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자분과의 협의 하에 게제하였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이 작품은 Pixiv의 ダニエル님의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시리즈입니다.
- 이제부터 두 사람이 살아갈 거리
타키와 미츠하가 드디어 함께...... 라는 이야기.
그 재해가 일어나지 않고, 어째서인지 동갑내기로 재회한 두 사람의 이야기.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시리즈 8화입니다.
시간이 단숨에 흘러, 전편에서 1년 반 가까이 흐른 이야기입니다.
그 사이의 이야기는...... 번외편 같은 느낌으로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단은 시간순으로 나아가보고자 합니다.
이전의 투고로부터 시간이 꽤나 지나서 죄송합니다.
연말의 모 이벤트의 퇴고 작업으로 바쁜 나머지 다음 화 역시 이번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만약 즐겁게 읽어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만, 조금만 기다려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역주 : 원작자분께서 연말에 바쁘셨던 모양으로, 전편의 투고일이 16년 11월 6일,
이번 편의 투고일이 한 달 뒤인 16년 12월 5일이었습니다. 번역일정과는 관계없습니다.)
「식기도 다 샀고, 칫솔이랑 세제도 샀네. 으음, 또 필요한거 있었던가?」
역전거리를 걸으며, 옆에서 걷고 있는 타키에게 미츠하가 묻는다.
짐을 들어주고 있던 타키가 잠시 생각해보더니 시선을 들곤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딱히 없는데...... 아마도. 미츠하는?」
「으음...... 이것저것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떠오르질 않아.」
「그럼 뭐, 나중에 필요하면 사도 되지 않을까?」
타키의 당연한 제안에 확실히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미츠하.
평소 생활할 때엔 이게 있으면 좋겠네, 저게 있으면 좋을텐데, 이것저것 생각하지만
정작 제대로 준비하려고 드니 떠오르질 않으니 희한한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아직은 낯선 풍경을 바라본다. 도쿄라고는 해도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 신주쿠 등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그런 풍경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뭐랄까. 드디어, 라는 느낌이네.」
아직은 쌀쌀한 3월의 바람에 흔들리는 봉투를 보며 미츠하가 중얼거린다.
생필품들이 적당히 들어차있는 봉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대한 것을 실감하기엔 충분했다.
「그러네. 하지만 설마 이렇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었어.」
「나도. 공부라든지 이래저래 힘들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둘이 함께 있을 수 있게 되다니.」
「정말 그래. 하지만 뭐, 둘이서 분발한 덕분이니까. 게다가 다행히 다들 인정해줬고 말야.」
할머니는 우리가 조건을 완수한 시점에서 인정해 주셨다.
요츠하는 도쿄에 놀러갔을 때의 거점이 생겼다며 기뻐했고,
테시가와라와 사야카는, 조금 떨어져 있긴 하지만 도쿄에서 동거하게 되었다.
타키의 아버지는 타키의 독립을 시원스레 허가해 주었다. 뭐 생활비는 거의 안 보내주는 모양이지만, 어쨌든 힘내라고 했다는 듯하다.
츠카사와 타카기는, 타키가 얘기해주진 않지만 아마도 놀려댄 모양이라고 미츠하는 짐작한다.
「모두의 덕분이야. 우리가 이렇게 있을 수 있는건.」
「그러네. 조만간 답례라도 해야겠어.」
말하며 미소짓는 타키는 앞으로 향한다.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고, 미츠하의 뺨이 풀어져버리는건, 뭐 어쩔 수가 없다.
왜냐하면 여기는 미츠하가 새로이 머물 집이자, 동시에 타키가 새로이 머물 집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럼, 열게.」
짐을 들고 있는 타키 대신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현관의 열쇠구멍에 꽂았다.
이제 막 넘겨받은 반짝거리는 열쇠가 부드럽게 돈다. 미츠하는 그대로 쭈욱 돌려 문을 열었다.
「다녀왔어, 네.」
「응, 다녀왔어, 야.」
두 사람은 나란히 현관을 통과한다. 다녀왔다는 말을 타키와 함께 할 수 있다.
그것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낯간지럽다. 손에 든 짐을 일단 현관에 놔둔 채, 방으로 들어간다.
