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너의 마을로 이어지는 마법

※ 원작자분과의 협의 하에 게제하였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이 작품은 Pixiv의 ダニエル님의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시리즈입니다.

   (원작자 Pixiv 링크)

 

 

 

- 원작자로부터, 한국에서 소설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170123)

「저의 이차창작 소설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세계에 너의 이름은。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소설은 만약 이랬으면 어땠을까의 이야기입니다만, 타키와 미츠하가 함께 청춘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쓴 글입니다. 

여러분도 두 사람의 행복을 느껴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너의 마을로 이어지는 마법

「너의 이름은。」타키와 미츠하가 영상통화를 한다든지 하는 이야기. 타키 시점.

그 재해가 일어나지 않고, 어째서인지 두 사람이 동갑인 채 재회하는 이야기.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 시리즈의 4화입니다.

미츠하와 타키의 이야기로, 3화와 짝을 이루는 분위기를 내 보았습니다. 결코 한 편을 때우려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아마도, 분명.

 

근본적인 설정변경이 들어있기에, 시리즈로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이 타키, 이따가 카페 갈래?」

금요일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에 들려온 목소리에 타키는 고개를 돌렸다. 

가방을 어깨에 걸친 타카기와 츠카사를 보며, 그러고 보니 오늘 두 사람 다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미츠하를 만나러 이토모리에 다녀온 지 2주, 타키의 일상은 놀랄 만큼 바뀐 것 없이 그대로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쉬는 시간엔 친구 두 명과 이야기하고, 아르바이트하러 갔다가 귀가하는 나날.

굳이 바뀐 점이 있다면, 휴대폰 충전을 자꾸만 하게 되었다는 점과―

「미안, 오늘은 볼일이 좀 있어서......」

늘상 하던 건물 순회의 빈도가 줄어든 정도다. 

볼일이란 건 미츠하와의 영상통화이지만, 친구들에게 그런 것까지 이야기하기는 조금 부끄럽다.

「예정이라...... 혹시 내일 또 어디 가는거냐?」

「그러고 보니 저번에 갔다온 지 2주나 지났네.」

「아냐 임마. 그리 자주 갈 수 있을거 같냐......」

타키 역시 가고 싶지만, 금전적으로 불가능하다. 저축해둔 돈으로 가겠다고 이야기했더니,

무리하지 말아달라는 미츠하의 이야기를 들어버렸던 것이다.

「뭐 그건 그런가. 음―......뭐 어쨌든 역까지는 같은 길 아냐? 가자구.」

말하고는 발걸음을 옮기는 타카기와 츠카사와 함께, 뭐 그것도 그러네―라며 타키 역시 발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에게는 타키가 이토모리에 가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거의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말할 타이밍이 없었던 것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 조금 부끄러운 것도 있었다.

「근데 타키, 이제 슬슬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보지 그래?」

「그래그래. 사람 만나러 갔다는 이야기밖에 못 들었다고.」

「아―......그러네. 너네들에겐 아직 얘기 안했었구나 생각해보니......」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미츠하가 도쿄에 오면 두 사람과도 만나자는 약속을 미츠하에게 해버렸다.

그 때 가서 미츠하를 내 친구라며 새삼 소개하는 것은 역시 별로다.

「알겠어. 뭐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여자친구가 생겼다.」

「「......뭐?」」

절묘하게 겹쳐지는 두 사람의 목소리에, 역시 너무 생략해버린 건가 싶어 말을 덧붙이는 타키.

「그러니까, 찾던 사람을 만나서, 사귀게 됐다. 하지만 역시 히다 쪽은 멀어서 말야......

