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달라져가는 거리, 달라지는 마을

※ 원작자분과의 협의 하에 게제하였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이 작품은 Pixiv의 ダニエル님의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시리즈입니다.

   (원작자 Pixiv 링크)

 

 

 

- 달라져가는 거리, 달라지는 마을

타키와 미츠하가 집에서 공부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이야기.

그 재해가 일어나지 않고, 어째서인지 동갑내기인 두 사람이 재회하는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시리즈 11화입니다.

이번 편은 조금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한 준비편이랄까요, 시리어스한 내용 (?) 도 있습니다.

뭐, 아마 평소보단 진지할거에요. 아마도......

대신이랄까, 장면에 따라서는 마음껏 꽁냥거려 보았습니다.

 

 

 

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덥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떻든 습기찬 느낌이라 별로 기분좋은 바람은 아니다.

흔들리는 풍경 소리에 어느정도 차분해지긴 하지만, 아무래도 약간은 땀을 흘리게 되는 더위 속에서,

타키와 미츠하는 함께 노트와 책을 펴놓고 책상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아, 미츠하. 그거 틀린거 같아.」

「어? 어디어디?」

「봐봐, 여기 동사는 이쪽 주어에 달려있는거잖아. 그러니까 해석하자면......」

흠흠, 고개를 끄덕이는 미츠하에게 해석을 설명해주는 타키. 노트를 가리키며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둘이서 밥먹을 때 쓰려고 사둔 큰 책상은, 두 사람이 함께 교재를 펼쳐도 아직 넉넉하다.

바로 옆에 앉아있는 미츠하는 아름다운 긴 머리를 묶어올린 모습이라, 

위에서 바라보는 타키의 시선엔 의도치않게 힐끔힐끔 새하얀 목덜미가 눈에 들어와 버린다.

가뜩이나 실내복을 입고선 딱 붙어있는 상황이라, 콩깍지가 씌인 눈이 아니더라도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렇구나. 그럼 저...... 이쪽은 어떤 느낌이야?」

「어? 아아, 응. 맞은 것 같은......데. 으―음, 미츠하는 예전부터 영어는 서투르구나.」

「아하하...... 공부해야 하는건 알고 있지만. 역시 일본어랑 전혀 달라서 어려운걸......」

입을 삐죽이며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중얼거리는 미츠하에게 쓴웃음짓는 타키. 하지만 그 기분은 알 것 같다.

타키 역시 미츠하보다는 낫지만, 딱히 영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뭐 2년만 참으면 되니까 말야. 더구나 혹시 외국인 관광객이라도 온다면 조금쯤은 할 줄 아는게 좋지 않겠어?」

「그―, 그건 그렇지만...... 하지만 그 땐 타키 군에게 부탁하면 되는걸.」

「나라고 그렇게까지 잘하는건 아니니까...... 뭐 일단 나도 조금만 더 하면 한 챕터는 끝날 것 같으니까, 이따 밥이라도 먹자.」

「응, 알겠어. 타키 군도 잘 모르는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줘야돼?」

말하며 웃는 미츠하는 다시금 영어로 빼곡한 교재에 눈을 돌린다.

알겠다며 다시금 공부하는 타키가 보고 있는 교재는 신토와 관련된 책이다.

교양과목인 미츠하의 영어와는 달리, 타키의 경우는 앞으로도 계속 공부해야만 하는 학문이라,

타키가 향후 나아갈 길을 생각했을 때 반드시 제대로 습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목이다.

입학하기 전부터 미야미즈 신사에 대한 이야기는 이것저것 들어왔지만, 역시 체계화된 학문으로서의 신토에 대해 배운다는 건 공부 같은 느낌이다.

일본사에 등장하는 이름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르는 것들만 잔뜩 나온다.

뭐 일단은 암기로 극복하면 되는 문제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미츠하에게 물어보면 이해할 수 있지만.

