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한때

※ 원작자분과의 협의 하에 게재하였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이 작품은 Pixiv의 ナル님의 「너의 이름은.」단편입니다.

   (원작자 Pixiv 링크)

 

 

 

- 오후의 한때

일전에 올린 작품을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합니다. 

이번엔 지난 번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작품을 투고합니다.

타키 군와 미츠하가 집에서 데이트하는 이야기입니다.

 

 

 

 

 

평소 일에 쫒기다 보면, 휴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평일에 몹시도 혹사당한 몸은, 그 대가를 요구하는 것마냥 주말이 되면 휴식 모드가 되어버린다.

더구나 무척이나 바빴던 한 주였다면 더더욱, 어딘가 나가볼까 하는 생각마저 송두리째 빼앗기고 만다.

 

「타키 구―운, 저 배고파요―」

「신기하네, 나도 지금 막 그런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보다도 뭐라고 할까, 무언가 해볼 생각마저 없어져버린다.

너무 스스로를 혹사하는 건 역시 안 좋은 걸까.

 

「뭐라도 만들어 줘―」

「미츠하가 만들어 줘.」

 

시곗바늘은 정오를 가리키다 어느덧 30분 이상 지나있었다.

아침을 먹은 지도 어느덧 5시간 이상 지나서, 슬슬 배가 고파오는 모양이다.

 

「그치만 움직이기 싫은걸―」

「그건 나도 그래.」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그렇게 말하는 미츠하를 보고 있자니, 나보다 연상이라는 생각이 들질 않는다.

뭐 나도 소파에 드러누운 채 방전된 상태니 남을 탓할 입장이 아니지만.

 

「싫어― 아무것도 하기 싫어―」

 

파닥파닥…

엎드린 채 바둥거리고 있다. 어린애냐.

하지만 슬슬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대로라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한 채로 하루가 지나가버린다.

그리 생각하면서도 몸이 전혀 움직여주질 않는다.

시계를 보니, 슬슬 오후 1시를 향해 가고 있다.

 

애초에 어째서 둘 다 이렇게 해이해졌는가 하면.

이번 주는 그야말로 격무였다. 격무라는 표현조차 미온적이다. 거의 지옥같은 한 주였다.

첫차로 출근하고 막차로 퇴근하는 나날. 미츠하에게 연락조차 할 수 없어 이러다 죽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을 정도다.

더구나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건지, 미츠하 역시 마찬가지로 바빴던 모양이다.

서로 너무도 일이 바빠서, 만날 수 없는 스트레스가 극한까지 쌓인 끝에 어젯밤, 금요일 밤에 겨우 만날 수 있었다.

그 울분을 풀기 위해서라고 하기엔 무엇하지만 어젯밤은 뜨거웠다. 여러 가지 의미로.

언제나 부끄러워선 소극적인 미츠하가 이렇게까지 해준다면 가끔은 바쁜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뭐 그건 그거고. 지금 떠올리자니 조금 곤란한 기분도 드니까 일단 그건 미뤄두자.

 

그 뒤에 둘이서 곧바로 잠들어버렸던 참이었지만, 일어난 뒤론 바빴던 것에 대한 반동이 찾아왔다.

둘 다, 전혀 의욕이 없었던 것이다.

일단은 샤워를 하고 아침식사까진 힘낼 수 있었지만, 

그 다음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둘이서 잠옷을 입은 채 뒹굴거리다가 지금에 이르렀다.

 

「타키 군, 우리 이러고 있으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해.」

「응, 나도 지금 막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야.」

「그치, 지금이라도 어딘가 외출이라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모처럼의 휴일이니까. 역시 그러는 게 좋겠지.」

 

둘 다 무언가 할 마음이 든 것처럼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말과는 달리 몸은 전혀 움직일 기색이 없다.

오히려 아까보다도 늘어지는 기분이다.

 

아, 이거 오늘은 글렀구만.

 

움직이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귀찮아.

휴일이 아까운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이건 어쩔 수가 없다.

그럼 순순히 포기하고 미츠하와 둘이서 느긋하게 지내도록 하자.

 

그리 마음먹으니 오히려 움직일 수 있었다.

누워있던 소파에서 느릿느릿 일어나선 미츠하가 있는 침대로 다가간다.

그대로 미츠하 옆에 누워선 껴안아주었다.

 

「타, 타키 군!?」

 

갑작스런 접근에 당황하는 모습이지만, 떨어질 생각은 전혀 없다.

소파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힘을 다 써버렸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다키미츠하¹⁾

「응?」

 

나도 잘 모를 말을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다.

뭐 그래도 이걸로 괜찮지 않을까.

미츠하가 얼굴을 붉히며 이쪽을 보고 있다. 귀여워.

 

「가끔은 이런 휴일도 좋잖아?」

 

앞으로도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미츠하와 함께 언제까지고 걸어갈 생각이니까. 가끔은 이렇게 천천히 걷는 날도 좋겠지.

그래서 그런 뜻을 담아 말해보았다.

어떻게 받아들여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네. 타키 군이랑 함께니까 뭐 괜찮으려나.」

 

라며, 웃으며 대답해 주었으니까 잘 된 거라 하기로 한다.

미츠하의 입술에 키스를 한 번.

기쁜 듯 내 가슴팍에 다가와준다.

 

어째서 이렇게 따뜻한 거야.

 

미츠하와 함께라면 뭘 해도 즐겁다. 미츠하와 함께라면 어딜 가도 즐겁다.

이미 늦은 것 같다. 미츠하에게 빠져버렸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해. 이게 내 행복이니까.

 

좀 더 꼬옥 안아본다. 미츠하 역시 내 허리를 감싸 안아준다.

정말 행복하다.

따스함 속, 다가오는 졸음에 몸을 맡기려던 찰나―

 

「나도 행복해.」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둘이서 그대로 잠들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엉망진창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미츠하가 있으니까, 이 이상의 행복은 없어.

 

행복한, 휴일 오후의 한때.

 

 

 

 

 

[각주]

¹⁾ 원문은 抱きみつは. 抱き枕(안고 자는 베개) + 미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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