  그래서 오늘도 전화하는게 아까 말했던 볼일이다.」

몸이 바뀌었던 걸 숨기고 설명하자면, 아직은 이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타키의 짧은 설명에도 두 사람은 납득하는 듯하여, 감개무량한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과연 그렇구만...... 요즘 네녀석 어딘가 우리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 같았던건 그렇게 된 거였나.」

「휴대폰 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싶었는데 말이지. 하아...... 여자친구인가......」

「아니, 뭐야 너네들. 나한테 여자친구가 생기는게 그렇게 이상한 일이냐!!」

「이상하달까...... 그렇지?」

「어. 너 여자 상대론 쑥맥이었으니, 아직 여자친구가 생길려면 멀었다고 생각했지.」

얼굴을 마주보며 비슷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두 사람은 태연한 표정이었다.

이렇게까지 반박당하고 나니 오히려 할 말이 없다.

아니, 오히려 타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여자친구라니 아직은 먼 이야기라고.

하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남에게 그렇다고 듣는 건 다른 문제다. 화가 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젠장, 네녀석들도 여자랑은 인연 없잖냐...... 뭐 어쨌든, 그런 이유로 오늘은 집에 가야 해. 미안하다.」

이 화제로 계속 이야기하면 자기 무덤을 파는 결과가 될 것 같아,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지만 일단 타키는 말을 끊었다.

실제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자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금요일은 포기할 수 없다.

「뭐 그런거라면 어쩔 수 없지.」

「원거리 연애라니 큰일이구만. 괜찮은거냐?」

「괜찮냐니 뭐가.」

타카기의 질문에 대답한다. 뭐 무슨 얘긴지는 알고 있다.

연애관계에 대한 거라면, 뭐 그건 괜찮다...... 고 생각한다. 

문자도 부지런히 주고받고 있고, 전화도 거의 매일 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라도 미츠하와 이야기하다보면 어느새 그걸 잊게 되고, 

미츠하 역시 아마도 나와 이야기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그녀와의 관계 말야. 연락은 꾸준히 하고 있는거겠지?」

「어, 이따 전화한다고 했잖냐. 오늘 문자도 했고.」

오늘이랄까, 매일이지만.

「음, 뭐 그럼 괜찮을려나......」

「다음에 언제 만날지는 정했냐?」

「아니, 아직...... 아무래도 그쪽에서 도쿄에 오고 싶다는 듯해서.

  하지만 그쪽 집안이 꽤나 엄하고, 용돈도 부족해서 도쿄에 올 용건은 없을까 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게 일이 잘 풀리기는 힘들겠지. 며칠 전 미츠하와 전화로 그런 얘기를 나눴었고,

타키도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는 건 있지만, 역시 좋은 방안이 떠오르진 않는다.

「네가 여비를 지원해주는건 어때......?」

「그게, 그런건 싫다더라.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관계 같다고.」

「하아...... 좋은 사람이잖아.」

타카기의 소감에 동의하는 타키. 연인으로서 그런 관계가 되어선 오래 가기 힘들기에 가급적 피하고 싶다.

바꿔 말해, 적어도 미츠하는 타키와 오랫동안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건 타키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타키는 미츠하의 기분 역시 존중하고 싶고, 또 존중받고 싶다.

「성실한 사람이야. 확실히 돈을 빌려주면 부담스러워하겠지.

  나도 미츠하가 내게 빚진 기분을 느끼는건 원하지 않...... 근데 뭐하냐 너네들.」

이야기하다 말고 고개를 돌리는 타키, 

두 사람은 허걱, 입을 열고 아연실색하며 믿을 수 없는 모습을 본 듯이 타키를 쳐다봤다.

내가 그렇게 이상한 말을 했나 싶었지만, 생각건대 이정도 반응이 나올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니......뭐랄까...... 연애를 하니 사람이 이렇게까지 바뀌는구나 싶어서.」

「그러게. 타키가 이런 말을 다 하다니......」

「이녀석들이...... 사람을 뭘로 보고......」

이런 말까지 들으니 역시 반박하고 싶다. 뭐랄까, 대체 어디까지 걱정하는거냐.

「미안미안. 하지만 그렇다면 역시 난감하네. 도쿄로 와 주지 않으면 만나러 갈 수가 없는 상황이구만.」

츠카사가 깊이 생각하는 듯 중얼거리며 턱을 쓰다듬는다.