「여, 역시 아무것도 없으니까 좀 이상한 느낌이야.」
「역시 그러네. 가전제품도 아직 안 왔고 말야. 대부분 오늘 도착할 예정이지만.」
「응. 이제부터, 여기서 사는거네......
아직은 아무것도 없지만, 내 물건이나 타키 군의 물건이 늘어가면서 이 방도 바뀌어가게 되려나.」
가전제품도 옷장도 침대도 아직이다. 미츠하와 타키의 이삿짐 역시 아직 오지 않아서, 방에 있는 건 손짐뿐이다.
텅 비어있는 방은 외롭다기보단, 앞으로 변해갈 새하얀 캠퍼스를 연상케 한다.
아직 누구의 색도 스며들지 않은 이 방은, 분명 볼 것도 없이 미츠하와 타키의 색으로 물들어갈 것이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기대되는 마음으로 미츠하는 아직 새하얀 방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새겨두려는 듯 바라본다.
「......그러네. 내 경우엔 뭐, 어지르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만.」
「아, 그건 나도 신경써야겠네. 쓰레기 버리는 것도 까먹지 않도록 해야지.」
그런 사소한 일조차 앞으로는 타키와 함께 해나간다.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있을 수 없었던 타키와, 앞으로는 쭈욱 함께다.
낙차가 너무 커, 행복의 갭이 밀려들어와버려, 미츠하는 벌써부터 조금 걱정이다.
「요리라든지, 가사도 함께 협력하지 않으면 안되겠네. 당번표라도 만드는 편이 좋으려나......」
「으―음, 학기 시작하면 결정해도 되지 않을까. 시간표도 아직 모르고 말야......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밥은 어쩔까?」
「아―, 역시 오늘 만들어 먹는 건 좀 힘들겠는데. 이삿짐센터가 오는 시각에 따라선 불가능할지도.」
「외식인가...... 좋은 가게 있으려나.」
이제 막 와선, 역시 미츠하도 타키도 주위 지리에 대해선 익숙하질 않다.
일전에 방을 견학하기 위해서 찾아왔었지만, 그 땐 시간이 없어서 역전의 체인점에서 해결했었다.
「이삿짐센터가 오기 전에 간단히 알아볼까. 가끔은 외식을 하게 될테니까, 개척해두는 것도 괜찮겠지.」
말하고는 휴대폰을 꺼내 조사하기 시작하는 타키. 오늘은 가전제품이나 가구 배송도 올테고, 미츠하와 타키의 이삿짐도 온다.
밤엔 정리를 끝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저녁밥을 만들어 먹을 시간은 없을 것 같다.
「타키 군에게 맡길게. 그 사이에 난 아까 사온 물건들을 정리할 수 있을만큼 정리해 둘게.」
「미안해. 으음, 생각보다 이것저것 있네...... 역시 대학 근처라서인가.」
「그렇구나. 학생 상대의 가게라든지, 꽤 볼륨 있을 것 같은데.」
세제를 선반에 두며 대답한다. 대학이 가까워서인지 방 선택폭도 넓었던 것을 생각하면, 꽤나 저렴하니 좋은 입지인지도 모르겠다.
뭐 타키나 미츠하나 요리는 그런대로 할 줄 알기에, 외식의 빈도가 높을 것 같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 근처도 알아봐야겠네. 으음, 혹시 뭐 먹고싶은거 있어?」
「아니, 난 뭐든 좋아. 타키 군이 골라준 가게라면 나도 괜찮은걸?」
「그리 말하니 고민되는걸― 뭐 적당히 알아볼게.」
말하며 휴대폰을 바라보는 타키에게 부탁할게― 라며 미츠하는 짐 정리를 하러 간다.
뭐 그렇다곤 해도 아직 가구도 덜 왔으니, 적당히 넣어두는 것 밖에 할 수 없지만.
「자 그럼. 일단 이정도로 해둘까.」
어느정도 짐정리를 마치곤 일어서, 바닥에 앉아있는 타키에게 다가가는 미츠하.
