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2. 무녀가 점치는 마을의 미래

※ 원작자분과의 협의 하에 게제하였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이 작품은 Pixiv의 ダニエル님의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시리즈입니다.

   (원작자 Pixiv 링크)

 

 

 

- 무녀가 점치는 마을의 미래

미츠하가 타로카드를 하는 이야기.

그 재해가 일어나지 않고, 어째서인지 동갑내기인 두 사람이 재회하는 이야기.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시리즈. 완결 이후 최초의 단편입니다.

시기로는 대학 1학년의 봄이 끝나갈 무렵. 「빗속의 마을, 두 사람의 밤」의 전일담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전 편을 읽지 않으셔도 이해하는 데엔 무리가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읽어주시면 역시 기쁠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타로카드 편에 있어서, 여러가지로 도와주신 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가급적이면 말이 되게끔 녹여내려 했습니다만, 해석이 이상해진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저 스스로가 초심자이기 때문에, 이상한 묘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타로카드 방면의 전문가가 계시다면 부디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역주 : 이번 편은 일본과 한국의 타로카드 용어가 다소 다른 관게로 의역이 평소보다 조금 많습니다.)

 

 

 

 

「저기 타키 군, 이거 봐봐―」

저녁식사를 끝내고 설거지를 하던 타키가, 손에 들고 있던 접시를 내려놓곤 뒤를 돌아보았다.

두달 전부터 동거를 시작한, 1년 이상 사귀고 있는 연인.

자주 입는 핑크색 잠옷을 입고선, 미츠하가 싱글벙글 자랑하듯 뭔가 생소한 카드를 내밀어온다.

「뭐야 그거.」

커다란 그 카드는 뒷면만 봐선 짐작이 가질 않는다.

트럼프 카드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기엔 아무리 그래도 너무 길쭉하게 생겼다.

미츠하가 카드 게임에 흥미를 가진 모습은 기억이 나질 않아, 타키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미츠하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온다.

「타로카드라고 하는 건데, 들어본 적 없어?」

「아―, 이름은 들어봤어. 점을 치는데 쓰는 물건이었던가?」

「응, 그래그래. 굉장히 본격적으로 운세를 볼 수 있대.

  카드와 사람이 결합해선,¹⁾ 그걸 표현하는 점이라나봐.」

별자리 운세조차 별로 관심이 없는 타키지만, 그래도 타로카드가 운세와 관련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물론 거리가 멀어졌다곤 하지만, 신사의 무녀가 타로카드를 믿는다는건 또 어떠려나 싶기도 하다.

「그럼, 그걸로 뭔가 할 생각인거야? 내 운세라도 점쳐준다든지.」

「아, 해보고 싶으면 해볼수도 있겠지만......」

「응?」

미묘하게 함축된 미츠하의 말투에 타키는 다시금 고개를 갸웃거린다.

마지막 접시를 닦고는, 바구니에 넣고 미츠하에게 향한다.

그러자 미츠하는, 살짝 붉어진 얼굴을 감추듯 카드로 입가를 가리며―

「그것도 좋지만...... 그, 모처럼이니까 두 사람의 자, 장래라든지 점쳐보면 어떨까 해서......

  궁합이라든지 그런 것도 점쳐볼 수 있는 것 같고......」

올려다보는 눈빛으로, 기쁨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말한다.

갑작스런 미츠하의 말에 타키 역시 무심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런걸 갑자기, 더구나 이렇게까지 귀여운 모습으로 말해버리는건 완전히 반칙이다.

쿵쾅거리는 심장으로부터 타키의 온몸을 뒤덮는 열이, 얼굴은커녕 머릿속까지 퍼져나간다.

열떠선 정리되지 않는 생각을 어떻게든 총동원해선, 최대한의 평정심을 가장하며 입을 여는 타키.

「아, 으응...... 그, 미츠하가 하고 싶다면 나도 괜찮은데......」

「정말!? 그럼, 설거지 끝나면 할까?」

「아―, 이미 끝나긴 했는데......」

「어!? 아, 그, 그렇구나. 그럼 그...... 소파에서......」

나와 똑같이 새빨개진 얼굴의 미츠하가 손을 내밀어와, 두 사람은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두근거리게 되는건지, 타키 스스로도 알 수 없을 만치 손이, 얼굴이 뜨겁다.