뭐랄까, 이런 것까지 함께 고민해주다니 참 좋은 친구들이구만. 새삼스레 감사하다.

물론 이걸 입밖으로 내기엔 고등학생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지만.

「음...... 아, 그런데 말야.」

「응?」

「그 사람, 동갑이냐?」

그렇다며 수긍했다. 그러자 타카기는 잠시 기다려보라며 가방을 뒤적거린다.

걸으면서 찾다 보니 다소 시간이 걸려, 어떻든 타카기는 책 한 권을 꺼낸다.

「이거다 이거. 이런건 어때?」

내미는 그 책을 받아든 타키. 책을 보니―

「오픈 캠퍼스......?」

근처의 대학에서 열리는 오픈 캠퍼스, 즉 대학 입시설명회 내용이 적혀있었다.

「아― 그러네. 지금쯤이면 분명 슬슬 준비를 시작할 때니까. 

  미리미리 지망대학을 찾아보고 싶다고 하면, 나름대로 이유는 되지 않겠어?」

「그래그래. 뭐 그 사람네 집에서 도쿄 진학은 곤란하다고 나오면...... 할 수 없겠지만.」

잠시 생각해보자. 그러고 보니 아직 진로 이야기는 해본 적이 없었다.

왠지 모르게 미츠하는 미야미즈 신사의 대를 이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고,

그렇다면 대학도 안 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꼭 그렇지도 않다. 한번쯤 이야기해봐도 좋지 않을까.

「그런 수가 있었군......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오, 다행이네. 아마 대부분의 대학에서 입시설명회를 하고 있으니까, 한번 찾아봐.」

「잘 풀리면 좋겠네. 그럼 우린 이쪽 방향이라서.」

「응! 고맙다 타카기, 츠카사. 다음주에 밥이라도 먹으러 가자고.」

손을 흔들며 두 사람과 갈라졌다. 뜻밖의 성과에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빨라져서, 서둘러 전철을 탔다.

일단 전화할 때까진 비밀로 해둘까. 휴대폰을 열고 평소처럼 문자하면서도

만약 미츠하가 도쿄에 오면 어디로 데려갈까, 하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슬슬 준비할까.」

시계를 보고 시각을 확인하는 타키. 꼼꼼하게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체크한다.

밤에 어딜 나갈 것도 아니면서 타키는 마치 데이트 직전처럼 머리를 다듬었다.

「됐다, 뭐 이정도면 됐겠지.」

더 이상 신경쓰다간 끝도 없을 정도로 거울을 들여다본 타키는, 드디어 준비를 끝내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곧 미츠하와의 영상통화 시간이다. 일주일에 한 번, 매번 긴장해버리고 만다.

영상 통화는 솔직히 말해 죽을 만큼 부끄럽다. 직접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르다.

상대가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선,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된다.

때문에 첫 영상통화는 서로 거의 아무 말도 못한 채 끝나버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츠하를 보고 싶기에, 일주일에 한 번, 영상통화를 하고 있었다.

「하아...... 그래도 역시 부끄럽네.」

침대에 앉아 휴대폰을 스탠드에 고정시키며 혼잣말한다.

하지만 미츠하 역시 부끄럽겠지. 그래도 하자고 하는건, 아마 미츠하 역시 타키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약속시간이 되길 기다렸다. 이윽고 정각이 되자―

「빨랏」

전화가 왔다. 곧바로 통화버튼을 누르고 싶었지만, 잠깐 참으면서 심호흡을 했다.

오랜만에 미츠하를 만나는 들뜬 마음이지만 어떻게든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 한다.

타키는 간신히 통화버튼을 눌렀다.

「아, 안녕 미츠하.」

화면 너머의 미츠하에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약간 더듬거려버린 건, 화면 너머의 미츠하의 모습에 조금 동요해버렸기 때문이다.

