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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Pixiv의 ダニエル님의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시리즈입니다.
-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
타키와 미츠하의 미래의 이야기.
그 재해가 일어나지 않고, 어째서인지 두 사람이 동갑내기로 재회하는 이야기.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시리즈의 완결편입니다.
지난 편을 쓰면서 문득 깨닫고 보니 3달 가까이 18편이나 써버렸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최종회라고 이름붙이긴 했습니다만, 번외편이나 단편 형태로 앞으로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초 생각했던 구성보다 상당히 길어져버렸기에, 이제 슬슬 매듭을 지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서요……
가을부터 시작해서 춘하추동, 사계절의 이야기를 어떻든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번외편이라며 겨울 이야기도 써버렸기에 순서가 갖춰지진 못했지만, 너그럽게 봐 주시면 기쁘겠습니다.
만약 괜찮으시다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지켜봐주세요.
「......후우, 역시 이 계절은 힘드네.」
낙엽 투성이의 경내를 둘러보며 미츠하가 살며시 한숨쉰다.
빗자루로 지면에 떨어진 나뭇잎을 쓸어모아 비닐봉투에 담아간다.
저 멀리 보이는, 불붙은 듯 빨갛게 물든 산은 아름다워서 좋지만, 그게 스스로의 발밑에 나열되어버리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융단마냥 선명한 모습이지만, 비라도 내리면 비참한 모습이 되어버리는 것 역시 이미 오래 전에 경험한 일이다.
어렸을 적부터 계속해온 신사 경내 청소는 지금도 미츠하의 일 중 하나다.
예전엔 요츠하와 둘이서 해온 일이지만, 아마 지금쯤 요츠하는 대학에서 강의를 받고 있을 시간이다.
언니가 봐도 조금은 귀엽게 자라선 약간 걱정하기도 했지만, 듣기로는 오히려 마음대로 주위를 조종하는 모양이다.
자신과는 달리 뭐랄까 소악마같은 아이로 성장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 즈음 미츠하는 문득,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린다.
「도쿄라면, 이렇게 힘들일 필요는 없는데 말야.」
예전엔 동경했었던, 그리고 몇년 전 대학에 다닐 무렵에 살았던 도쿄.
도심에선 멀리 떨어진 곳이었지만, 그래도 도로는 모두 포장되어 있었고 낙엽 역시 골칫거리가 될만큼 많지는 않았다.
이토모리에 돌아와서 몇 년이 지나, 도쿄에 살던 시절과 비슷한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져버린건 아닐까, 지금도 실감하는 미츠하였다.
이제는 슬슬 차가워진 바람소리에, 아직도 남아있는 낙엽이 흩날리는 소리.
그리고 미츠하가 빗자루를 움직이는 소리만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소리였다.
자동차의 엔진 소리도,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웅성이는 인파도 전혀 없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따스한 햇살 속에, 미츠하는 홀로 빗자루질을 한다.
「......조용하네. 가끔씩은 이런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조금 쓸쓸한걸, 자그맣게 중얼거린다.
혼자 있을 때가 없는건 아니다. 하지만 역시 이만큼이나 조용해선 조금쯤 쓸쓸해서,
그러고 보니 타키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해보는 미츠하인데―
「응......?」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빗자루질을 멈추는 미츠하.
돌계단을 성큼성큼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는 마치 달려오는 것마냥 가까워져온다.
그 귀에 익은 발소리는, 마치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그 날인 것만 같다.
혹시나 해선 미츠하가 시선을 돌리자―
「하아...... 하아...... 미츠하, 이런 곳에 있었냐.」
──그 날처럼 숨을 몰아쉬는 타키가, 돌계단에 서 있었다.
「......무슨 일이야? 타키 군.」
그리운 광경에 눈웃음지으며 언제나처럼 미츠하는 타키에게 말을 건다.
타키는 조금 화난 듯 눈쌀을 찌푸리며 다가와서, 미츠하의 손에서 빗자루를 뺏곤 이야기한다.
「정말, 이런 일은 나한테 맡기라고 했었잖아. 게다가 이제 슬슬 추우니까 말야.」
「차암, 타키 군도 너무 걱정이 지나치다니까. 이 정도는 괜찮다고 했는데.」
「아―니, 안 돼. 여긴 내가 쓸테니까 미츠하는 벤치에 앉아줘.」
의외로 강경한 타키. 이래서야 빗자루를 돌려받기는 힘들어보인다.
특별히 청소가 하고 싶은 건 아니고, 사실 조금은 피곤했었기에 미츠하는 벤치에 앉아 타키를 얌전히 지켜본다.
