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옥상의 꽃

 

※ 원작자분과의 협의 하에 게제하였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이 작품은 Pixiv의 TMC님의 「햇빛 저편의 언덕길에서」시리즈입니다.

(원작자 Pixiv 링크)

 

 

 

- 옥상의 꽃

시리즈 세번째 이야기. 호다카와 히나가 다시 한 번 불꽃놀이를 보러 가는 이야기입니다.

엔딩 직후의 호다카와 히나는 나이를 보더라도 그야말로 청춘 그 자체지요. 때문에 들고 있는 우산쯤은 벗어던지고 좀 더 젊음과 그 기세에 맡겨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감상댓글에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번잡한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작달막한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

「──저기 호다카, 정말 여기서 불꽃놀이 볼 수 있는거야?」

뒤따라오는 히나 씨가 의아한 듯 말을 걸어왔다.

언제나처럼 잿빛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 너머로 해가 지고, 이제는 슬슬 밤을 향해 나아갈 시각이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네온사인에 둘러싸인 도심에서 점점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어딘지 모를 모퉁이로 향하듯 주위조차 점점 어두워진다.

「응, 나츠미 씨가 알려줬거든. 오늘 불꽃놀이 보려면 여기 근처에 있는 빌딩 옥상이 명당이라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나츠미 씨가 알려준 빌딩을 찾으며 걷고 있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라며 나츠미 씨는 무언가 비장의 한 수라도 알려주듯 사뭇 의미심장한 말투로 알려주셨던 것이다. 편집 프로덕션에 오컬트에 심령 스팟, 요즘 유행하는 맛집까지 두루 알아보고 다니시기에, 그만큼 여러가지를 알고 있어 이런 희한한 장소까지 알고 계신 모양이다. 연립주택마냥 늘어선 건물들 사이에 홀로 솟아있는 빌딩을 발견한 그 순간, 어디선가 묵직하게 귀를 흔드는 폭발음이 들려왔다.

「호다카!」

「시작했나보다!」

우린 동시에 얼굴을 마주보았다. 순간 난 히나 씨의 손을 잡고 거리를 가로질러 빌딩을 향해 뛰어갔다.

 

들었던 대로 입구 자물쇠는 부서져 있었다. 요리조리 피해가며 비상계단을 통해 둘이서 옥상을 향해 걸어서 올라간다.

늘어선 계단을 한 걸음씩 오르고 있자니 확실히 도심에 늘어선 빌딩숲 사이로 절묘하게 시야가 트여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삼아 형형색색의 불꽃놀이가 자그맣게 보인다.

「히나 씨, 보이지! 좀 작긴 해도 여기서도 잘 보이네.」

「응. 왠지 이렇게 불꽃놀이 보는거 되게 오랜만이다. ……비가 계속 내려도 역시 불꽃놀이는 좋네.」

손에 든 우산으로 가랑비를 막아가며 옆에 선 히나 씨도 빌딩 사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부터 줄곧 비는 쉼없이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점차 이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다. 비가 항상 내리기 때문에 오히려 폭우만 아니라면 비가 내린들 행사는 열리고, 오늘밤 불꽃놀이 역시 이 정도 비라면 진행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우산 여기저길 두들기는 빗속에서 나 역시 밤거리에 물든 불꽃놀이를 바라보았다.

인공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빌딩숲 사이로 피어오르는 불꽃들이 마치 현실 속에 피어나는 환상같아, 어째서인지 그런 이상한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먼 거리에서 자그맣게 보이는 불꽃놀이와는 엇박자로 한 걸음 늦게 소리가 들려온다. 그건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섞여 사라질 만큼 희미한 그런 소리였다.

 

「이런 곳에 누가 있을 것 같진 않았지만 역시 우리 둘 뿐이네. 나츠미 씨 말대로 여긴 정말 아무도 모르나봐.」

「응. ──그치만 이런 곳에 몰래 들어온걸 누가 보기라도 하면 우리 혼날지도 모르겠다.」

후훗, 장난스레 웃음짓는 히나 씨는 말로는 걱정하면서도 왠지 즐거워 보인다.