이삿짐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아마 서로 정신이 없어서 오늘 밤까지 바쁠 것 같다. 그래서 미츠하는―
「타―키 군.」
휴대폰을 보고 있는 타키의 등을 마음껏 껴안았다.
「우왓, 무슨 일이야 갑자기.」
「아냐― 그냥. 좋은 가게 찾았나 싶어서.」
어깨 너머로 타키의 휴대폰을 들여다보니, 이전에 데이트할 때에도 사용하던 맛집찾기 어플리케이션으로 주위 지도가 표시되어있었다.
거기에 가게가 있음을 표시해주는 아이콘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고, 위치가 역 앞이긴 했지만 그 숫자에 놀라는 미츠하였다.
「와, 좋은 가게 잔뜩이네.」
「그러게. 그래서 고민하느라...... 여긴 어떨까 생각했는데.」
「어디 보자......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 평점도 높네.」
「그런 것 같아. 봐봐.」
타키가 고개를 끄덕이며 화면을 스크롤한다. 올라와있는 요리사진이나 가게사진의 분위기를 봐선 평점이 납득갈 만큼 좋아보인다.
가격이 약간 비싼 것 같지만, 일단은 함께 사는 첫날이고, 조금쯤은 사치를 부려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미츠하.
「응, 난 여기가 좋은데? 모처럼이니까, 좋은 가게엘 가 보고 싶다고 생각해.」
「그럼 정해졌네. 그럼 슬슬...... 저기 미츠하. 언제까지 붙어있을거야.」
「그치만― 이삿짐센터 올 때 까진 괜찮잖아. 나중엔 바빠질거구.」
「그건 그렇지만...... 그게, 그러니까.」
「응?」
약간 고개를 기울여서, 뭔가 말하려고 하는 타키의 얼굴을 본다.
얼굴이 빨개진 타키는 기쁘지만 감내하기 힘든 뭔가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미츠하는 궁금해진 듯 재촉하며 묻는다.
「아니, 그게 말야...... 등에 마음껏, 가슴이......」
「히잇」
어느샌가 완전히 밀착되어버린 몸을 황급히 떼낸다. 타키의 휴대폰을 보느라 열중해서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타키를 거진 뒤에서 껴안고 있었던 자세는, 역시 좀 부끄럽다.
「미, 미안 눈치채지 못해서.」
「아, 아냐별로딱히싫었던건아니지만. 그냥 그......」
「으, 응 괜찮아 알고있어. 저기, 그럼 그......」
왠지 타키가 뭘 말하고 싶은지는 알 것 같았지만, 때문인지 불필요하게 당황해버렸다.
아무리 앞으로 동거한다고 해도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될지는 생각치 못했었고,
타키는 어떻게 하고 싶은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돌아다니며 헤집기 시작한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점점 악화될 것 같은 상황에 무언가 말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해선, 미츠하가 입을 열려고 할 때
딩―동, 절묘한 타이밍에 벨이 울려선, 두 사람은 나란히 뛰어오른다.
「꺅」
「엇, 배송업자 분이신가!?」
「그, 그런가봐. 저기, 나가봐야.」
「그, 그러네.」
방금전까지의 미묘한 분위기를 무마하려는 듯이 미츠하가 황급히 일어선다. 함께 일어난 타키와 함께 현관으로 나가면서,
미츠하는, 조금만 늦게 왔으면 좋았을텐데― 생각해 버린다.
「하아...... 역시 지친다...... 저녁은 맛있었지만.」
「응. 배는 부르지만, 피곤해서 한 발짝도 못 움직이겠어......」
이사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어 저녁을 먹은 미츠하와 타키는, 신품 가구와 포장지에 둘러싸여, 나란히 소파에 쓰러져 있었다.
「이사란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구나......」
「뭐 나도 미츠하도 이사는 처음 해보는거니까. 무거운 물건은 옮겨주긴 하지만, 그래도 숫자가 숫자니까.」
「업자분들이 이분저분 많이 오시니까 시간을 맞추는 것도 힘드네.」
미츠하와 타키의 이삿짐에 덧붙여 전자기기의 반입 등 정말 다양한 업자들의 방문에, 무척이나 야단법석이었다.
차근차근 예정대로 진행하고 저녁을 먹고 돌아오니 이미 밤 10시를 넘긴 시각.