요즈음의 미츠하는. 이전보다도 훨씬 타키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익숙해지긴커녕 끝없이 높아져만 가는 미츠하를 향한 마음은,

쭈욱 떨어져있다가 갑자기 동거를 하게 되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정신없이 타키가 그런 생각에 빠져있자니, 미츠하는 타로카드를 일단 책상에 내려놓곤 어떤 책을 꺼내곤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기, 이 점 말인데, 둘이서 함께 하는게 좋은 모양이야. 그러니까 일단 설명해도 되지?」

「함께 하는거구나, 알겠어.」

「고마워. 저기, 일단 이 점은 육망성 스프레드²⁾라고 하는건데, 일단 일곱 장의 카드를 선택해.

  그리고 그걸 두는 위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모양이야...... 아, 이런 느낌이네.」

미츠하가 내미는 책을 보니, 거기엔 카드의 배치와 그것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그려져 있었다.²⁾

한 장의 카드를 둘러싸듯 배치된 카드들은, 각각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

더 나아가 상대나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기도 하는 모양이다.

카드를 배치하는 순서나 카드의 복합적인 의미를 보곤, 타키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본격적인 내용에 조금 놀랐다.

「이렇게까지 제대로 된 점이구나.」

「응, 유서가 깊은 점이니까. 그래서 내려놓은 카드에도 다양한 의미가 있는데......

  카드 종류가 많으니까, 일단 타로를 친 뒤에 설명해도 될까?」

「아아, 난 괜찮아. 근데 몇 종류나 있는거야?」

「이 타로카드는 22장이야.」

미츠하가 카드를 손에 들고 가볍게 펼쳐보인다.

그림이 그려져있는 도안은, 그것만으로는 대체 무얼 의미하는지 도통 알 수 없다.

무엇보다 미츠하는 이걸 알고 있는건가 싶어질 정도다. 그런 미츠하가 한 장을 집더니 이쪽으로 내밀어보인다.

「이건 세계의 카드라고 하는건데, 무언가의 결말을 의미하는 모양이야.

  예를 들어 사건이라든지...... 관계라든지. 

  무언가 완수했다는 좋은 의미인 것 같지만, 난 별로 좋다는 생각은 안 드네.」

「그런가? 아니 그보다, 해석의 여지도 있는거구나.」

「응, 타로카드는 사람이 어떻게 읽어내는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 같아.

  그치만 어느쪽으로 해석하든, 난 무언가가 끝나버리는 건, 그...... 슬프다고 생각하게 되는걸.」

이야기하며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미츠하가, 살며시 카드를 책상에 내려놓는다.

미츠하가 순간 망설임과 함께 예로 든 관계의 끝.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걸 모를 정도로 둔감한 타키는 아니다.

미츠하를 불안하게 만들어 버렸던 그 과거에 대한 후회와, 

그리고 그 불안을 털어내주었던 사실에 대한 안도감.

그 기분들을 억지로 정리하며, 타키는 그저 미츠하를 향해 손을 내밀곤 조금쯤 강하게 끌어안아주었다.

「꺅, 타키 군......?」

「무슨 기분인지는 알고 있어. 나도, 미츠하와 쭈욱 함께 있고 싶으니까...... 

  무언가가 끝나버리는 건 좋아하지 않아.」

「그렇구나...... 응, 고마워.」

그저 그렇게 말하곤, 울먹이며 가슴에 얼굴을 묻어오는 미츠하.

이 집에 살게 되고 나선, 미츠하가 이렇게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다.

쭈욱 떨어져있던 생활로부터, 이제는 두 사람만의 생활이 되어, 말 그대로 매일 함께였다.

두 사람 다 자취는 처음이기에, 이런저런 소동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어느정도 차분해진 참이었다.

그래서, 이 생활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라는 불안. 타키 역시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운세 이야기를 꺼낸거구나.」

위로하듯 미츠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타키가 쓴웃음을 짓는다.

쓸쓸해선, 그것 때문에 운세를 보고 싶다는 그 마음이 사랑스럽게 여겨진다.

그런 타키의 말에 미츠하는, 타키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중얼거리듯 대답한다.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치만, 불안한걸.

  타키 군이랑 쭈욱 함께 있다니, 꿈만 같아서......

  혹시, 정말 꿈인건 아닐까 해서.」

「......이해해. 나도 가끔 불안하니까.」

혼자서 잘 땐, 옆 방에 정말 미츠하가 있는게 맞나, 가끔 불안해지고 만다.