「아까 호다카 손에 이끌려서 뛸 때 말야, 예전에 금발 아저씨한테 쫒겨서 폐건물로 도망쳤을 때가 조금 생각났어.」

듣고 보니 그 폐건물도 딱 이 정도 높이에 이런 느낌으로 방치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히나 씨는 날 올려다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때 호다카 갑자기 내 손 잡고 뛰더니 권총까지 꺼내서 쐈잖아. 진짜 깜짝 놀랬는데.」

「미안. 그땐 설마 그게 진짜 총일줄은 몰랐어서……」

그 권총의 묵직한 촉감이 떠올라 고개를 숙이자, 아니라며 히나 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호다카가 그때 날 구해줘서 다행이라고 난 지금도 생각하는걸. 고마워, 호다카. ……그리고 난 그 때도 널 나쁘다거나 싫다고 생각하진 않았어. 만약 그랬다면 널 일으켜세워서 함께 도망치진 않았을거야.」

날 올려다보는 히나 씨를 다시금 마주보았다. 그 날, 망설이면서도, 내멋대로 잘못 넘겨짚었을지라도 강한 척 했을 뿐일지라도, 그래도 난 그 날 네 손을 잡고 도망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왜냐면 그랬기에 지금 이렇게 곁에 있을 수 있는거니까.

우산이 맞붙은 거리만큼 두 사람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조차 초조한 나머지, 난 마치 그 거리를 메우려는 듯 아주 조금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기 호다카. 예전에 맑음소녀일 하던 때 말야, 빌딩 옥상에서 같이 봤던 불꽃놀이 이뻤지.」

빗방울 틈새로 깜박이며 스러지는 불꽃들을 바라보며 히나 씨가 말했다.

분명 그 불꽃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을 만큼 이뻤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히나 씨와 함께 불꽃놀이를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생각컨대 그건 내게 있어 도쿄에서 보았던 맨 처음 불꽃놀이였고, 동시에 맑은 밤하늘 아래에서 볼 수 있었던 아마도 최후의 불꽃놀이였다.

하지만 예전에 이렇게 히나 씨와 둘이서 불꽃놀이를 보며 난 분명 마음 속으로 바랬던 것이 틀림없다. 언젠가 이렇게 다시 한 번 둘이 함께 불꽃놀이를 보고 싶다고.

비록 아주 먼 미래의 일일지라도, 그래도 언젠가 다시 한 번 이렇게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좋겠다며, 희망이라기보단 소망에 가까운 그런 마음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 소망이 이루어졌기 때문일까. 오늘의 이 불꽃놀이는 맑은 밤하늘도 아닌 심지어 가랑비 속에서 우산을 쓰고 그저 건너다보는 그런 것일 뿐인데도, 단둘이서 바라보는 이 불꽃놀이가 내게 있어선 그때보다도 더한층 아름다워 보였다.

「난 그때 봤던 것보다 이게 더 좋아.」

「정말? 실은 나도 그런 생각 하고 있었거든. 비도 오고 불꽃은 작게 보이고 소리도 잘 안들리는데 왠지 더 좋단 생각이 들어서.」

빌딩 사이를 건너다보았다. 아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작은 불꽃들은 어느새 천천히 밤하늘을 수놓는 커다란 불꽃이 되어 있었다.

「퍼엉—」

갑자기 곁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자, 히나 씨가 날 보더니 싱긋 웃어보였다.

「……소리가 작아서 박력이 없는 것 같아하길래. 이제 좀 불꽃놀이 같지?」

그리고는 큼지막한 불꽃에 타이밍을 맞추듯 다시 한 번 퍼엉— 그녀가 목소리를 높였다.

나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함께 소리를 흉내내었다. 왠지 그게 무척이나 재밌다는 생각에, 역시 그녀도 같은 생각인 듯 웃더니 어느새 빗속에서 우리 둘은 소리내어 웃고 있었다.

