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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Pixiv의 ダニエル님의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시리즈입니다.
- 무더운 도심 속 시원한 홍차
익숙하지 않은 도쿄의 더위에 시달리는 미츠하가 타키와 느긋하게 지내는 이야기.
그 재해가 일어나지 않고, 어째서인지 두 사람이 동갑내기로 재회하는 이야기.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시리즈의 13화입니다.
일단 13화이긴 합니다만, 내용은 번외편 수준입니다. 요컨대 휴식편입니다.
내용도 무척 짧고, 이야기 전개도 전혀 없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읽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처음으로 함께 자는 이야기라든지, 그런것도 쓰고 싶은데......
「으으...... 더워......」
타버릴 듯한 햇볕에 노출된 미츠하가 몸 속의 열기를 토해내듯 한숨쉰다.
가열된 아스팔트 위로 일렁거리는 아지랑이에, 멀리 시선을 돌리면 집이 일그러져보일 정도다.
열기에 가까운 공기에, 습도마저 높아서 흘러내리는 땀도 전혀 증발하지 않는다.
일단 모자도 쓰고 있고 선크림도 발랐지만, 그런 미츠하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태양은 집까지 가는 길을 모조리 내리쬐고 있다.
집에 돌아가면 시원한 방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떨리는 무릎에 힘을 주며 미츠하는 겨우겨우 현관문을 연다.
「다, 다녀왔어―」
「오, 어서와. 괜찮아?」
마침 물을 마시고 있었던 타키가 주방에서 놀란 표정으로 얼굴을 내민다.
타키 앞에서 한심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지만, 미츠하의 의지에도 한계가 있다.
미츠하는 차가운 실내공기를 마시며 거실 의자에 쓰러지다시피 앉는다.
「별로 괜찮지 않아...... 도쿄의 여름은 이정도로 더운거구나......」
「오늘따라 무더우니까 말야...... 자, 일단 여기 차랑 부채.」
「응, 고마워. ......후우, 맛있다......」
차가운 보리차를 급히 마시며 타키가 부쳐주는 바람을 고맙게 받아들인다.
무심코 나오는 한숨은 괴로워서가 아닌, 진심으로 한숨 돌린 느낌의 그것이다.
「엄청 힘들어 보이네. 기분 상하거나 한 건 아니지?」
「별로 그렇진 않아. 고마워. 하지만, 이렇게까지 도쿄가 더울 줄은......」
「오늘은 올해 들어 가장 더운듯 하니까 말야...... 이런 날에 아르바이트라니 운이 좀 없었네.」
「정말이야...... 뭐 손님은 별로 없었지만.」
이런 날에 굳이 외식하러 나오는 사람은 별로 없다. 미츠하가 일하고 있는 찻집 역시 오늘은 딱히 손님이 없었다.
「뭐 그건 그런가. 일단 오늘은 집에서 푹 쉬어.」
「응, 그럴게. 일단 샤워라도 할까...... 부채 부쳐줘서 고마워.」
「아니, 뭘 그런걸가지고.」
땀으로 흠뻑 젖은 옷은 역시 기분나쁘다. 평상시엔 대낮에 샤워를 하진 않지만, 오늘은 예외다.
평범하게 걸을 수 있을 만큼 회복된 듯한 미츠하는 재빨리 옷을 챙기고는 샤워하러 욕실로 향한다.
「우와, 셔츠 흠뻑 젖었다. 얼른 세탁해야겠네.」
땀에 절어 무거워진 옷을 세탁기에 넣는다. 이런 날씨라면 빨래도 금세 마를테니, 샤워하고 나오면 얼른 해버려야지.
미츠하는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고 욕실로 들어간다.
「아아, 기분좋아...... 하지만 도쿄 정말 덥네. 이토모리가 시원한 편이었던걸까.」
샤워하고 있자니 얼마 전 다녀온 이토모리의 시원함이 떠오른다.
이토모리에 살던 때만 해도 여름은 덥다며 사야카와 함께 불평했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그정도는 더운 축에도 못 드는 것이었을지도.
「아, 하지만 이토모리는 겨울에 추우니까,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인가. 하지만 역시 축축한 더위는 싫은데......」
온도가 높은 것보다도, 지나친 습도 탓에 체감온도가 높아져버린다.
열사병으로 일년에 몇 명씩 쓰러진다는 뉴스를 보면서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정도 더위를 체감하고 나니 웃어넘길 수 없게 되었다.
「응, 이정도면 됐으려나. 참, 나가면 아이스크림 먹어야지.」
샤워를 끝내며 냉장고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떠올린 미츠하가 빠르게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탈의실 문을 연다.
덥지 않은 건 아니지만, 샤워하고 나니 몸이 시원해져서 정말로 기분이 좋다. 방 공기를 느끼며 거실로 돌아가는 미츠하.
「오, 금방 샤워했네.」
「응, 그냥 땀흘렸던 것 뿐이니까. 어디보자...... 있다 있다. 타키 군도 먹을래?」
「아아, 그럴까.」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두 개 꺼내서 타키에게 하나 건넨다.
특색없는 소다맛 아이스크림이지만, 일단 가격이 저렴하다.
「맛있어―. 고생한 보람이 있네.」
「이걸로 괜찮겠어?」
「더울 땐 이것도 정말 맛있는걸. 아, 모처럼이니까 아이스 티에 도전해볼까.」
취미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홍차에 푹 빠진 미츠하였다.
일단 얼음을 챙기며 물주전자에 물을 넣고 끓인다.
「타키 군도 마실래?」
「그러네, 모처럼이니까 말야. 솜씨 좀 볼까.」
「얼음 넣을거니까 일단 양을 좀 많이 타볼게.」
원래 홍차를 끓이는 것 자체가 익숙치 않지만, 뜨거운 홍차라면 근래 들어선 나름대로 잘 끓이게 되었다.