「왜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어려운 한자만 썼던걸까......」

「후후, 익숙하지 않으면 역시 힘들지도 모르겠네. 난 어렸을 때부터 봐왔으니까 괜찮지만.」

「뭐 그 부분이 크긴 하지만 말야. 나도 어렸을 때부터 딱히 영어를 자주 보고 자란건 아닌데.」

「아―, 바보 취급하고 말야―. 확실히 영어는 어렵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면 평균점수 정도는 받을 수 있다구.」

「아하하, 농담이야. 힘내서 평균점수 꼭 받으라구.」

뺨을 부풀리며 이쪽을 노려보는 미츠하. 하지만 귀여운 나머지 박력은 전혀 없다.

타키가 살짝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여전히 불만스러운 얼굴의 미츠하가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타키도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린다. 시험 직전만큼 긴박한 느낌은 없지만, 퀴즈¹⁾에서도 순위가 매겨지는 만큼 방심할 수는 없다.

「아―, 다했다 다했어―」

묵묵히 집중한 것까진 아니지만 꽤나 집중하며 펜을 움직이고 있던 타키는, 다 쓴 레포트를 한 번 검토해보더니 크게 기지개를 킨다.

「고생했어, 타키 군.」

「고마워. 미츠하는 어때?」

「응, 곧 끝나. 뭐 타키 군이 검사해봐야 알겠지만.」

말하며 펜을 움직이던 미츠하가, 마지막 문장 해석을 끝낸 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를 덮었다.

적어도 미츠하 본인으로선 잘 해낸 모양이다. 그게 정답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확인해봐도 되겠지.

그리 생각하며 노트를 정리하는 타키는―

「저기, 타키 군.」

옆에 앉아있는 미츠하의 목소리에 뒤돌아본다. 살짝 맞잡아오는 손과 목소리가 신호가 된다.

아직도 부끄러워선 좀처럼 직접 말하긴 힘들지만, 그래선지 딱히 누가 정한 것도 아닌 신호만으로 두 사람은 알아채버린다.

「응, 미츠하.」

그래서 타키는 미츠하의 손을 잡아주며 미츠하에게 다가간다.

몇 번이고 해온 것이지만, 아직도 이 순간의 미츠하는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이기에 자제력이 필요할 정도다.

「아......」

단지 몇 초간 닿을 뿐인 키스. 나직이 흘러나오는 미츠하의 숨소리와 함께 타키는 얼굴을 뗀다.

미츠하에겐 말할 수 없지만, 이 순간 부끄러워하면서도 아직 부족한걸― 말하려는 듯한 미츠하의 표정도 좋다.

「그럼― 밥 먹을까. 뭐 남은 것 뿐이지만.」

「그, 그렇구나. 응, 그, 남은 반찬도 잘 먹어야 하니까.」

빠르게 책상을 정리하곤 남은 반찬을 전자레인지에 데우며, 최소한으로 준비해둔 된장국과 쌀밥을 식탁에 나란히 놓는다.

어젯밤 남은 조림도 있고, 사야카네 본가에서 보내준 절임도 있어, 점심으로선 충분하다.

타키와 미츠하는 손을 모으고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후우...... 맛있었어.」

점심식사를 끝내고, 미츠하가 타준 녹차를 마시며 감탄하는 타키.

미리 지어준 쌀밥과 따뜻한 반찬도 있었지만, 하루 지난 조림이 그 맛을 더해버린 탓인지 무심코 과식해버리고 말았다.

「후후, 다행이야. 타키 군 꽤 많이 먹었네.」

「하룻밤 지났는데도 조림이 참 맛있더라. 보존성은 아무래도 일식요리가 유리할지도 모르겠네.」

아까 전 점심은 그런 이유로 일식이 메인이었다. 

이탈리안 요리도 만들려면 만들 수는 있고 재료도 있지만, 일식과 비교해서 아무래도 불편했다.

「치즈도 쓰고 하니까 어쩔 수 없는거려나. 하지만 난 타키 군의 스튜 정말 좋아하는걸. 고기도 부드럽고 굉장히 맛있어.」

「고마워. 뭐 만들기 편하니까 자주 만드는거 같네. 카레도 그렇고.」

「저렴하기도 하고 말야. 아, 그러고보니 요츠하가 일전에 보내준 기념품 맘에 들었대.」

얼마 전 유원지에 가서 샀던 기념품 이야기다. 

직접 전달하기엔 귀성할 시간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택배로 보내줬는데, 아무래도 잘 골랐던 모양이다.