『아, 안녕 타키 군.』

일주일만에 화면 너머로 본 미츠하는, 여전히 귀엽다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을 만큼 귀여웠다.

언젠가 몸이 바뀌었을 때 보았던 분홍색 잠옷 역시, 스스로의 눈으로 보니 특별하다.

그 모습에 무심코 머리를 다듬는 타키. 대체 난 지금 뭘 하는거냐. 쓴웃음을 지었다.

200km이상 떨어져 있는데, 상대를 바라보며 이야기할 수 있다.

마치 마법같네. 어디까지나 디지털의 힘이지만, 그런 점은 잊어버리게 된다.

「아―...... 그, 뭐랄까 여전히, 긴장하게 되네.」

미묘한 침묵을 어떻게든 깨보려고 입을 연 타키지만, 이런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타키의 그런 난처한 듯한 말에 미츠하는 왠지 기쁜 듯이 미소지었다.

『아, 타키 군도 그래? 나도 역시 조금은......』

「이제 벌써 세 번째인데. 애초에 여태껏 영상통화란 걸 해본 적이 없었고......」

『후후, 나도 그래. 그보다, 스마트폰도 최근에 산 거야.』

일단 영상통화는 컴퓨터로도 가능하지만, 뭐 보통은 그것 때문에 카메라까지 사기는 좀 그렇지.

하지만 그런 별 것 아닌 공통점 덕분인지, 약간은 긴장이 누그러진다.

「확실히 그래. 넌 오늘 어땠어?」

『음, 별 일 없었어. 아, 하지만 오늘은 자연스럽게 텟시랑 사야찡 둘만 있게끔 해줬어.」

「오, 정말? 결과는?」

타키의 질문에 미츠하는 고개를 돌리며 아하하, 웃었다.

『결과적으로 평소대로였어. 사야찡도 노력했던 것 같지만......』

「그렇구나...... 어렵네―. 텟시에게 은근슬쩍 물어보려고 해도, 역시 문자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더라.」

일전에 슬쩍 이토모리 이야기를 하다가 사야카에 대해서도 물어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야말로 무난했었다.

약간 과감하게 사야카에 대해 어찌 생각하느냐고 물어봐도, 좋은 녀석이라는 대답밖에 돌아오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뭐 아무튼, 문자로는 좀 어렵네. 어쨌든 뭔가 용건이라도 만들어서 전화로 얘기해봐야겠어.」

『부탁만 해서 미안해. 그리고 또...... 아, 오늘은 조림을 맛있게 만들었다는 것...... 정도?』

「헤에―, 조림이구나. 다음에 찾아갔을 때가 기대되네.」

『앗, 너무 기대하지 마 응!? 타키 군처럼 화려한 요리는 못 만드는걸』

당황하는 미츠하. 하지만 미츠하의 요리가 맛있다는 건 일전에 먹은 도시락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게다가 타키 역시 그저 이탈리안 요리만 만들 뿐이고. 일식 역시 좋아한다.

「화려하다니, 그냥 이탈리아 요리만 조금 할 줄 알 뿐이야. 그리고 난 미츠하가 만들어주는 일식이 먹고 싶어.」

『내가..... 만든?』

「으응」

고개숙인 미츠하가 화면 너머를 올려다본다. 미츠하가 해 준 요리가 먹고 싶다는건 본심이다.

아니 애초에, 여자친구가 만들어주는 요리를 먹고 싶지 않은 남자가 있긴 할까.

『응...... 뭐 타키 군이 그렇게 말해준다면...... 하지만, 타키 군도 만들어줄거지? 요츠하도 기대하고 있어.』

「알고 있어. 다음에 찾아갔을 때엔...... 아참 그러고보니 생각났다.」

『무슨 일이야?』

「아 잠시만. 어디 보자...... 여기 있구나.」

가방 속에서 꺼낸다. 타카기에게 받은 그 책을, 타키는 화면에 비추었다.