실은 함께 자고 싶다고 말하고 싶지만, 역시 그건 부끄러워서 아직은 말할 수 없다.

게다가 그렇게 되면 여러가지로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타키는 미츠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말을 이어나간다.

「그치만, 분명 미츠하는 여기에 있고 나도 여기에 있어.

  더구나 혹시 꿈이었더라도, 모두 잊어버리더라도,

  난 반드시 널 만나러 갈거야. 이젠 절대 헤어지지 않아.

  하지만...... 불안하게 해서 미안해.」

「아냐, 내멋대로 불안했던 것 뿐이니까...... 더구나 타키 군이 그렇게 얘기해줘서 난 행복하니까...... 이제 괜찮아.」

말하며 고개를 드는 미츠하는, 또렷이 행복한 미소를 지어오고 있었다.

희미하게 눈가에 깃든 눈물은 불안의 흔적이지만, 타키는 부드럽게 그걸 닦아주며, 살며시 눈감은 미츠하의 얼굴에 다가간다.

「응...... 에헤헤, 고마워.」

「아냐. 저기, 그래서......」

「응?」

완전히 붙어있는 모습이 되어버린 미츠하에게, 타키가 카드에 눈길을 돌리며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다.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뜬 미츠하는, 정말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듯한 얼굴로 황급히 책상을 향해 앉는다.

그렇더라도 어깨가 맞닿아버리는 거리이긴 하지만.

「그, 그랬지 참...... 저기, 흠흠.

  그래서 그, 오늘 쳐보고 싶은 내용은, 저기......

  조금 불안했던 것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구?」

「아, 응. 그러고보니 다양한 의미가 있었다고 했었지.」

「응, 그게, 점을 본다는게 그저 정해진 미래를 본다기보다는, 

  미래를 바꾼다든지 아직 불확실한 미래를 확실히 하는 의미인 것 같아.」

「그런가?」

정해진 미래를 본다한들 바꿀 수 없는거라면, 점을 치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무심코 끼어들었다.

「그래서 이 점으로 어떻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것인지, 그런 것도 점이라고 하나봐.

  그러니까 모처럼 떠올린거긴......한데.」

「그런거구나. 경향과 대책을 가르쳐주다니...... 시험칠 때 있었으면 좋겠는데.」

「후훗, 확실히 그러네. 그럼 시작해도 돼?」

이제 완전히 울음을 그친 미츠하에게, 타키 역시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인다. 미츠하가 그걸 확인하며 일단 심호흡을 해보인다.

「일단은 카드를 정화하기 위해 향을 피우는데...... 아무리 그래도 연기를 낼 순 없으니까, 소리로 할게.」

그리 말하며 미츠하는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방울을 꺼내더니 살며시 울린다.

그다지 큰 소리도 아니었지만, 자연스레 몸에 스며드는 듯한 소리다.

미츠하에게 잘 어울리는 모습이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분위기가 바뀐 것만 같다고 느끼는 타키였다.

「다음은 우릴 정화하기 위해, 응. 물티슈.」

「어, 어쩐지 미묘하게 현대적인데......」

「이런건 스스로에게 맞는 방법이 제일이니까.」

그렇게 말해도 되는건가 싶지만, 둘이서 손을 닦는다.

본격적인지 적당적당인지 모를 점이지만, 분명 형식보다는 마음이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카드 섞을게. 이렇게 뒤집어가면서 시계방향으로...... 소원을 생각하면서 말야.

  이런 느낌으로...... 저기, 그럼 타키 군도 섞어줄래?」

「아, 응. 알겠어.」

미츠하가 했던걸 떠올리며 타키 역시 카드를 조심스레 섞는다. 앞으로의 미츠하와의 미래를 소망하며.

구체적인 소원이라기보단,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정도지만, 충분히 섞은 듯한 타키가 손을 거둔다.

「이러면 되지?」

「응, 충분해. 그럼 다음은 이걸 정리해서......」

카드덱을 3개로 나눠서 순서를 바꾼다. 카지노에서 흔히 보는 방법으로 카드를 다시 섞은 미츠하가,

카드를 순서대로 삼각형과 역삼각형 모양으로 한 장씩 놓고는, 마지막으로 한가운데에 한 장의 카드를 내려놓는다.²⁾

「그럼, 이제 카드를 보기만 하면 돼.」

「응, 알겠어.」

미츠하가 다시금 숨을 내쉬며, 천천히 배치한 순서대로 카드를 한장 한장 뒤집어 확인한다.

