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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Pixiv의 ナル님의 「너의 이름은.」단편입니다.
- 두 사람의 마음
아직 몸이 바뀌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혜성 낙하가 있기 조금 전, 두 사람이 서로를 걱정하던 무렵입니다.
시간 순서상의 모순이 조금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너그럽게 봐주세요.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가라앉은 의식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깊은 물속에서 수면으로 떠오르는 듯한 감각.
아아, 오늘은 이쪽인가.
귀에 익은 알람소리와는 다른 그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깬다.
그 소리를 끄려 손을 뻗어도 찾을 수가 없다.
아직은 무겁기만한 눈꺼풀을 어떻게든 열고는 찾고 있던 물건에 손을 뻗는다.
이부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음원으로 추정되는 휴대폰이 있었다.
아직 덜 깬 몸을 질질 끌며 어떻게든 휴대폰을 집어들어 소리를 껐다.
「아무래도 오늘은 미츠하 쪽인 모양이군…」
저편을 바라보니 내 방엔 없는 거울과, 낡았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진 오동나무 옷장.
일본 전통가옥 특유의 다다미 냄새, 벽에 걸린 여자 교복.
그 무엇도 내 방엔 없는 것이라, 이곳이 미츠하의 방이라는 걸 여실히 느끼게 한다.
「이런이런…」
오늘로 몇 번째 몸이 바뀐 걸까.
처음엔 당황하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횟수를 거듭하며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스스로가 무서울 정도다.
어디의 누군지도 모를 사람과 몸이 바뀌어, 심지어 그 사이엔 그 녀석에게 내 몸을 맡기고 있는 셈인데.
제아무리 인간이 같은 상황을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동물이라지만,
몸이 바뀌는 것까지 익숙해져도 되는 것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실은 애초에 몸이 왜 바뀌는지 그 원인조차 모른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들 소용없다.
지금은 그보다 해야만 할 일을 하자.
「언니, 일어났어!?」
몸이 바뀐 날 아침의 일과.
가슴을 주무르기로 결행하자마자 갑자기 일본식 미닫이문이 힘차게 열린다.
「…」
「…」
자기 가슴을 만지는 언니.
그걸 보고 있는 여동생.
「…오늘은 이상한 쪽이구나. 아침밥 해놨으니까 얼른 와!!」
열 때의 기세 그대로, 오히려 그보다도 힘차게 닫혀버리는 미닫이문.
그렇게 닫으면 문 부서진다구 요츠하.
아니 그보다 저 녀석 내가 만질 때마다 나타나는데, 어디서 감시라도 하고 있는 건가.
미츠하가 요츠하에게 뭔가 쓸데없는 거라도 얘기한 건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다.
그러고 보니.
손으로 가슴을 만지며, 이런 모습을 보면 엄청나게 화낼 미츠하의 모습을 떠올리며,
몸이 바뀌었을 때의 일과 중 하나인 스마트폰에 남겨진 일기 확인을 해본다.
『오늘 개교기념일이야! 실수로라도 학교 가지 마! 내일 나 바보 만들지 말고.』
과연, 오늘은 학교 쉬는구나.
스마트폰 우측 위를 보니 평소보다도 늦은 시각이다.
모처럼 쉬는 날이면 괜히 알람 걸지 말고 늦잠 자게 놔뒀으면 좋았을 텐데.
『당부해두는데 다시 자지 마. 뒹굴거리는 건 네 몸일 때 하라구.』
행동을 예측하는구만 행동을.
이불을 뒤집어썼다가 다시 억지로 일어났다.
이렇게 적어놨는데도 다시 잤다가 요츠하를 통해 알려지는 것도 왠지 열받는다.
어째서인지 미츠하에게 휘둘리는 느낌이지만, 멀리서 요츠하의 거친 발걸음 소리 역시 들려온다.
슬슬 일어나는 편이 좋겠지.
그리 생각하며, 아직도 이불을 그리워하는 몸을 일으키며 옷을 갈아입었다.
