직임에 빠져들었다.
「대단하다……」
정말로 대단하다 생각한다. 스포츠 경기를 직관한 적이 없었던 나로선 이런 걸 보는건 처음이니까.
상대 수비가 공격하느라 올라가 있었던 것도 있겠지만, 어떻든 4명 상대로 모조리 돌파해내더니 슛을 날린다.
뻐엉,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공은 기분좋게 골대로 빨려들어갔다.
「들어갔다!!」
「이걸로 1점차다!!」
「봤어 호다카!? 나기 슛!!」
「봤어봤어, 대단했어!!」
만면에 미소 가득한 히나 씨와 나. 어느새 우린 양손을 들고 어린애처럼 들떠있다.
서로 마주보며 기쁨을 나누듯 웃는다. 마음속 깊이 기뻐하는게 전해져서 나 역시 더 기쁜 것 같다.
「시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이대로만 가면……」
「제발 막아줘……」
히나 씨가 기도하듯 내 손을 꼭 쥐었다. 나 역시 손을 맞잡았다.
기도가 통한건지, 몇 번 위험한 상황도 있었지만 선배 팀은 1점차를 지켜냈고
「나기가」
「선배가」
「「이겼다ー!!」」
시합종료의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부둥켜안고 기뻐했다.
「됐다 됐어, 우승이야!!」
「나기가 전국대회 출장이라니 꿈만 같아!!」
그라운드에 있는 선배보다도 더 기뻐하듯 어린애처럼 뛰어올랐다.
선배의 노력의 결실이 맺어진 것도 기쁘고, 히나 씨가 기뻐해주는 것도 기쁘다.
선배 팬클럽 사람들도 환희에 찬 목소리라, 솔직히 말해 약간 시끄러울 정도지만 그 모습도 왠지 기쁘다.
「하아…… 다행이다. 아, 원정비용 같은거 들려나.」
「학교에서 어느 정도 내주지 않아? 혹시 안되면 스가 씨에게 좀 빌려야지. 후견인이잖아.」
「일단 저축해둔 게 있으니까 괜찮…… 다고 생각해. 돈이 없어서 대회참가를 못한다니 그런건 절대 안 되니까.」
한숨 돌리고 살짝 떨어지는 우리, 하지만 왠지 손은 그대로 맞잡은 채 앉았다.
너무 기뻐한 탓인지 여운인지 좀체 진정할 수 없는 탓에, 아마도 히나 씨도 그래서 자연스레 그대로 손은 맞잡은 채겠지.
「혹시 내가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 알려줘.」
「고마워, 호다카. 음ー 하지만 어쩌지…… 나기랑 만난 뒤 돌아갈려고 생각했었는데.」
「저 상태라면 좀 힘들 것 같은데……」
내려다보니 동료들과 함께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선배와, 그걸 둘러싼 관람객들 (대체로 여자) 이 보인다. 저기에 뛰어드는 건 역시 조금 무리다.
「음ー, 나기한테 먼저 돌아간다고 얘기라도 해두고 싶은데.」
「아, 내가 라인에 메시시 남겨둘게. 어제 번호 교환했으니까.」
스마트폰을 열어 선배에게 먼저 돌아간다고 보냈다. 뭐 학교 활동이니까 돌아오는데 문제는 없겠지.
「고마워. 근데……」
「응? 왜 그래?」
「아니…… 그, 스마트폰 좋겠다 싶어서.」
메시지를 보내고 고개를 들자 부러운 듯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는 히나 씨.
검지로 입술을 가리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 같아서 귀엽다.
「아니, 어째서 없는 거야.」
「집에 전화 있으니까 괜찮겠지 싶어서…… 돈도 없고.」
「아니 그럼 왜 선배는 갖고 있는거야.」
「학교에서 늦게 오거나 그러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아니 그건 히나 씨도 늦을 때 있으니까 위험한 건 마찬가지잖아……」
왜 이 사람은 자기 일은 제쳐놓고 생각하고 마는 걸까. 난 형제가 없지만, 동생이 있으면 저렇게 여기게 되는걸까.
「아니 그보다 히나 씨, 요즘 스마트폰 그렇게 안 비싼데?」
「어? 그래?」
고개를 갸웃거리는 히나 씨에게 조금 알고 있는 걸 이야기해준다.
저렴한 SIM에 요금제라면 한 달에 2천엔 정도 한다는 것, 기기도 중고로 사면 저렴하다는 점.
무엇하면 스가 씨에게 중고 스마트폰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런 얘길 하고 있자니 왠지 기분 탓일까, 히나 씨가 눈을 반짝이고 있다.
「그렇구나…… 몰랐어. 호다카는 되게 자세히 알고 있네.」
「뭐랄까 여유가 있다기보단, 집에서 나오면서 자세히 알아봤었거든. 아니 근데 여태까지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한거야.」
「조금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었거든…… 그치만 스마트폰 있으면 호다카랑 연락하기 편하겠다.」
꾸밈없이 웃음지으며 말하는 히나 씨를 보며 나도 모르게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아니 하지만 이런 말 들으면 기쁜게 당연하잖아. 혹시나 지금 내 표정이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아, 하지만 스가 씨에게 미안하니까 일단은 직접 찾아볼게.
일단 내일 얘기는 해봐야겠지만, 어차피 계약할 때는 스가 씨에게 얘기해야 할 테니까.」
「그러는 게 좋으려나. 계약할 때 같이 가자.」
「응, 고마워 호다카. 호다카랑 라인하는거 기대되네.」
「아, 라인은 알고 있었구나.」
「잠깐, 나 바보 취급하는거지.」
「그런거 아냐 그런거 아냐. 하지만 나도 히나 씨랑 라인 하는거 기대돼.」
히나 씨는 어떤 마음으로 라인을 하게 될까.
익숙하지 않으니까 처음엔 딱딱한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이모티콘은 아마 금세 익숙해질지도 모르겠다.
나도 히나 씨 페이스에 맞춰서 얘기해야지, 내심 조용히 방침을 정해둔다.
「후훗, 그렇게 말해주니 기쁘다.」
히나 씨는 생글생글 웃으며 일어나더니, 살짝 기지개를 키고는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돌아갈까. 우리 집 들를거지?」
「응, 뭔가 사갖고 가자.」
나도 목소리에 이끌리듯 일어났다.
함께 장을 보고, 함께 밥을 먹고, 선배가 돌아오면 축하의 의미로 케이크라도 건네주자.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경기장을 나서 비오는 거리를 걸어간다.
아까까지의 흥분이 아직도 식지 않은 걸까, 아니면 옆에서 히나 씨가 걷고 있기 때문일까.
자꾸 풀어지려는 얼굴표정을 바로잡으며 히나 씨와 함께, 물웅덩이를 첨벙이며 걸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