「그러고보니 아까 왔던 사람은 돌아갔어?」
「내 용무는 끝났어. 지금은 아버님과 할머님과 이야기하고 있어.」
「그렇구나. 으음, 하지만 그럼 내가 할 일이 없어져버렸네.」
마침 가을축제도 끝난 뒤이기에, 신사에선 거의 할 일이 없다.
청소는 타키가, 나머지는 아버지가 해주고 있기 때문에 최근 미츠하는 조금 무료할 정도다.
「그게 좋은거야. 가을 축제까진 바빴고, 지금의 미츠하에겐 쉬는 것도 일이니까.」
「그건 그렇지만...... 아, 그치만 저녁밥 정도는 만들게 해줄거지?」
그정도쯤은 하지 않으면, 타키의 아내로서 설 자리가 없다.
그런 미츠하의 부탁에 타키가 고개를 끄덕이며, 어차피 못 만들게 해도 만들거잖아― 쓴웃음을 짓는다.
그런 잡담을 나누며, 타키는 척척 경내의 주요 위치를 쓸어담고 청소를 마쳐간다.
참배길 등의 청소를 마친 타키가 빗자루를 들고 다가온다.
「후우, 겨우 끝났네. 엄청나게 많네 정말.」
「뭐, 완전 산 속이니까 말야. 여기도 저기도 나무뿐인걸.」
「정말이야. 거기서 죄다 떨어지는 낙엽인거니 끝이 없네.」
타키가 빗자루를 내려놓곤 미츠하 옆에 앉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숲을 올려다본다.
노랗게 빨갛게 스민 단풍은, 가까이서 봐도 정말 아름답다.
타키가 이토모리에 살게 된 첫해 가을엔, 함께 단풍을 보며 술을 마시기도 했었다.
실은 청소하면서 싫을 만큼 봐버리게 되지만, 뭐 그것과 이건 또 다른 문제다.
「역시 익숙해지지 않으면 힘든 일이니까. 제설도 있고.」
「아―, 그건 허리가 아파서 말야...... 하지만 작년엔 괜찮았으니까, 아마 요령이 붙었다고 생각해.」
「그럼, 올해는 기대해볼까? 실은 타키 군이 힘내줘야 하니까 말야, 올해는.」
「그건 그래, 미츠하에게 제설을 시킬 수는 없으니까. 그게」
타키가 상냥하게, 마치 깨지기 쉬운 물건을 조심스레 다루듯 미츠하의 배를 쓰다듬는다.
예전엔 이런 일을 당하면 그게 아무리 타키라도 화가 났겠지만, 지금은 조금 사정이 달라졌다. 왜냐하면―
「지금은 혼자 몸이 아니니까 말야.」
타키가 쓰다듬어주는 손 아래엔, 자그맣지만 분명한, 타키와 미츠하가 맺은 생명이 있으니까.
「게다가 이런 일이 아니라도 가능하다면 내가 전부 하고 싶을 정도야.
하지만 역시 그건 무리니까, 올해 정도는 이런 일은 내가 하게 해줬으면 좋겠어.
앞으로 제설도 있지만, 일단 청소도 말야.」
미소지으면서도 진지한 표정의 타키가, 미츠하의 눈을 또렷이 바라보며 말한다.
미츠하는 그런 타키의 눈을, 그리고 부드러운 손을 느끼며, 왼손 약지에 낀 반지를 살며시 쓰다듬는다.
타키의 손에도 함께 끼워져있는 그것은, 타키와의 또 하나의 인연의 형태.
그걸 받았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미츠하는 뭐 어쩔수 없다며 수긍하곤 미소짓는다.
「......알겠어. 타키 군이 걱정한다면 그만둘게. 그치만 운동부족이 되지 않을 만큼은 움직일거야.」
아직까지 크게 배가 불러온 것도 아니고, 더구나 예정일까진 몇 개월이나 남았기에,
지금부터 집에서 가만히 있다간 그야말로 몸이 이상해져버린다.
격렬한 운동이야 그렇다지만, 규칙적인 생활 속에 자연스레 어느 정도 움직이는 버릇이 들어있기에,
역시 그쯤은 짐작하는 타키가 괴로운 목소리와 함께 고민에 휩싸인다.
「아―, 그것도 그러네. 으음, 그럼 청소는 함께 하는건, 어때? 무거운 건 내가 치울테니까.
내가 다른 일 하고 있을 때는 잠시 참고 집에서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해줘.」
「응, 그럼 좋아. 미안해, 고집부려서.」
그리 말하며 미츠하가 살며시 타키의 손을 잡는다. 예전처럼 크고, 예전보단 약간 거칠어진 손.