하지만 일전에 아이스 티를 끓일 때엔 물 조절을 잘못해서 조금 맛이 떫어져버렸었다.
그래서 오늘은 차를 끓이고 얼음에 물을 붓는 시간을 조금 조절해볼까 궁리한다.
「일단 찻주전자를 데운 뒤에...... 다음은.」
아이스 티용 얼그레이를 꺼낸다. 최근에 시작한 터라 아직 전통적인 세 종류의 홍차밖에 갖고 있지 않다.
「다음엔 이렇게 하고......」
물을 넣어둔 물주전자 뚜껑을 덮은 채 홍차를 끓인다.
일전에 타키에게 선물받은 모래시계로 시간을 맞추며, 파란 모래가 떨어지는걸 보며 마음 속으로 맛있게 끓여지길 바란다.
다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를 버리고, 모래가 다 떨어질 타이밍이 되자―
「여기에...... 이렇게.」
끓어오르는 물이 최대한 출렁이지 않게끔 조심하며, 미리 데워둔 찻주전자로 옮겨붓는다.
찻주전자에 넣어둔 설탕과 함께 스며나오는 홍차의 향기는 한숨이 나올 만큼 좋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옮겨부은 미츠하는, 김이 서린 홍차를 얼음이 담긴 유리컵에 단번에 쏟아붓는다.
「어때? 잘 된거 같아?」
「으음, 제대로 한 것 같긴 한데...... 아.」
얼음을 녹이며 단번에 식어가는 홍차가 이전과 달리 진홍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괜찮을......려나? 자, 타키 군.」
충분히 식은 것을 확인한 미츠하가 타키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타키에게 유리컵을 건넨다.
「오, 고마워. 확실히 이전처럼 묽어진 빛은 아니네.」
「응. 맛은...... 응!! 맛있어!!」
「어디 보자...... 응, 정말 맛있네. 뭐랄까 맑은 느낌이야.」
고개를 끄덕이며 홍차를 마시는 타키에게, 미츠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유리잔을 기울인다.
타키의 말대로 끓이는 시간을 줄여서인지, 이번엔 홍차의 맛이 부담없이 몸속에 스며든다.
「잘 끓여졌네. 맛도 잘 스며들어있고. 역시 경험이 중요하구나......」
적당한 단맛 역시, 방금 목욕하고 나와선지 기분좋게 느껴진다.
다음에 끓일 때도 지금처럼 준비해서 만들어야지, 내심 생각하며 문득 타키에게 시선을 보낸다.
타키는 맛있는 듯 천천히 미츠하가 끓여준 홍차를 마셔주고있다. 왠지 따스한 기분이 든다.
시원한 방인데도 왠지 달아올라버린 마음을 숨기듯, 미츠하는 발을 뻗어 맞은편 타키의 다리를 쿡쿡 찌른다.
「저기, 갑자기 뭐하는거야.」
「그게...... 그냥. 오늘은 아직 타키 군이랑 별로 붙어있지 못했는걸.」
「뭐 어젠 각자 방에서 잤었으니까.」
오늘미츠하만 아침 일찍 일어날 일이 있었기 때문에 각자 잤었지만, 그 때문인지 왠지 무언가 모자랐던 것이다.
아침 알람소리에 타키를 깨우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일찍 자기 위해서 각자 잔 것이었는데.
「게다가 더워서 지쳐버렸으니까, 타키 군에게서 에너지를 보충받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정말...... 어쩔 수 없네. 그럼 저녁까지 느긋하게 있을까.」
「응. 타키 군 너무 좋아.」
마시던 유리컵을 가지고 일어서서 타키에게 다가가, 옆자리에 기대듯 앉는다.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옆에 붙어있는게 제일 좋아.
「뭔가 항상 이렇게 되는 것 같은 기분인데.」
「그러네...... 타키 군은 이런거, 이제 질린거야?」
올려다보며 타키에게 물어본다. 순간 멈칫하던 타키는, 이전과 달리 굳어지진 않은 듯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민다.
머리를 지나 어깨를 껴안는 손을 느끼며 살며시 몸을 맡기곤 안기는 미츠하.
「너 정말, 알면서 그러는거지?」
「그치만 타키 군의 반응이 좋은걸.」
「그런거야?」
「응, 너무 좋아.」
타키의 팔에 포옥 안긴 미츠하가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기쁨에 너무 취해있었던걸까.
「후아암...... 어라, 조금 졸리네......」
순간 덮쳐온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하품하며 중얼거리는 미츠하.
「뭐 오늘은 일찍 일어났으니까 말야. 저녁때까진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자고 싶으면 잠깐 자는게 어때?」
「으음, 하지만 타키 군이랑 함께 있고 싶은걸.」
타키와 함께 좀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타키랑 같이 있으면 왠지 안심이 되어서 졸려버린다.
그런 미츠하의 기분을 짐작하는건지 쓴웃음을 짓는 타키. 안겨있는 타키의 품속으로부터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럼 말야, 함께 있어줄게. 어차피 저녁밥 만들려면 시간 남았으니까.」
「정말?」
「응, 정말이야. 무릎베개라도 할까?」
「아냐, 괜찮아. 그냥 이렇게 안아주기만 해도 돼......」
서서히 목소리가 잠기며 생각이 멈추어간다. 부드러운 소파에 파묻혀 타키에게 안겨있자니 너무 행복해선, 천천히 잠들어가는 미츠하.
「응, 잘 자 미츠하.」
잠들기 직전인 미츠하에게 마지막으로 들려온 건 행복한 타키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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