「그건 다행이네. 아이스크림 취향을 봐선 아무래도 이런걸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어.」

「그러고보니 그러네. 후후, 아이스크림인가...... 그리운 얘기네.」

「응? 아아, 벌써 2년이나 지났으니까 말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미츠하와 몸이 바뀌던 시절로부터도 꽤나 시간이 흘렀다.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오르지만 한편으로는 먼 옛날의 일 같기도 하다.

미츠하가 되었을 때의 기억은 돌이켜보면 소중한 추억이 되어있다.

「다시 이토모리에 가 보고 싶네...... 여름방학때엔 가봐도 되겠지?」

「응, 괜찮을거라 생각해. 나도 백중²⁾ 때 즈음엔 가보고 싶네. 

  그리고 그...... 성묘도 해야되고.」

「아, 아 그랬구나.」

순간, 뭐라고 이야기해야할지 몰라 말문이 막힌다. 

의도적으로 피해온 건 아니지만, 역시 미츠하의 부모님 문제는 약간 복잡해서, 항상 자연스레 화제에서 빗겨나왔었다.

「저기, 타키 군. 타키 군이 괜찮다면 말인데...... 약간이지만, 옛날 이야기 들어봐주지 않을래......?」

미츠하의 말을 들으며, 너무나도 진지한 표정을 보며 타키는 아무런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괜찮아. 하지만 그 전에 식기라도 정리해두자.」

「아, 그러네. 미안해, 어쩐지 초조한 모습 보여서.」

「신경쓰지 마. 설거지는 내가 나중에 할게.」

「......응, 고마워. 그럼 차 끓여올게.」

얼른 물을 끓이곤 두 사람은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곧바로 몸을 기대오는 미츠하를 느끼며 타키는 살짝 손을 맞잡았다.

「저기, 어디서부터 얘기하면 되려나...... 응, 일단 아버지랑 어머니는 꽤 나이차이가 있으셨거든......」

그리워하는 듯한, 그리고 조금은 쓸쓸한 듯한 미츠하가 옛 추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딱딱했지만, 말투는 조금은 즐거운 듯했다.

「그래서 말야, 어머니의 매듭은 정말로 이뻤어. 아버지도 몇 번이고 칭찬해 주셨었고.

  뭐랄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항상 어머니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으셨던 것 같기도 해.」

킥킥, 즐겁게 웃는 미츠하에게 이야기가 시작될 무렵의 딱딱한 느낌은 이제 없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즐거운 추억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어서, 점차 미츠하의 표정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셔서...... 그 때 아버지께서 집을 나가셨어. 내가 사랑하는 건 미야미즈 신사가 아니라시면서.」

「......그러냐. 확실히 그건 좀 심했네......」

「응. 그땐 아버진 나 따윈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조금은...... 아니, 굉장히 힘들었어.

  하지만 요즈음 돌이켜보면 정말 그러셨던걸까 싶기도 해.」

질문은 하지 않았다. 

지금껏 애매했던 마음을 이야기하며 정리해보려 하는 미츠하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타키는 조용히 미츠하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아버지가 말야, 집을 나갈 때 나랑 요츠하도 같이 가자고 하셨었어. 그때 난 아버지가 무서워서 할머니 뒤에 숨어있었거든......

  어쩌면 아버지는 우리를 생각해주셨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해.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토모리는 조금 이상하거든.」

「그런가?」

타키의 반응에, 미츠하는 씁쓸한 것 같으면서도 부끄러워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예전 그대로...... 랄까. 타키 군이랑 몸이 바뀌었을 때도 그랬지만,

  도쿄에 가보고선 새삼 생각해봤었어. 그게 신사가 마을의 중심이란게, 도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그건...... 뭐 그렇지만. 하지만 마을의 중심이라고 할 만큼이었나?」

확실히 『미야미즈 신사의 미츠하』라고 바라보는 시선은 있었던 것 같지만,

그렇다고 추앙하는 듯한 분위기는 적어도 타키가 몸이 바뀌었을 때에는 없었다.

「난 아니었지만...... 어머니께서 건강하셨을 무렵엔 정말 굉장했었어.