관련지식이 없는 타키로선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카드를 확인하는 미츠하의 표정은 어딘가 기뻐보인다.

모든 카드를 확인한 미츠하가, 꾹 참아온 긴장을 토해내듯 크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걸로 끝. 그래서 이젠 배치와 카드로부터 의미를 해석하면 돼.」

그리 말하며 즐거운 듯 책을 들곤 카드와 책을 비교해나가는 미츠하.

「먼저 이 카드 위치는 과거를 의미하는데, 현재에 이르게 된 원인같은거야.

  그래서 이건 절제의 카드가 거꾸로 놓여있으니까, 역위치네.

  절제의 역위치의 의미는...... 저기, 불안정이라든지 폭주라든지......」

「아―, 미묘하게 짚이는 곳이 있는데...... 여러가지로.」

쓴웃음을 지으며, 지금까지의 일을 떠올린다.

솔직히, 몸이 바뀌었을 때도 포함해서, 최근까지는 침착했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비슷한 표정을 짓는 미츠하가 조금쯤 그리운 듯한 표정으로 웃어보인다.

「으, 응...... 확실히 그러네. 이것저것 있었지......

  현재의 카드는, 대법관의 정위치네. 부드러운 안정, 친절...... 이건 알기 쉬운 뜻이려나?」

「뭐 여기저기에서 도와줬으니까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있을 수 있는거겠지.」

아버지와, 미츠하의 할머니. 그리고 친구들.

모두가 도와줬기에 이렇게 지금 둘이서 지낼 수 있다.

더구나 요즈음은 확실히 차분해지는 기분도 들기에, 여러모로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럼 다음은......」

「여, 연인의 정위치.......구나......」

연인이란 단어가 익숙치 않은 탓인지, 뺨을 물들이는 미츠하가 주저하며 말한다.

미래의 카드가 연인이라니, 무심코 이미 연인이라고 생각해버리는 타키.

그런 타키에게 미츠하는, 스스로도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카드의 뜻풀이를 중얼거린다.

「이건 두 사람의 행복이나 기쁨의 의미인데...... 

  그, 조만간 뭔가 행복한 일이 있을거라는, 것 같아. 행복한 변화, 일까?」

「조만간인가. 뭘까.」

「으음, 난 타키 군이랑 함께라면 행복한데...... 이거 이상이라니 뭘까.」

별뜻없는 미츠하의 말에 타키 스스로도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뭐 미츠하가 나와 함께라면 행복하다고 말해준다면, 나로선 어떻든 좋지만.

「아, 그걸 위한 대책을 의미하는 카드인데. 앞으로의 일이라고 해야 하려나.

  운명의 수레바퀴 카드. 대책의 위치에 있으니까, 그대로 자연스레 흘러간다는 뜻인 것 같아.」

「그럼 자연스레 행복이 찾아오려나. 기대되네.」

「응. 아, 다음 카드는 타키 군의 마음인데...... 여제(女帝)의 정위치라니 이건 분명......」

어쩐지 서두르는 듯 책을 넘기며 페이지를 찾는 미츠하.

잠시 확인하는 듯하던 미츠하가 어째서인지 타키의 팔에 안겨온다.

갑작스런 모습에 타키 자신도 모르게 흐트러지고 말지만, 어떻게든 참아본다.

미츠하가 갑자기 안겨오는 건 드문 일은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번엔 너무 급작스럽다.

「어, 어이. 어떤 의미야 그 카드.」

「그, 그러니까, 마음으로부터 만족하는 상대, 라는데...... 

  타키 군에게 있어서 이상적인 상대라는 뜻이래.」

「아, 뭐 그런거구나. 그거야 뭐 당연하잖아...... 라고 말하고 싶긴 하지만,

  운세에서까지 그런 말을 들으니 좀 부끄러운데.」

눈을 반짝이는 미츠하의 시선을 피하며 타키가 뺨을 긁적인다.

스스로가 당연히 그리 생각하고 있다고 해야할까...... 미츠하 이외엔 생각할 수 없는게 당연하지만,

객관적으로 이렇게까지 알려져버리는건 조금 다른 문제다.