「일전에 도쿄에 찾아올 용건에 대해 얘기했었잖아. 이건 어떨까?」

『어...... 오픈 캠퍼스?』

「응. 대학 진학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다고 얘기해서 말야, 도쿄에 있는 대학을 한번 봐두고 싶다며 할머니께 말씀드리면 어떨까 싶어서 말야.」

타키의 제안을 들은 미츠하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묘안이라며 손뼉을 쳤다.

『갈 수 있을지도 몰라!! 타키 군!!』

「사실 생각해낸 건 타카기지만. 아무튼 이거라면...... 잠깐 미츠하!?」

『잠시 할머니께 말씀드려보고 올게!!』

미츠하는 그렇게 말하곤, 방에서 종종걸음으로 뛰어나갔다. 여전히 행동력이 대단하네.

그렇게까지 도쿄로 만나러 와주고 싶었던거구나. 정말 기뻤다.

만약 미츠하가, 만에 하나,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다면, 그건 정말 더할나위 없이 기쁜 일일텐데.

「......음, 그럼 좋겠다......」

그러고보니 미츠하의 성적은 어느 정도일까. 성적에 따라선 같은 대학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엄청난 망상을 하고 있었던 타키는, 우당탕 뛰어들어오는 소리에 화면을 보았다. 그러자―

『타키 군!!』

「앗, 어서와.」

화면 너머에 갑자기 나타난 미츠하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큰 목소리를 내버렸다.

미츠하의 표정이 너무도 행복해 보여서, 좋은 예감에 타키는 입꼬리가 올라가버리고 마는 것을 느낀다.

『저기말야, 할머니께 여쭈어 봤거든. 그러니까, 그...... 그렇게 하라고.』

「정말......?」

『응. 그런 이유라면 교통비야 얼마든지 내주겠다고 할머니께서!!』

미츠하가 말하며 진심으로 기쁜 듯 웃었다. 그런 미츠하를 보며 타키 역시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웃어버린다.

「잘됐다!! 어, 그러니까 언제쯤?」

『응, 그게 말야, 대학이야 몇 개를 보고 와도 좋지만, 한 대학은 꼭 보고 오라고 말씀하셔서.』

그러면서 미츠하가 말하는 대학 이름은, 타키도 들어본 적이 있는 대학이다.

일본에서도 드문 신토 계열의 대학이었다.

「과연...... 그렇지, 신사의 대를 잇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야, 미츠하는.」

『응...... 일단 어떻게 할지는, 요츠하도 있으니까 뭐 생각해보라고 말씀하셨지만,

  역시 할머니는 내가 신사의 대를 잇길 바라시는 듯해서......』

「뭐 그렇지 않을까. 응, 알겠어. 거기도 함께 가보자. 혹시 그...... 나와도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타, 타키 군...... 응, 알겠어.』

무슨 뜻인지 눈치챈 듯한 미츠하가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기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건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자. 어 그러니까, 언제 오는거야?」

『아, 응 잠시만.』

화면이 조금 흔들리다 정지했다. 아마도 휴대폰으로 무언가 찾아보는 모양이다.

영상통화 중이긴 하지만, 뭔가 찾아보려면 역시 휴대폰으로 찾아보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상통화 카메라가 켜진 상태에서 휴대폰을 움직이면 어떻게 될지, 어째서 그걸 생각해본 적이 없는지 타키는 생각한다.

「어, 저기...... 미츠하?」

『응―?』

가까운 거리에서 미츠하의 입술이 움직인다. 손으로 든 채 뭔가를 찾고 있다보니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건 아쉽다.

하지만 이 상태로 기다리는 건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듯해, 타키는 어떻게든 입을 열었다.

「아니 저기...... 실은......」

『아, 여기있다. 으음, 정확히 다음 주말...... 가볍게 견학하는 행사라면 매주 있는 것 같아.』

「아, 그렇구나. 그럼 다음주에 만날 수 있는......건가.」

기쁜데,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는데,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무미건조한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미츠하는 휴대폰을 스탠드에 놓더니 조금 화난 듯 뺨을 부풀렸다.