  풍작일지 흉작일지를 물어보러 오는 사람까지 있었으니까, 마치 어머니를 신님³⁾처럼 대하고 있었거든.」

「그건 뭐랄까...... 아, 확실히 요즈음 강의를 들으며 배웠던 그런 세계 같은 이야기네.」

「물론 평소에는 보통 사람이었지만. 하지만 확실히 때때로는 부처님 같은 이야기도 하셨달까.

  모든 사물에는 의미가 있고 돌아갈 자리가 있다든지―. 후후, 잘 이해는 안 되지만.」

지금도 잘 모르겠다며 웃는 미츠하는, 그래서 더더욱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쭈욱 생각해왔어. 미야미즈 신사의 후계자로서, 어머니처럼 되어야 한다고 말야.

  하지만 역시 그런 건 불가능해서...... 그게 나에겐 무거운 짐이었다는걸 알아챈 건 타키 군 덕분이야.

  타키 군이 바깥 세상에 대해서 알려줬으니까.」

「그런 거창한 일은 하지 않았지만...... 뭐 미츠하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네.

  하지만, 혹시 지금은 어머님처럼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는거야?」

타키의 질문이 미츠하는 분명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표정이 보이진 않지만, 어두운 표정이 아니란 것쯤은 왠지 눈치챌 수 있다.

「응, 이제 난 어머니랑은 다르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어. 그리고 말야, 아버지께서 이장이 된 이후에 마을도 꽤나 바뀌었어.

  타키 군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던건, 분명 그 때문일거라고 생각해.」

「아― 과연 그러네. 확실히 미야미즈 신사의 후계자라는 시선보다는, 이장의 딸로 보는 시선이 더 많았던 것 같아.」

여기까지 들으니, 미츠하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어느정도는 이해한 타키였다.

신사 중심의 낡은 이토모리의 모습을,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의 일반사회로 바꾼다.

그건 분명 신사의 힘을 빼앗아가는 일이 되지만, 바꿔 말해 신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도 된다고 생각할 여지도 있다.

「응. 처음엔 신사의 딸인데다 이장의 딸이기까지 하다니 이젠 좀 그만해달라는 생각도 했었어.

  하지만 그건 혹시 날 위해서였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해. 그래서.」

쭈욱 미츠하가 외면해 온, 아버지라는 것.

이해심 넓은 마음으로, 지금 이야기한 것을 믿고 있는 미츠하겠지.

사실 이건 그냥 추측이고, 아버지의 속마음은 전혀 다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나, 여름방학 때 아버지랑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다시 한 번, 제대로 말야.

  그래서 그 때 말인데, 혹시 괜찮다면 타키 군도 함께......」

하지만 미츠하는 다시 한 번, 아버지를 믿으며 각오를 다졌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지는 솔직히 타키로서는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정도쯤은 말해도 되겠지,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 뺨을 긁적이며 타키는 입을 열었다.

「아아, 미츠하가 같이 가주길 바란다면, 나도 함께 갈거야. 이야기가 좀 꼬이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 우리 장래라든가 하는 것과 관계가 없는 건 아니니까.」

나와 함께 있어서 미츠하가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

10년에 가까운 시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기에, 미츠하와 토시키 사이에 얼마만큼의 감정의 골이 있을지 타키로선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미츠하는 스스로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그렇다면 타키 역시, 가능한 한 미츠하의 곁에 있어주고 싶다.

「그, 그렇구나. 그러네, 응. 자, 장래...... 구나.」

「아― 그, 네가 부끄러워하니까 나도 부끄러운데......」

「그치만 타키 군이 부끄러운 얘길 하니까 어쩔 수가 없는걸.」

아마도 미츠하 역시 부끄러움을 숨기고 싶은 모양이다.

어깨에 기대오던 머리를 살짝 떼더니, 무릎에 기대오며 이쪽을 바라본다.

「정말...... 어쩔 수 없네.」

미츠하를 일으키는 것도 번거롭고, 애초에 그러고 싶지도 않다.

타키는 언제나처럼 미츠하의 머리를 살며시 내려놓고, 머리카락이 흐트러지지 않게끔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는다.