더구나 침대는 있지만 이불을 꺼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도 준비해야 한다.
「조금은 짐을 풀어두고 싶지만, 이거 무리네.」
「응, 난 최소한 꺼내놔야 할 짐이 있긴 하지만, 일단은 좀 쉬어야 하려나.」
팔을 쭈욱 뻗으니, 혹사당한 비명이 온몸의 마디마디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한바탕 기지개를 키곤 탈진해 버린 미츠하는, 그대로 타키에게 기대듯 몸을 뉘였다.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뭐랄까...... 기분좋은 피로랄까?」
「아―, 나도 그런 느낌이야. 뭐, 앞으로의 우리 생활을 위해서니까, 오늘 하루 힘내서 어느정도 형태는 갖췄으니까.」
타키가 그리 말하며 방을 바라본다. 그 말을 듣고 미츠하 역시 방을 바라본다. 확실히 타키가 말한대로다.
아직 방구석엔 포장지가 쌓여있고, 덧붙이자면 전자레인지엔 아직 비닐도 씌워져 있는 상태지만,
그래도 둘이서 생각해낸 두 사람의 방이다.
방 곳곳의 치수를 재고 그에 맞는 가구를 찾아, 디자인이라든지 기능성, 가격에 대해서도 요모조모 따져본 그 고민조차 그립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보고 있자니, 오늘의 피로쯤은 보상받는 기분이 드는 것이 재미있다.
인터넷으로 구매한 것도 있고 가게에서 산 것도 있지만, 둘이서 고른 것들뿐이라 애착이 새삼 생기는 것만 같다.
「좋은 방을 잡아서 잘된 것 같아.」
「엄청 고민했던 보람이 있네. 이 가격에 이 넓이로, 더구나 꽤나 이쁘고.」
학생 신분으로선 정말 좋은 방이라고 미츠하는 생각한다. 물론 둘이서 임대료를 반반씩 낸 이유도 있지만,
제대로 욕실과 화장실이 딸린 2LDK¹⁾는, 전원 생활을 해온 미츠하로서도 좁다는 느낌은 그닥 없었다.
「냉장고도 딱 있었고.」
「사갖고 온 식기로 선반에 여유있게 들어가고 말야. 지금은 완벽해.」
「그러네. 뭐 아직 조립 못한 가구가 있긴 하지만......」
방 구석의 포장지를 본다. 옷장이나 책장 등은 가게에서 사면 비싸다며, 미츠하의 제안으로 직접 조립하게 된 것이다.
「뭐 그거야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아마도. 둘이서 만들어도 문제없는 것만 사왔고, 정 안되면 타카기라도 부르지 뭐.」
「밥 사준다고 하면 곧바로 달려올 것 같은데, 타카기 군은. 맡겨둬! 라며 말야.」
「하하, 분명 그럴걸. 뭐 가능하면 둘이서 만들고 싶지만...... 하지만 제멋대로 미츠하를 피곤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 말야.」
그리 말하며 생각에 잠기는 타키. 아마도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부담없이 정리할지 궁리하는 듯하다.
미츠하를 신경써주는 건 기쁘고, 미츠하에게 짐을 지우고 싶지 않은 기분도 안다. 하지만 그건 미츠하도 마찬가지다.
「나도, 타키 군이랑 둘이서 하고 싶어. 물론 도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우리 방 정돈 우리끼리 잘 해보고 싶은걸.」
라며 웃는 미츠하. 그리고 조금은 자기 기분을 못 알아채준 것을 탓하는 듯, 머리로 타키의 가슴을 들이받는다.
「그런가, 그럼 다행이다. 둘이서 만드는 둘만의 방인가...... 뭔가, 역시.」
「응, 조금 부끄럽지만. 그치만 그만큼 더 행복해.」
「나도.」
여기가 내 집이고, 매일마다 타키와 함께 돌아올 집이라는 실감은 솔직히 아직 들지 않는다.
너무 행복해서 푹신푹신한 감각 탓에 바닥에 발이 닿지 않을것만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지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미츠하는 그 감각 그대로 타키를 바라본다.