언제였더라, 스마트폰 일기를 통해 이토모리는 어떤 곳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미츠하의 대답은 정말 싱겁게도,
『아무것도 없는 곳.』
기차는 2시간에 한 번 오지, 편의점도 오락시설도 없고.
세련된 카페 따윈 당연히 없고.
도쿄에 살고 있는 타키 군이 진심으로 부러워.
다시 태어나면 도쿄의 꽃미남이 되어주겠어―.
뒷부분은 이토모리에 대한 게 아닌, 오히려 뭔지 모를 소망이 적혀있었던 게 생각난다.
투덜거리는 미츠하의 모습이 금세 떠오르는 대답이었다.
확실히 아무것도 없다면 아무것도 없긴 하지만, 여태껏 도쿄에서 자라온 내게 이토모리는 매우 신선한 곳이었다.
아침엔 반짝반짝 빛나는 호수, 그 너머엔 우거지 나무들.
여름인데도 다소 차가운 바람이 호수를 건너 그대로 숲을 통해 하늘로 빠져나간다.
향수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 내게 있어, 이 장소는 마음을 울리는 그 무엇이 있었다.
여기서 지낸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그런데도, 여기가 내 고향같다는 조금은 부끄러운 이 감각.
명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든 난 이토모리 마을이 좋다.
몸이 바뀌었을 땐 늘 학교에 가서 분주한 시간을 보냈었지만, 오늘은 쉬는 날이다.
집에 있어도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미츠하의 방을 뒤적거려본 날엔, 한참을 화내더니 심지어 뭔가 저주까지 걸어왔었다.
심지어 지갑 속 내용물이 줄어든다는 최악의 저주였다.
이 이상 피해를 입는 건 사양하고 싶다.
「그건 그렇고, 뭐 하지.」
어쨌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미츠하 말대로, 이 마을엔 시간을 때울 장소 같은 건 아무데도 없다.
이 마을이 좋다고는 했지만, 그거랑 이건 별개의 문제라서,
미츠하의 몸으로 하루를 보내야 하는 이상 뭐라도 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그런 내 선택은 산책이었다.
잘 생각해 보니, 아무리 좁은 이토모리라지만 내가 걸어다녀본 장소는 한정되어 있다.
학교를 갔다오거나 집 주변을 둘러본 게 고작이다.
혹시 무언가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약간의 기대를 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서 나왔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소득은 제로.
얻은 게 있다면, 몸에 남은 피곤함 뿐이지 않을까.
「호수와 숲과 집…, 아무리 걸어가도 풍경이 그대로라니 꽤 힘드네…」
미츠하가 투덜대는 이유도 알 것 같다.
내가 이 마을이 아름답다 느끼는 건, 가끔씩 방문하는 입장이기 때문인 건 아닐까.
매일을 여기에서 보내야 한다면, 지루하기 짝이 없게 여겨지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뻣뻣해진 다리를 어떻게든 움직이며, 잠시 쉴 수 있는 장소를 찾아본다.
내가 살고 있는 도쿄라면, 조금만 걸으면 편의점이나 카페가 어디에나 있겠지만, 이 곳 이토모리엔 그런 건 없다.
결국 내가 향할 장소는 정해져 있다.
이토모리 호수 주위로 완만하게 형성되어 있는 경사면의 중턱 즈음, 하루에 몇 대밖에 다니지 않는 버스정류장 한 켠.
요전에 몸이 바뀌었을 때 완성했던 수제 카페.
카페라고 해도 그리 대단한 물건은 못 된다.
텟시가 입수해온 목재를 가공한, 수제 느낌을 물씬 풍기는 테이블과 의자,
거기에 해수욕장에서 쓸 법한 파라솔을 세워뒀을 뿐인 간단한 장소다.
그럼에도 그걸 완성했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처음엔 별로 내켜하지 않던 사야찡조차, 완성될 무렵엔 상당히 흥분했을 정도였다.
「누구 있어?」
걷다 지쳐 한시라도 빨리 뭐라도 마시며 앉아있고 싶어 찾아온 그곳엔,
아무래도 먼저 찾아온 손님이 있는 모양이다.
눈에 익은 까까머리와 세 가닥 댕기머리.