그리고 미츠하가 이렇게까지 기뻐하는걸 보고 있자니 얼굴 역시 뜨거워져버린다.

그런 타키의 표정이 재미있는지, 미츠하는 타키의 뺨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즐거운 듯 이야기한다.

「에헤헤, 부끄러워하는 타키 군 귀여워.」

「돼, 됐으니까 다음 카드 보자구. 자, 다음 카드는 네 마음이잖아?」

「응. 이건 황제의 카드로, 의미는...... 아.」

책을 바라보던 타키가 미츠하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자, 뺨을 붉히며 다시 눈물을 글썽이는 미츠하가 있었다.

「무슨 일이야?」

「저기, 여제와 마찬가지의 의미인 것...... 같은데.」

「아, 어어...... 뭐 황제라니까 말이지.」

「응. 그러니까 그, 난 타키 군이 이상적인 상대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네......

  에, 에헤헤, 들켜버렸네.」

수줍어하는 미츠하에게, 여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설마 노리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내심 한숨쉬는 타키.

의도한 모습이 아니니까 귀여운걸지도 모르겠지만, 어떻든 이런 모습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미츠하에게 해줄 말은 정해져 있으니까. 타키는 어떻든 시선을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미츠하도 마찬가지라니 기쁘네.

  근데, 이정도라면 거의 점을 칠 필요도 없어보이는데......」

「그러네. 마지막 카드도 좋은 의미란건 알고 있었으니까.」

미츠하가 보고 있는건 가운데에 놓인 마지막 카드.

태양의 그림이 그려진 그 카드에 부정적인 의미가 있을거라곤 생각하기 힘들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타키에게 안겨오는 미츠하가, 부드럽게, 그리고 기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태양은, 언제까지나 이어지는 따스함과 행복......

  이라는 의미래. 그러니까 이 카드가 결과의 위치에 있다는건......」

「우린 언제까지나 함께 행복하게...... 라는 의미려나?」

「응. 그러네. 물론 운세는 운세일 뿐이지만......」

그래도 기쁘다며, 미소짓는 미츠하.

확실히 운세는 운세에 지나지 않고, 미래가 아직 정해진건 아니다. 하지만―

「둘이서 함께한다면 괜찮겠지? 운세를 믿는건 아니지만, 우리 둘 다 그러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구나...... 응, 그러네. 함께 행복해지자, 타키 군.」

햇님처럼 미소짓는 미츠하와 함께라면, 운세를 볼 것도 없이 자연스레 그리 될 것만 같다며 납득하는 타키.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고 웃는다.

이 방에서의 봄도 이제 끝을 향해간다. 

만남의 계절을 넘어, 어느덧 밖엔 장마철의 기운이 다가오고 있었다.

 

 

 

 

 

[각주]

¹⁾ 원문은 カードと人が結びついて로, 타로카드에선 카드를 뽑았을 때 단지 무작위로 나오는 것이 아닌, 

  타로를 치는 사람의 마음과 반드시 연관된 카드가 나온다고 풀이하고 있다. 

  무스비라고 표현해도 무방하기에, 원문 역시 ‘무스비’로 표현되어있다.

²⁾ 일본에서 유행하는 연애 스프레드로, 배치법은 삼각형과 역삼각형, 그리고 정중앙의 카드까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모양이 육망성이기에 육망성 스프레드, 혹은 헥사그램 스프레드라고 불리며, 

  삼각형과 역삼각형은 각각 내용이 연결되어 있으며 한가운데에 들어가는 7번째 카드는 타로카드의 결과를 내포하는 최종적인 카드가 된다. 

  정석적인 육망성 스프레드의 배치는 다음과 같지만, 작중 등장하는 연애 스프레드의 경우는 다음과 같은 구성이다.

<정석적인 육망성 스프레드>      <육망성 연애 스프레드>

1. 현재와 연결된 과거             1. 지금까지의 두 사람의 연애

2. 현재                                     2. 현재의 두 사람의 연애

3. 가까운 미래                         3. 앞으로의 두 사람의 연애

4. 제안할 수 있는 해결책         4. 제안할 수 있는 해결책

5. 현재의 상태에서의 영향      5. 상대의 마음

6. 반대, 장애물                        6. 나의 마음

7. 예상되는 결과                     7. 예상되는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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