『타키 군, 뭐야 그 반응은. 드디어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건 나 뿐인거야?』

「그럴 리 없잖아!! 그저, 어― 그게 말야.」

『뭐야.』

「그...... 다른 앱을 열 때 말야, 카메라 꺼두지 않으면, 계속 작동해버리는데......」

타키의 말을 들은 미츠하는 순간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뭐...... 그, 그게 그러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한건지, 얼굴이 점점 붉게 물들어간다. 

마치 사과처럼 아름다운 붉은색으로, 하얀 얼굴이 점점 두드러져보이는 듯한,

머릿속 어딘가에서 이런 생각을 해버리는 타키.

『타, 타키 군 바보!! 변태!!』 ¹⁾

얼굴을 붉힌 미츠하가 언젠가와 같은 어조로 말했다. 그런 미츠하에게, 타키는 의외로 반박을 시작했다.

「그, 애초에 네가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이잖아!!」

『그, 그치만, 바로 지적해주지 않고 그냥 보고 있었던 거잖아.」

분명 보고 있었긴 하지만, 지적하려고도 했었다. 

본능적으로 약간 주저한 건, 뭐, 건강한 남자 고교생이라면 당연한거 아닐까. 스스로에게 변명을 한다.

「그렇게까지 물끄러미 본 건 아냐!!」

『그럼 어째서 얼굴을 붉히고 있는건데―?』

「그건 그...... 네 입술을 보고...... 이것저것 생각나 버려서 그런거야.」

『뭐......』

다시금 말문이 막힌 미츠하. 

하지만 이번에는 타키 역시 자신이 얼굴을 붉히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분명히 미츠하처럼 새빨갛게 되어있겠지. 

몇 초간 굳어있던 미츠하는, 부끄러운 듯이 입가를 가리며 말한다.

『차, 차암...... 그런 얘길 하면, 뭐라고 할까......』

뭐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렇게 되어버리는거겠지. 애초에 미츠하가 했던 거니까, 당연하다.

「일단......응, 이 이야기도 일단 덮어두자, 응? 일단 도쿄에 왔을 때의 일정이라든지......」

『으, 응, 알겠어. 그 대학 입시설명회는 오전에 하니까, 끝나고 나면 밥을 먹으러 간다든지...... 응.』

「그럴 것 같아. 그럼, 역시 당일에 돌아가는건가?」

아무래도 숙박은 무리겠지. 그렇게 생각한 타키였지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응, 그렇지만 말야. 조건부이긴 하지만, 타키 군의 집에서 자도 좋다고...... 아, 타키 군네 집에서 괜찮다고 하면 말이지만 말야.』

「어, 정말!?」

『응. 그 조건이 그게......』

미츠하가 이야기하는 조건은, 뭐 당연한 것들이었다.

히토하가 타키의 아버지와 한 번 전화하는 것. 미츠하와는 다른 방에서 자는 것.

그리고, 다음날에는 미츠하를 도쿄역까지 바래다주는 것 정도.

너무도 타당하고도 간단한 조건에 정말 그래도 될까 싶을 정도다.

「그정도라면 우리 집은 괜찮아. 방도 어머니가 쓰던 방이 있으니까.」

『그렇구나, 잘됐다. 타키 군 아버님에 대해서 이것저것 얘기해둔 덕분이려나.』

「어, 그런 얘기도 했었어?」

『응, 몸이 바뀌었을 때의 이야기 하면서 말야. 어떻든 그 때 내가 처음으로 만난 사람...... 이기도 하고.』

확실히 일반적으로는 히토하가 승낙할 리가 없는 일이다.