「오―, 뭐야 미츠하냐. 오늘은 귀신들린 쪽이구만.」
저쪽도 날 눈치챈 듯 말을 건다.
귀신들렸단 얘기에 대해선 일단 웃어넘겨둔다.
그 부분에 대해선 캐물으면 곤란하니.
텟시가 그 이상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는 게 고마울 따름이다.
「미츠하 결국 왔네, 어제 얘기했을 땐 거절하더니.」
「아, 아니, 그게 말야! 집에 있어도 할 게 없으니까.」
「어젠 단호하게 거절했던 주제에.」
사야찡의 째려보는 눈매가 아프게 다가온다.
둔감하다는 소릴 미츠하에게 몇 번이고 들어온 나라도 이건 알 것 같다.
아마 미츠하는 두 사람이 단둘이 있었으면 해서 거절했던 거겠지.
본인에게는 말하지 않은 것 같지만,
때문에 사야찡은 그 호의를 받아들여 둘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 일이 있으면 제대로 메모해 달라구…
「그, 그럼 돌아갈게.」
「벌써 가려고? 이제 왔잖냐. 좀 앉아있다 가라구.」
그쯤 해줘 텟시.
옆에 앉은 사야찡의 시선이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고.
이제 그 시선은 날 꿰뚫어버릴 만큼 강해지고 있다.
미츠하, 내일 네가 알아서 하라구.
일기에 안 써놓은 네가 잘못한 거니까.
「나, 볼일이 있어서 말야! 그래서 지금은 시간이 없어.」
뻔히 보일 거짓말이겠지만, 저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다.
외상이야 내일 미츠하가 갚겠지.
그리 생각하며 자리를 뜨려 하니, 사야찡이 날 불러세웠다.
「그러고 보니 미츠하 어제는 괜찮았어?」
「어제?」
짐작가는 데가 없다.
설마 아직도 까먹고 안 써둔 게 있는 건가.
하지만 그 대답은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어제, 그 세 사람 말이 심했잖아?
미츠하가 아무 말도 안 해서 우리도 아무 말 안하긴 했는데…」
그 세 사람.
아마도 미츠하에 대한 험담, 아니 그렇다기보다 아예 본인에게 대놓고 욕하는 그 녀석들 말인가.
그 녀석들 또 뭔가 저지른 건가.
저번에 분명 닥치게 만들었던 것 같은데.
「미츠하가 참고 있는 건 알지만 말야.
입장상 대꾸하기 힘든 부분도 있을 테니까. 그래도.」
아까까지의 시선과는 달리 진지하게 날 보는, 아니, 미츠하를 보는 사야찡.
옆에 앉은 텟시도 마찬가지였다.
「미덥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텟시도 여기 있으니까. 가끔은 의지해줘도 되는데.」
내 마음이 반응한 건지, 혹은 미츠하의 몸이 반응한 건지.
어느새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후로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에겐, 같은 말을 내일도 꼭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건 내가 들을 말이 아니다.
미츠하가 들어야만 의미가 있다.
이 세 사람은 정말 인연이 깊은 모양이다.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라도 그 정돈 알 수 있다.
「내가 뭔가 해줄 수는 없을까…」
미츠하와 몸이 바뀌기 시작한지도 어느덧 조금 시간이 지났다.
서로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라,
아마 이젠 이것저것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지 못한다.
미츠하가 느끼는 것, 고민하는 것, 생각하는 것.
알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츠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두 사람에게조차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로선 안 되는 건가.
「빌어먹을!」
언제부터인가 이렇듯 미츠하에 대한 걸 생각하게 됐다.
언제부터인가 내 몸으로 돌아왔을 때, 미츠하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지 생각하게 됐다.
언제부터인가 미츠하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쯤이면 내 몸으로 팬케이크를 먹고 있을 미츠하를 떠올려 본다.
무언가 해주고 싶다.
작은 거라도 괜찮으니 무언가를.
어쩔 수 없이 미츠하가 신경쓰이는 스스로가 있다.
이미 그건 부정할 수가 없다.