미츠하가 좋아하는 타키의 손이, 부드럽게 미츠하의 손을 맞잡아준다.
그런 언제나처럼의 모습이 미츠하는 언제까지나 기쁘고 행복했다.
「이정도쯤은 신경쓰지 마. 그보다 미츠하 쪽이 훨씬 힘드니까 말야.」
「그럼, 고마워. 일부러 걱정해선 달려와줘서, 조금 기뻤어.」
「기뻤다니...... 아참 미츠하. 너 휴대폰 안 갖고 있지 지금.」
「어라? 어디 보자, 정말이네.」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거기에 들어있을 네모난 감촉을 확인한다.
어라, 어디에 뒀더라. 고민하던 미츠하가 고개를 들자 무언가 눈에 어린 타키가 미츠하의 휴대폰을 내밀고 있다.
「거실 탁자 위에 있더라. 용무 끝나서 전화했더니 바로 옆에서 울려서 깜짝 놀랐어.」
「아, 고마워...... 그렇구나, 그래서 일부러 찾아와준거구나.」
「응. 그래서 돌아다니다보니 빗자루 소리가 나서 말야. 서둘러 왔는데......
하지만, 빗자루로 청소하고 있는 미츠하를 보니까 조금은 그리운 느낌이 드네.」
먼 곳을 바라보며 타키가 감회어린 듯 말하곤 숨을 뱉는다. 타키가 그리운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물론 미츠하도 알고 있다.
아니, 타키가 생각하는 건 꽤 이전부터 대략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
타키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며, 미츠하 역시 과거로 시선을 보낸다.
「응. 벌써 10년 지났네.」
팔랑팔랑 춤을 추는 단풍잎 경내를 보고 있자니,
마치 그날의 자기자신이 보이는 착각이 들 만큼 변하지 않는 추억으로 미츠하의 마음에 새겨져 있다.
그건 이전에 보았던 혜성이 지나가는 밤하늘보다, 아득히 선명하게 반짝이고 있다.
「십 년...... 인가. 뭔가, 어제 일 같은데. 역시 지금 생각하면 이래저래 부끄럽지만 말야.」
「후훗, 그러네. 나도 울어버렸었고......
그치만 타키 군이 찾아와준 덕분이야. 지금 이렇게 된 것도.」
「그건 서로 마찬가지잖아...... 그보다 이 얘기 전에도 했었던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그러네.」
타키와 함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닌데다, 타키와의 추억은 이미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그래서 요즈음엔 옛날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어선,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기쁘긴 하지만,
왠지 나이가 들어버린 것 같은 생각도 들어서 조금은 복잡한 기분이다.
그야 최근엔 임신했으니까 무리는 할 수 없게 됐지만, 아직은 젊으니까...... 적어도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10년인가...... 저기 미츠하. 10년 뒤라면 말야,
얼마전까진 상상도 못 했던 일이지만, 지금이라면 어쩐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아.」
「확실히 그러네. 10년 뒤라면...... 이 아이도 벌써 초등학생이니까, 꽤 힘들거라구?」
「그정도는 각오하고 있어. 나도 힘내고 있잖아?」
「응. 요즘 타키 군, 정말 멋진걸.」
그런, 다른 사람이 들어버리면 부끄러워질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미츠하의 긴 머리를 쓰다듬듯 바람이 지나간다.
지금은 고등학생 시절에 비하면 느슨한, 옆으로 이은 세 매듭으로 뒷머리를 묶었기에, 빈 손으로 황급히 머리를 잡는 미츠하였다.
「......조금 추워졌네. 슬슬 돌아가자.」
「그러네. 아, 빗자루.」
「내가 들게. 대신 미츠하는 내 손 잡아줘.」
「후훗, 네에.」
꼬옥 타키의 손을 쥐곤, 미츠하는 타키와 함께 일어선다.
몇 번이고 함께 걸었던 돌계단을 내려가며, 손을 포개며, 두 사람의 현관문을 열었다.
밤. 이불 위에 앉은 미츠하가 탁자 위에서 뜨개바늘을 움직이고 있다.
매듭과는 달리 그다지 익숙치 않은 뜨개질이지만, 무릎에 올려진 손수 만든 머플러는 이미 나름대로 짜여져있다.
이 정도라면 한겨울이 되기 전까진 늦지 않을 것 같다며 미츠하가 생각하고 있자니―
「지금 어떤 느낌이야?」
미츠하의 바로 뒤편에서 타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뜨개질하는 미츠하를 뒤에서 끌어안아주듯 앉아있는 타키가 미츠하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귀에 타키의 뾰족뾰족한 머리가 닿아선, 그것이 조금 간지러워서, 미츠하는 볼을 누그러뜨리며 고개를 살짝 돌린다.