일기를 보아선 아버지와 잘 지내고 있었던 듯하고,

어떤 의미에선 미츠하는 이미 우리 집에서 몇 번이고 숙박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네. 잘됐다. 당일에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거든.」

『응. 저녁도 함께 먹을 수 있겠네.』

「응. 둘이서 만들까? 아니면 기왕 도쿄까지 온거 어딘가 외식하러 갈까?」

미츠하가 만들어준 요리를 먹고 싶은 타키였지만, 모처럼이니까 좋은 음식점에 데려가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미츠하는 잠시 고개를 들며 고민하더니―

『으음...... 뭐 어느 쪽이든 좋지만, 역시 타키 군이 직접 만들어준 요리가 먹고 싶어. 타키 군이 괜찮다면.』

「대신 미츠하도 함께 만들어주는 거라면 괜찮은데 말야.」

『정말? 잘됐다. 그럼 뭘 만들지 생각해둬야지......』

기쁜 듯이 말하며 고민하기 시작하는 미츠하.

타키로선 미츠하가 만들어준다면야 어떤 요리든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자길 위해서 고민해주는 그 모습이 기뻐서,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타키 군은 뭔가 먹고싶은거 있니?』

「응? 그게 갑자기 그렇게 물어봐도 말야...... 그 날 어떤 기분일지도 모르겠고.」

『그것도 그러네. 그럼 나중에 생각해두기로 하고...... 점심은 어떻할거야?』

「점심이라......」

그리고는 한동안, 둘이서 당일 계획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다.

음식점이라든지 가고 싶은 곳, 그리고 어떤 대학에 견학을 가볼지 등등.

마치 데이트 계획을 짜는 것 같은, 그런 시간은 역시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러니까 거길 가보려면 여기로...... 앗, 벌써 이런 시각인가.」

『그러게. 으음, 아직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싶은게 많은데......』

「뭐 세세한 계획은 내일 생각해보자. 나도 생각해볼 테니까.」

그러자 미츠하는 조금 아쉬운 듯이, 하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기쁜 얼굴로 웃어보인다.

『그러네. 너무 적게 자서 몸상태라도 안 좋아지면 곤란하니까.』

「응. 그럼......그, 슬슬 끊을까.」

『으, 응. 그럼...... 잘 자, 타키 군.』

「응, 잘 자, 미츠하.」

마지막까지 미소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마찬가지로 미소짓고 있는 미츠하를 보며 타키는 전화를 끊었다.

연락처가 늘어서있는 화면으로 돌아간 휴대폰을 보곤, 닫으려고 하다 문득 이미지 폴더를 열었다.

「앞으로 일주일......인가.」

돌아오는 기차에서 보았던 그 사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미츠하와 나누는 이야기는 정말 즐겁고, 영상통화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전화를 끊은 뒤에 찾아오는 쓸쓸함 때문에 이 사진을 보게 된다.

어색한 미츠하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약간은 쓸쓸함이 사라지는 듯도 하다.

그리고 조금만 쓸쓸함을 억누르면, 방금까지의 즐거움과 기쁨이 새삼 다가온다. 그러니까―

「하하, 역시 이녀석, 셀카 찍는 법 서툴잖아.」

타키는 웃으면서 침대로 쓰러진다. 미츠하가 가고 싶다는 상점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하며, 대학들과의 거리를 재어본다.

그러고 있자니, 하루를 보낸 피곤함에 눈이 감겨온다.

팔을 뻗어 불을 끄니 단숨에 어두워진 방 안에서, 졸음이 한순간에, 하지만 부드럽게 타키에게 다가온다.

타키는 굳이 저항하지 않고 졸음에 몸을 맡겼다.

「후암...... 그녀석, 어디로 데려가면 기뻐하려나.」

타키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잠들기 직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듯한 미츠하의 목소리는,

타키와 마찬가지로 어딘가 쓸쓸한, 하지만 기쁨이 섞인 듯한, 그런 목소리였다.

 

 

[각주]

¹⁾ た、瀧くんのアホ!! 変態!! 카타와레토키 (황혼의 시간) 때의 대사와 동일. 

  하지만 「단풍 마을과 빗자루 무녀」에서도 비슷한 대사가 나온 적이 있다.

 

 

[저번 편에서 원작자께 번역, 전달된 감상댓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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