열심히 옛날 이야기를 했으니까, 이정도 쯤은 괜찮을거라 생각하면서도 이건 너무 지나치게 달달한 상황은 아닐까, 타키는 생각한다.

「에헤헤, 타키 군 손은 커다란데도 부드러워서 너무 좋아.」

「남자 손치곤 작은 편인 것 같지만. 역시 더 큰 편이 좋았으려나?」

「아냐, 타키 군의 손이니까 좋아하는거야. 지금 이대로가 제일 좋아.」

부끄러운 기색 없이 이야기하는 미츠하. 대답 대신 손을 팡팡 쳐주는 타키.

간지러워하는 듯한 미츠하의 머리카락은, 조금만 더 자라면 이전과 비슷해질 정도의 길이가 되었다.

날 위해서 길러주고 있는 머리라고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져서 견딜 수 없다.

그런 생각에 잠겨있는 타키에게 문득 표정이 보이지 않는 미츠하가 이야기한다.

「저기, 타키 군.」

「무슨 일이야? 더 하고 싶은 얘기 혹시 있어?」

「아냐, 그건 이제 괜찮아. 그냥,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어서.」

고맙단 얘긴 아까 들은 것 같은데, 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타키.

영차, 몸을 일으키는 미츠하는 아까전마냥 옆에 앉는 듯하더니, 타키의 팔에 기대어왔다.

「감사라니, 난 그냥 이야기를 들어준것 뿐인데.」

「아냐, 타키 군은 쭈욱 기다려준거잖아? 내가 이야기할 때까지.」

미츠하의 목소리가 어깨로부터 직접 전해져온다. 

얼굴을 옆으로 돌리면 닿을 것만 같은 거리에서 미츠하가 속삭이고 있다. 너무나도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조금은 간지럽다.

그런 미츠하의 질문에 타키는, 생각을 감추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아―, 기다렸다기보단, 그냥 얘기해줘도 될텐데 싶은 정도였어. 내가 이러쿵 저러쿵 얘기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니까.」

미야미즈네에서 지낼 타키의 장래로선, 적어도 현재 집을 떠나있는 토시키에 대한 이야기는 꼭 알아야 하는 부분은 아니다.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여태껏 쭈욱 기다려준거니까 말야. 그리고, 여름에 함께 와준다고 얘기해줘서 정말 기뻤어.」

「그거야말로 당연하잖아. 조금 인사드리는게 빨라질 뿐이야.」

조금이라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언제 인사드리든 크게 다를 건 없다.

「그렇구나...... 응, 알았어. 타키 군이 그렇게 얘기해준다면.」

「아, 하지만 말야.」

타키는 말을 잠시 끊으며, 고개를 움직여 그야말로 눈앞에 있는 미츠하의 얼굴을 마주본다.

멍한 얼굴의 미츠하에게, 타키는 살짝 이마를 맞대며 미츠하의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일단, 학점은 제대로 받아두자구.」

약간은 농담 같은 말투에 미츠하는 약간 불만스러워하면서도 머리를 어깨에서 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불만은 있지만, 틀린 말도 아니기에 일단 참는다.

그런 생각이 태도에 나와버리는 것마냥 뺨을 부풀리는 모습이, 정말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조금만 있다가 공부할까.」

공부는 좀 더 있다가 해도 되지 않을까, 미츠하의 뺨에 손을 갖다대며 이야기하는 타키였다.

 

 

 

 

[각주]

¹⁾ 원문은 定期試験정기시험. 문맥을 보았을 때엔 수시로 치는 시험인 듯하여, 한국 정서에 맞게 퀴즈로 대체하였다.

²⁾ 음력 7월 보름. 추석으로부터 한 달 전. 일본에서는 상당히 크게 챙기는 명절로 이것저것 선물을 주고받곤 한다. 

한국에서도 어느정도는 챙기는 편이지만, 양력 8월 15일이 공휴일 (광복절) 이므로 농촌에서는 대충 이날 퉁쳐서 마을잔치를 벌이는 편이다.

³⁾ 원문은 神様. 하나님이나 하느님으로 번역하기에는 신토적 색채가 짙은 의미로 쓰인 단어이므로 신님으로 번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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