「으음, 조금만 더 하면 돼.
참, 잠깐 떨어져있어도 돼?」
「응.」
무릎을 꿇은 채 한 걸음 멀어진 타키에게, 미츠하 역시 무릎을 꿇곤 실이 휘감기지 않게 주의하며 뜨개질 중인 머플러를 감아준다.
마치 끌어안듯이 감아주곤, 살짝 떨어져서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응, 역시 조금만 더 하면 되겠네. 어때?」
「그러네...... 색깔도 좋고, 좋은 느낌이야. 거기에 그다지 따끔따끔하지도 않네.」
「에헤헤, 좋은 소재로 신경썼으니까 말야. 색상도 타키 군이 좋아할거라 생각했어.」
좋은 실을 사용했기에, 살결에 닿아도 그다지 가렵지 않을 것이다.
평상시에 사용할 수 있게끔 조금쯤 수수한 초록색 중심의 디자인.
매듭만큼 이쁜 모양으로 만들 수는 없었지만, 미츠하 나름으로 멋지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 벗길게.」
타키에게서 머플러를 벗긴 미츠하가, 형태가 어그러지지 않게 살짝 접고 봉투에 넣더니 팔을 힘껏 뻗는다.
「으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이제 괜찮아?」
「응, 꽤 많이 짰는걸. 게다가」
앉아있는 타키의 가슴팍에 옆으로 기대어가며, 귀를 타키의 가슴에 딱 붙인다.
「그러고 있으면, 타키 군이 응석 못 부리잖아.」
「하하, 그런가.」
어딘가 쓴웃음 섞인 타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미츠하의 머리에 선뜻 타키의 손이 내려온다.
그 손이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그대로 길게 자라있는 미츠하의 머리카락을 빗어준다.
익숙한 그 손에 미츠하는 무심코 눈을 감으며, 그대로 그걸 받아들인다.
「미츠하 머리, 이쁘네.」
「후훗, 고마워. 그치만 손질하기 힘든걸?」
「아아, 알고 있어. 날 위해 신경써줘서, 기뻐.」
타키가 긴 머리를 좋아해서 머리를 길렀다. 이만큼 기른 지도 꽤 오래 돼어서, 타키 역시 시간이 나면 손질을 도와주고 있다.
혼자서 감으려면 조금 힘들다고 얘기했더니, 뭐 이런저런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타키가 도와줘서,
최근엔 오히려 스스로 직접 감는 것보다 타키가 더 잘 감겨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몰래 하고 있다.
더구나 타키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도, 역시 타키를 위해서 머리를 길렀기에 기쁜 일이다.
「아하하, 그러네.
참, 타키 군. 지금도 내 머리, 좋아해?」
「당연하잖아. 미츠하의 머리도, 물론 미츠하도 좋아해...... 아니, 사랑해.」
굳이 한 마디 덧붙여가며 타키가 그렇게 말해주었다.
예상치 못한 타키의 기습에, 헤실거리는 미츠하는 분명 한심한 표정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돌려준다.
「에헤헤...... 고마워. 나도...... 그, 타키 군을, 사랑해요.」
「여, 역시 부끄럽네......」
「타, 타키 군이 먼저 말한거잖아. 그래도 저기, 정말 기뻤어......」
좋아한다는 말은, 뭐 전혀 부끄럽지 않은 건 아니지만, 예전에 비하면 꽤나 익숙해졌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사랑한다며 듣는 것도, 역시 아직은 부끄럽다.
「응, 나도. 이것만은 좀처럼 익숙해지질 않네.」
쓴웃음을 짓는 타키에게 미츠하도 함께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한다는 말에 익숙해지는 것조차 몇 년이나 걸렸었다.
사랑한다니, 그거야말로 언제가 됐든 익숙해질 것 같지가 않다.
「그치만, 부끄러워하는 타키 군도 난 좋아하는걸. 그리고 조금 삐죽삐죽한 머리도 좋아.」
미츠하가 그리 말하며 손을 뻗고, 마치 답례마냥 타키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찌른다.
어딘가 고슴도치를 연상시키는 타키의 머리에 손가락이 따끔거려선, 이 간질거림이 뭔가 버릇이 되었다.
「하하, 고마워. 내 머리가 좋다고 말해주는건 미츠하 뿐이야.」
「그, 그런건...... 나도, 내 머리가 좋다고 말해주는건 타키 군 뿐인걸?
