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빗속의 마을, 두 사람의 밤

※ 원작자분과의 협의 하에 게제하였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이 작품은 Pixiv의 ダニエル님의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시리즈입니다.

   (원작자 Pixiv 링크)

 

 

 

- 빗속의 마을, 두 사람의 밤

장마의 계절,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자는 이야기.

그 재해가 일어나지 않고, 어째서인지 동갑내기인 두 사람이 재회하는 이야기.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시리즈 14화입니다.

 

약간 시간을 거꾸로 감아서, 장마철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한여름 이야기를 쓰고 나서 장마철 이야기라니 조금은 전개가 느린 것 같지만, 일단 써 보았어요.

꽤나 달달하달까...... 꽁냥꽁냥거리고 말았습니다.

지난 편에 이어 너무 짧아져버려 죄송합니다. 다음 편은 진행을 위한 여행 이야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내일도 비오려나.」

샤워를 한 뒤 이젠 잘 시간. 타키의 방 침대에 걸터앉은 미츠하가 비에 젖은 창문을 보며 중얼거린다.

칙칙한 납빛 구름은 틈새 하나 없이 하늘을 뒤덮어, 마치 밤하늘에 별 같은건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지면에 비를 뿌리고 있다.

「올해는 꽤 많이 내리네. 작년에는 장마철이 없다시피 했는데 말야.」

책상에 앉아있던 타키가 펜을 놓고 우울한 듯 뒤돌아본다.

장마철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이만큼이나 비가 계속되니 기분도 우울해진다.

빨래도 어쩔 수 없이 실내에서 말리게 되었고, 무엇보다 축축한 공기 때문에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랬었지. 으음, 계속 이 상태려나.」

「이젠 슬슬 맑아졌으면 좋겠네 역시. 이대로는 놀러갈 수도 없고 말야.」

「맞아. 대학은 가까우니까 아직 괜찮지만.」

고등학생 시절엔 등교길이 꽤나 멀어서, 질척거리는 길을 걸어야 했기에 비오는 날이 더욱 싫었던 것을 떠올린다.

그런 의미에선, 가까운데다 포장도로로 걸으면 되는 지금 상황이 압도적으로 좋긴 하다.

「아―, 집중이 안 되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괜찮아? 그거 모레까지 해야되잖아.」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음, 앉을게.」

포기하듯 노트북을 닫은 타키가 의자에서 일어나 미츠하의 옆에 앉는다.

침대의 탄성으로 미츠하의 몸 역시 가볍게 흔들리고, 그 흔들림이 멈출 때즈음 타키는 온몸의 힘을 빼며 뒤로 넘어지듯 누웠다.

「하아, 피곤하네. 미츠하는 좋겠다, 과제 적은 강의 들어서.」

「뭐, 타키 군이 듣는 강의는 특히 과제가 많은 편이니까 말야.」

무작위로 나뉘는 영어수업은, 대부분 같은 강의를 듣고 있는 타키와 따로 듣는 몇 안되는 강의시간이다.

클래스마다 교수의 강의방침이 다르기 때문에, 미츠하는 타키와 비교해서 비교적 과제가 적은 클래스를 듣고 있다.

돌아다보니 타키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숨기지도 않고 있다. 그 모습이 왠지 앳되어선 조금 귀엽게 보인다.

「뭐 1학기가 끝나면 실력별로 나뉘게 되니까 지금만 참으면 되지만 말야.

  아, 하지만 그리되면 또 미츠하와는 다른 클래스가 되는건가......」

「아, 바보 취급하는거지―. 나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오히려 타키 군보다 높은 클래스가 될지도 모른다구?」

「오, 제법인데. 그래도 영어는 안 질거라구. 평소엔 나한테 배우고 있으면서......」

「그거야 예전부터 이것저것 배워왔으니까 그런거잖아. 타키 군에겐 이제 안 질거야―」

미츠하 역시 타키처럼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선, 그 기세로 타키의 냄새를 마음껏 느낀다.

「하아...... 타키 군 냄새다......」

「자, 잠깐 부끄러우니까 그만둬.」

「으―음, 싫어. 너무 좋아하는걸.」

침대라면 어디보다도 타키의 체취를 진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은 미츠하.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지만, 뭐 집엔 타키랑 둘 뿐이고.

이제와서 새삼 뭘― 이라는 기분이 더 강하게 들어버린다.

「정말......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할거면, 나도 그럴거니까 말야.」

그리 말하며 몸을 일으켜 다가온 타키가 팔을 뻗어오더니―

「꺅. 타, 타키 군......?」

마주보며 미츠하를 마음것 안아준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타키의 가슴팍을 보며 조금 혼란에 빠진 미츠하.

집에선 보통 붙어있긴 하지만, 안기는 건 역시 드문 일이다.

거기에 어느쪽이라고 한다면 평소엔 미츠하 쪽에서 다가가는 일이 많아서, 타키 쪽에서 다가와주는 일은 적은 편이다.

최근에는 타키가 다가와주는 일이 많아지고 있어서, 그럴 때엔 무심코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게 되어버릴 정도다.

사실 미츠하 스스로가 너무 알기쉬울 만큼 기뻐해버려선지, 타키 쪽이 부끄러워하는 일이 많은 것 같긴 하지만.

「음, 샴푸 냄새 좋네...... 봐봐, 부끄럽지?」

「저기, 그...... 응. 확실히 조금 부끄럽......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미츠하는 기쁨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감정으로 죽을 것만 같다.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이 기쁨을 전하고 싶은 미츠하가 타키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며 어떻게든 입을 연다.

