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화는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져 있어 쿠션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하지만 그만큼 발끝이 가볍기 때문에 움직이기 편한 측면이 있다.
원래는 조깅 목적인 신발이지만, 펌프를 위해 굳이 조깅화를 신고는 했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맨발을 불사하는 사람도 많은 펌프에서,
그래도 맨발보다는 뭐라도 신는 편이 아무래도 낫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게 조깅화를 하나 장만하자 펌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줄곧 그걸 신고 다녔다.
쿠션이 있는 묵직한 운동화를 신어보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별반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무거워서 움직이기 불편하기만 했다.
그렇게 나는 조깅화가 잘 맞는 인간이구나 내심 여기며 꽤 오랫동안 조깅화를 고집해 왔다.
재작년, 일본여행 중 과도하게 걸어다닌 탓인지 발에 물집이 잡히고 엉망이 되었다.
물집뿐만 아니라 종아리도 아프고 정강이도 아프고 뭔가 근본적으로 뼈마디가 아프다는 느낌...
조깅화를 신고 마라톤도 하고 등산도 하고 별 짓을 다하고 다녔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일정이 험난하긴 하구나 그저 그런 생각을 되뇌이며 여행을 끝마쳤었다.
귀국 이후, 한구석에 쳐박아놨던 쿠션화를 신으니 더 이상 발이 아프지 않았다.
가벼운 신발을 신기에는 충분히 가볍지 않게 된 탓일까.
결국 조깅화는 한구석에 쳐박히고 줄곧 쿠션화를 신게 되었다.
조깅화를 신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기억 탓에,
기억 속 움직임대로 앞서나갔다간 이제 몸이 버텨내지 못한다.
그런 시기가 된 것이다.
오늘 아침, 오랜만에 조깅화를 신고 야트막한 언덕을 다녀왔다. 종아리가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