예전에 어머니가 칭찬해 주긴 했지만.」
「그래? 뭐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러네.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을 칭찬하다니 연인 정도가 아니면 그런 말은 못하니까.」
그도 그렇다며 수긍하는 타키. 그런 타키를 올려다보는 미츠하는, 일부러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까 전 기습의 보복을 단행한다.
「아니면...... 부부 정도?」
「......아아, 그러네. 우리처럼...... 말야.」
약간 당황한 표정의 타키가, 곧 웃으며 미츠하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는다.
최근 늘어난 타키로부터의 스킨십. 지켜주고 있는 듯한, 그러면서도 응석부리는 듯한 알 수 없는 느낌.
귀엽다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모를 안정감에 휩싸여선, 미츠하는 부드럽게 타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타키 군도 응석꾸러기네.」
「뭔가, 이러고 있으면 굉장히 안심되어서 말야......」
「조금, 그 기분 알 것 같아.
이렇게 타키 군을 안고 있는 것도, 안겨 있는 것도, 어느 쪽이든 안심돼.」
최근엔 특히 그런 기분이 강하게 든다.
공연히 타키에게 붙어있고 싶고, 타키 역시 같은 마음인 것 같기에, 그것이 약간은 재미있게 여겨지는 미츠하였다.
서로 안심하기 위해, 서로를 위해 몸을 맞대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것 같아. 하지만 그래도 미츠하는 타키에게 다가가는 걸 멈출 수가 없다.
「미츠하도 그렇구나. 아, 샴푸 향기다......」
「자, 잠깐 그건 역시 부끄러운걸......」
「아하하, 미안해 미안해.」
「차암, 언제까지고 그대로구나. 응, 타키 군.」
신호하듯 미츠하가 타키의 등을 가볍게 두드린다.
그것만으로 알아챈 듯한 타키가 살며시 떨어지더니 이불을 펼 공간을 만들어준다.
그 공간에 미츠하가 미끄러지듯 눕더니, 타키에게 꼬옥 안기듯 마주본다.
「이제 슬슬 자야겠네.」
「응, 수면부족은 여러모로 안좋으니까 말야. 그럼, 불 끌게?」
미츠하가 그리 말하며 천장에 매달린 끈을 당겨서 불빛을 지운다.
밝은 보름달이 창문에서 연결되듯 비치는 방에서, 미츠하가 타키에게 부드럽게 살짝 닿을 뿐인 키스를 한다.
「응...... 잘 자, 타키 군.」
「응, 잘 자 미츠하. 내일 봐.」¹⁾
또다른 내일. 타키의 그 말을 미츠하는 마음 속으로 꼬옥 새긴다.
내일도 역시, 분명히 행복한 하루가 된다.
그런 확신에 가까운 감각으로, 미츠하는 타키의 온기를 느끼며 나른히 졸리는 그 몸을 맡긴다.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
하나의 기적으로 시작되었지만, 하지만 타키와 미츠하가 또렷이 맺은 두 사람의 미래.
그건 분명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서, 그것이 어떤 모습이 되어갈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두 사람이 앞으로도 쭈욱 함께라는 것은 분명해선, 그리고 그것이 세 사람이 되는 것은 아주 조금 뒤의 일이다.
[각주]
¹⁾ 원문은 また明日. “내일 보자”의 의미로 흔히 쓰이는 일상용어지만, 직역하면 “다시 내일.”이 된다.

[작가 후기]
한국의 여러분, 별이 내리지 않는 마을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8편의 긴 작품이었습니다만, 모두의 감상댓글을 보고 격려받아 완결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번역해 주신 분에게 감사인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모두의 감상도 그렇지만, 번역해주시지 않았다면 모두에게 소개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이어지기에, 또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핫산 후기]
앞으로도 당분간 정기적으로 번외편을 쓰신다고 하셨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핫산해올 수 있을 듯하다.
내가 작가가 아니니 장담할 수 없지만, 1주일에 최소 2~3편은 핫산해올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사실 이 시리즈는 완결되지 못한 채 1달 넘게 연중 상태였던 시리즈였는데,
연말연초 작가님이 바쁘셨던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의욕의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도 느그뽕이 슬슬 빠지는데 개봉한지 8개월이 넘은 일본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함.
하지만 느갤럼들이 많이 읽어주고 댓글을 많이 보내줘서, 의욕에 차서 갑자기 열심히 쓰시더라.
모티베이션이란게 뭐 별게 아니라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항상 감상댓글 많이 남겨줘서 고맙다.
그럼 번외편에서 봅시다.
[이번 편에서 원작자께 번역, 전달된 감상댓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