「그치만 그, 정말 기뻐.」

「어, 응. 아니 그, 뭐 딱히 상관없긴 하지만......」

스스로 다가가면 미츠하가 놀랄 거라 생각했던 주제에, 자기가 더 당황하고 있는 타키.

그럼에도 더더욱 꼬옥 안아주는 타키의 팔을 느끼며, 기쁜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었구나 느끼는 미츠하.

「역시, 타키 군 정말 좋아......」

무심코 흘러나오는 중얼거림을 얼버무릴 수도 없을 만큼, 지금의 미츠하는 너무도 기분이 좋다.

「응. 나도 좋아해, 미츠하.」

한껏 치장된 대답은 아니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타키의 진심이 느껴진다.

타키의 얼굴이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껴안아주던 팔이 살짝 풀려서, 미츠하는 살며시 얼굴을 든다.

「후훗, 타키 군 얼굴 새빨개.」

마치 사과마냥 불거진 얼굴의 타키가,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쓴웃음을 짓는다.

「어쩔 수 없잖아. 부끄러우니까 말야. 하지만 뭐랄까...... 엄청 행복하네.」

「응, 나도.」

그대로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미츠하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입술에 닿는 느낌은 평소와 다르지 않아서, 왠지 안심이 되는 미츠하.

마치 타키에게서 기쁜 마음이 흘러나오는 것 같아, 조금 더 타키와 함께 있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끝없이 뜨거워져가는 것처럼.

「아...... 저기, 에헤헤.」

평소보다 조금 긴 키스가 처음처럼 부드럽게 끝나고, 미츠하는 행복감을 참지 못하며 웃는다.

「몇 번이나 했는데도 여전히 부끄럽네.」

「응, 확실히. 부끄럽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그리 말하며 다시 다가오는 타키. 그리고 미츠하는 자연스레 그걸 받아들인다.

「타키 군......」

「미츠하.」

잠시 떨어진 순간, 무심코 타키의 이름을 부르고 타키 역시 이름을 불러준다.

타키의 속삭임에 녹아버릴 것마냥 뜨거워져선 너무도 사랑스럽다.

그 목소리에 이끌리듯, 마치 실로 연결된 것마냥 자연스레 미츠하와 타키는 얼굴을 맞대고 있다.

얼마동안 그러고 있었을까. 이번에야말로 얼굴을 뗀 미츠하가, 

타키의 투명한 듯 푸르스름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확실한 각오를 담아 말을 꺼낸다.

「저기 타키 군...... 나, 쭈욱 타키 군이랑 있고 싶어.」

「......실은 나도 그래. 미츠하와 한 순간도 떨어지고 싶지 않아......

  그래서 그, 좀 좁긴 하지만...... 미츠하가 괜찮다면 방에서 함께 자도, 될까?」

「응. 나야말로 좁은 방에서 폐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잘 부탁드려요.」

타키가 부끄러움을 참고 말해줬으니까, 미츠하 역시 타키의 눈을 바라보며 고백하듯 말한다.

「아, 나야말로. 어어, 그래서 그...... 베개만 하나 더 있으면 되는건가?」

「응, 나중에 갖고 올게. 하지만 지금은 조금만 더...... 응?」

「......알았어.」

손을 마주잡으며, 서로의 형태를 확인하듯 붙잡는다. 한동안 그러고 있어선, 겨우 미츠하가 차분해질 즈음―

「아― 그러네...... 함께 자는 건 좋지만...... 그게.」

무언가 이야기하려는 듯한 타키가, 대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를 어색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고 있다.

왠지 타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아. 뭐랄까, 그런 걸 각오하지 않고선 함께 자고 싶단 얘기는 못 꺼내니까.

더구나 여기까지 와놓구선 타키가 아무 것도 해주지 않으면, 미츠하 역시 무언가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다.

「응, 타키 군이라면...... 좋아. 그리고―」

역시 말하려니 부끄러워져서 눈을 돌리는 미츠하. 하지만 다시금 크게 심호흡하며 바라본다.

분명 지금 타키는 꽤나 무리해서 말을 꺼내줬고, 그건 정말 기쁘지만,

타키에게만 기대는 건 싫으니까. 그래서 미츠하는―

「그리고 나도...... 이제 참기 힘드니까.」

말하며, 놀라고 있는 타키의 입술에 힘껏 포갠다. 눈은 감고 있지만, 몸의 흔들림으로 타키의 놀라움이 전해져온다.

여전히 긴장이 풀리지 않은 타키에게서 얼굴을 떼고는, 역시 부끄러운 듯 타키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는다.

「저기...... 이런거 말하는 여자친구는...... 싫어?」

「그럴 리가..... 없잖아...... 고마워, 정말 기뻐.」

「그렇구나...... 응, 타키 군이라면 그렇게 얘기해줄거라고 생각했어.」

반쯤은 사실이지만, 반쯤은 그래주길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든 불안함을 지울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타키는 자신이 가장 원하는게 무엇인지 항상 알아주는구나, 안도하는 미츠하.

「다행이다. 그러니까 그, 베개 가지러 가는건......」

「응, 이따 하자.」

그런건 지금 필요없다. 두 사람의 첫날밤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그래서 미츠하는, 내일쯤 비가 내려도 아무래도 좋다며, 타키의 팔에 안겨있었다.

 

 

 

 

 

 

[지난 편에서 원작자께 번역, 전달된 감상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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