멀고 멀어 빗소리에 지워질 것만 같던 희미한 폭죽소리가, 어느새 그녀 덕분에 떠들썩한 소리가 되어있었다.

난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이렇게 함께 웃음을 나눌 수 있게 된 우리들을 결코 두번 다시는 떨어뜨려놓지 말아달라고. 아무것도 빼앗아가지 말아달라고.

 

「봐봐.」

쿡쿡 웃으며 그녀가 말했다.

「역시 지금이 더 재밌잖아. ──너랑, 이렇게 단 둘이서 볼 수 있으니까.」

히나 씨는 마치 불꽃을 가리듯 손바닥을 펼쳐보이더니, 그걸 바라보며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좋아해, 나.」

순간 가슴이 철렁해서 옆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예전에도 들었던 말이라며 난 최대한 평정심을 가장해가며 대답을 꺼냈다.

「맑음소녀일…… 은 아니잖아? 그럼, 저 불꽃놀이?」

「응. 물론 그것도 있지만, ──하지만 지금은, 호다카가.」

숨이 멎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기분이 들지 않지도, 않지도 않지도 않아.」

「어, 어느 쪽이야!?」

「후훗. 진지하네, 역시 넌.」

당황하며 손가락으로 횟수를 세는 날 보며 히나 씨는 싱긋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어느새 진지한 표정으로.

「──하지만, 난 네 그런 모습이 좋아.」

 

「호다카.」

불꽃놀이를 등지고 내게 돌아서며 그녀가 내 이름을 불렀다. 곁에 선 히나 씨의 우산이 옆으로 기울었다.

귀 아래 저편에서, 바로 눈앞에서 볼에 다가왔다. 어느새 생겨버린 우리의 키 차이, 있는 힘껏 발돋움한 히나 씨의 입술이 겨우 볼에 와닿았다는걸 한발 뒤늦게 깨달았다.

아주 잠깐 가볍게 볼에 와닿은 키스가 끝난 뒤에도, 그대로 눈을 피하지 않고 날 똑바로 바라봐주는 히나 씨의 눈동자를 나는 마주하고 있었다.

마치 히나 씨를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그 날처럼, 안타까울 정도로 좀 더 히나 씨를 느끼고 싶은 그런 마음이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새어나왔다.

집어던지듯 들고 있던 우산을 발밑에 떨어뜨렸다. 그 순간 줄곧 내리던 비가 내 몸을 적시기 시작했다. 그 빗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세찰 이 고동소리조차 내 귀엔 들리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전해오는 그녀의 열기가 단 한조각 남은 이성을 녹여버렸다. 히나 씨의 입술에서 달콤한 한숨소리가 새어나왔다. 날 끌어안은 그녀의 손가락이 어깨를 파고들었다.

비가 온몸을 적시는데도 오히려 화상을 입은 듯 뜨겁다. 이만큼이나 입술을 맞대고 있는데도, 이만큼이나 깊게 닿아있는데도, 이 거리조차 초조해서, 아직도 부족한 나머지 난 그녀를 꼭 끌어안고 손바닥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세상에 마치 우리 둘뿐인 듯한 감각에 빠진다. 적어도 지금 내 눈앞에는 히나 씨밖에 없다.

어두운 밤 속에 흩어진 폐건물 옥상, 분명 누구의 눈도 닿지 않을 이곳. 때때로 하늘을 수놓는 불빛만이 우릴 감싸고 있다.

역시 여긴 아무도 모르는 곳이구나. 알려주신 나츠미 씨에게 다음에 뵙게 되면 감사하다고 말씀드려야지, 순간 머리를 스친 그런 생각조차 지금 내게 밀려오는 다른 감정에 휩쓸려 어디론가 사라져간다.

그녀와 맞닿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널 원하는 마음에 참을 수 없을 만큼 휩쓸려간다.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수만 있다면, 만약 이 세상에 우리 둘만 남겨진다 해도 괜찮아. 적어도 지금 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지난편에서 원작자에게 번역, 전달된 댓글 및 감상 모음

댓글은 번역해서 원작자에게 전달드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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