…………
귀에 익은 알람소리.
손을 뻗으면 언제나처럼 그곳에 있는 휴대폰.
잠이 덜 깬 눈으로 바라보니, 눈에 익은 거울이 있는 일본풍의 방.
오늘은 내 몸인 모양이다.
「어제 정말 재밌었는데…」
타키 군의 몸으로 학교에 가서, 츠카사 군이랑 타카기 군이랑 카페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쿠데라 선배와 함께 돌아왔다.
아무렇지도 않은 하루가 정말 즐거웠다.
그저께 일이 있었어서 더욱 그리 느낀 걸지도 모르겠네.
그러면서, 어제 내 몸으로 지냈을 타키 군을 떠올려본다.
타키 군은 내 몸으로 뭘 하며 보냈을까.
조금은 내 생각 해줬을까.
최근, 그런 생각을 해버릴 때가 많다.
어쩔 수 없이 타키 군이 신경쓰이는 스스로가 있다.
타키 군이 남겨둔 일기를 살펴본다.
아무래도 어젠 산책을 했던 모양이다.
딱히 특별한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끝까지 읽어봐도 별다른 일이 없는 게, 다행한 일인데도 조금은 쓸쓸해.
대체 난 뭘 기대하고 있는 걸까.
일기를 닫으려다, 아직 스크롤이 남아있는 걸 눈치챘다.
한참 밑에 써둬서, 아래로 스크롤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냉장고 안을 봐봐.』
그것뿐인 문장.
정말이지 쌀쌀맞은 그걸 본 난, 곧바로 부엌으로 향했다.
깨우기 전에 일어난 날 보며 요츠하가 엄청 놀래는 듯했지만
(오늘도 위험해… 같은 말을 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건 아무래도 좋다.
부엌 한켠에 있는 냉장고 문을 힘차게 연다.
안에 들어있던 게 조금 떨어졌지만, 뭐 나중에 주워넣자.
거기엔 장을 봐온 듯한 쇼핑백이 들어있었다.
「이건가…?」
조심스레 안을 본다.
거기엔 내가 정말 좋아하는 하겐다즈가 잔뜩 들어 있었다.
「뭐야 이거.」
하겐다즈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건 너무 많이 산 건 아닐까.
아니 그보다 이거 내 돈이잖아.
기대가 무너진 탓인지, 타키 군에 대한 앙심이 급속히 차오른다.
다음에 몸 바뀌면 복수할거야.
약간 비싸서 참았었는데, 한정판 팬케이크 먹어버릴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다음번 몸이 바뀌었을 때 할 일에 대해 머릿속으로 리스트를 짜고 있자니,
가방 속에 뭔가 종이가 들어있는 게 눈에 띄었다.
뭘까 이거.
두 번 접힌 메모지에, 무언가가 쓰여있는 듯했다.
타키 군이 뭘 써뒀을까.
궁리하며 접힌 메모를 펴보았다.
『이거 미츠하 돈으로 샀어. 미안. 사과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먹으라구.
돈은 언젠가 만났을 때 돌려줄게.』
타키 군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마지막 문장, 『언젠가 만났을 때』 란 말에 몹시도 설레었다.
만났을 때라니, 타키 군은 나랑 만날 생각이 있는 걸까.
만약 그럼 정말 기쁠텐데.
『추신 : 무슨 일 있으면 말해.』
몇 번이고 고쳐쓴 모양이다.
그 부분만 종이가 구겨져 있었다.
「정말… 이 남자는…」
무슨 생각으로 이걸 써둔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이런 걸 쓸 리가 없지.
입에서 튀어나온 말과는 달리 내 마음은 무척이나 따스했다.
타키 군의 마음이 정말 기뻤다.
갑자기 흘러나온 눈물조차 따스한 것만 같았다.
「고마워.」
어쩔 수 없이 타키 군에 대해 생각하고 만다.
이 마음이 뭔지는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언젠가 만나러 가야지.
내 마음을 타키 군에게 전하기 위해서.
오늘 내 마음은 너무나도 맑았다.
이토모리에 혜성이 떨어지기 며칠 전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