「저기, 타키 군. 동...... 같이 살기로 한 거 말야.」
동거라고 말하려다 부끄러워져서 말을 바꾸고 말았다. 애초에 둘 다 같은 의미지만, 새삼 말하자니 속뜻 탓에 불필요하게 부끄러워진다.
「어, 응. 뭔가 생각난거라도 있니?」
「응, 규칙이랄 것까진 아니지만. 그...... 나갈 땐 다녀올게, 라며 말하고 말야. 돌아왔을 땐 다녀왔어, 라고 말하지 않을래?²⁾」
아무래도 좋을 사소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왠지, 처음 정하는 규칙은 생활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자그마한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아― 그러네. 확실히 중요한 일이네. 좋지 않아? 오늘 아침엔 이미 자연스레 말했었지만 말야.」
「아, 그러고 보니 그랬네. 뭐 규칙이라기보단, 마음가짐 같은 거니까.」
「알겠어. 그럼...... 나도 하나.」
뭘까, 미츠하는 말없이 타키의 말을 기다린다. 뭔가 조금은 즐거운 듯한 표정의 타키는 농담어린 어조다.
「서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참지 않고 말한다. 어때?」
「그건 지금까지도 그래왔다고 생각하지만......」
애초에 말하고 싶은 건 서로 주저없이 이야기하는 편이었다고 미츠하는 생각한다. 말하지 않고 숨긴걸 떠올리기 힘들 정도다.
「아, 혹시 타키 군은 무언가 얘기하고 싶은게 있는거야......?」
뭘까, 조금은 불안하다. 모르는 사이에 뭔가 잘못해버린걸까 걱정하는 미츠하의 고민을 타키의 말이 가로막는다.
「아냐 미안해, 그런 뜻은 아냐. 그저, 지금까지와는 달리 쭈욱 함께니까, 얘기하기 어려운 것도 최대한 서로 나누자는거야.」
「아까 내가 얘기했던 마음가짐 같은거야?」
미츠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타키.
분명, 타키의 집에 잠깐 머물거나 타키가 이토모리로 놀러올 때와 달리, 여기는 두 사람의 집이다.
그리 생각하니, 지금까지보다 더욱 나아가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뭐 그런거라면. 음―...... 하지만 지금은 딱히 없는걸......」
「그래? 난 하나 있는데.」
「응? 뭐야?」
미츠하의 대답에 타키는 이제와선 부끄러워하더니,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오늘은 아직 한 번도 안했구나 싶어서.」
무엇을, 이라며 반문하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던 것은, 미츠하 역시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겠지.
살짝 눈감은 미츠하의 입술에, 오랜만에 따스함이 다가온다. 살짝 까끌거리는 그 느낌은 아마 오늘 작업이 힘들었기 때문이겠지.
입술이 떨어지고 미츠하가 눈을 뜨자, 기쁜 듯 웃는 타키의 얼굴이 있어, 미츠하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이 방에서, 처음 하는 키스네.」
「응. 뭐랄까, 정말 둘 뿐이니까 말야...... 묘하게 부끄럽네.」
「으, 응...... 나도......」
그대로 정말 어디까지나 가버릴 것 같은 느낌이 뭐랄까 부끄럽다.
아침도 같은 이유로 혼란스러워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진정이 된다.
하지만 침착한 탓에 이것저것 더 생각해버려선, 불필요하게 부끄러운 생각마저 들어버린다.
「아― 하지만 말야. 그...... 앞으로도 시간은 있으니까, 말야.」
「그러네. 오늘은 지쳐버렸고, 더구나 아직 해야 할 일도 있으니까......」
변명하듯이 서로에게 말하면서도, 어느 쪽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결국 그 후 미츠하가 소파에서 일어난 건 10분을 훌쩍 넘겨버린 뒤였다.
[각주]
¹⁾ 2LDK. 방이 2개 있으며 LDK (Living+Dining Kitchen) 가 딸린 집. LDK는 거실 겸 주방을 의미함.
한국의 일반적인 오피스텔 투룸 형태와 유사하다. 방이 분리되어 있으므로 투베이는 아닌 셈.
²⁾ いってきます(잇테키마스), ただいま(타다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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